아몰랑일기 124

in #kr6 years ago

낮에 썼던 일기를 모두 지웠다. 쓰다가 토기가 밀려와 화장실에 가서 낮에 먹었던 라면과 과자를 토했다. 임신이 처음도 아니고 두번째니 음식조절은 적당히. . 라고 생각하며 파인애플과 율무차 빼고는 다 먹었는데 라면이 너무 역하다. 토하기전 내가 썼던 글은 아주 암울한 글로 꿈을 꿨던 이야기를 적은 글이였다. 안좋은 이야기였고 쓰다가 절정에 다가갈 무렵 토기가 올라왔다. 그래. 아가야 너도 싫었구나. 토한뒤 이성을 챙겨 다시 돌아와 노트북에 적힌 글들을 모두 지웠다. 그래. 엄마도 너가 원하지 않는 음식과 글은 쓰지 않으마. 생각하며 앞으로 임신이 끝날때까지 라면과 빠새과자는 먹지 않기로 한다.

오늘은 점심쯤에 잔디가 넓은 곳으로 가족들과 같이 갔다. 아기는 계속 꽃을 꺾으려하고 닌자는 그런 찡을 말리느라 정신없다. 그 와중에도 베스트샷을 카메라로 잘 찍어두었다. 몇 주뒤면 추석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푹푹 찌는 날씨였다. 애용하는 밀짚 모자를 쓰고 유모차를 밀며 뛰어다니는 딸을 쫓아다니다가 여기에 한명이 더 생긴단 말인가. 하는 생각을 한두번씩 해본다. 식당안에 아이 세명을 데리고 혼자서 케어하며 밥을 먹는 아주머니를 보며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전혀 짜증내지도, 우울하지도 않은 표정. 짬짬이 휴대폰으로 뭔가를 쓰기도 한다. 그녀에게도 나에게도 가상의 세계가 더 편한걸까? 이상한 생각을 하며 혼자서 밥을 먹었다.

아이와 남편은 먼저 밥을 먹고 나가서 걸어다니고 나는 혼자였다. 라면이 짜다. 짜고 매콤한 라면이라 국물에서 면만 다 건져내었다. 국물에 안 좋은 성분이 많다며 내심 이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냥 라면 자체가 안 좋다. 인터넷에 이렇게 검색해본다. 둘째임신 인스턴트 라고 써봤다. 많은 아줌마들의 글이 있다. 둘째는 가리지 않고 아무거나 먹었어요 그치만 아토피도 하나 없고 아주 건강해요 하는 수십개의 댓글밑에 단 하나의 댓글이 눈에 띈다. 100명중 99명이 인스턴트 먹고 괜찮았지만 저희 아이는 지금 아토피예요. 하는 댓글에만 작성자의 대댓글이 없다.

그렇다. 99%의 좋은것들 중 단 1%에 내가 들어가면 나에게는 100%가 된다. 순간적으로 회사에서 자주 외치던 슬로건이 생각난다. 단 하나의 불량도 소비자에게는 100%의 불량이다 하는 문구가 인상적이였다. 밥맛이 떨어졌다. 그래서 젖가락을 내려놨다가. . 왠지 오늘 일정은 길어질것 같아서 억지로 남은 라면을 다 먹었다. 그리고 사왔던 빠새과자도 그 후로 걸어다니며 가족끼리 나눠먹었다.

분수가 있었다. 요즘 어딜가나 흔히 보는 땅바닥에서 물기둥이 솟구치는 장치였다. 찡과는 이번 여름 마땅히 물놀이를 간 적이 없어서 너무 신기해했다. 물가까이 갔다가 물이 솟구치면 도망가고 솟아나는 물에 손을 갖다대기도 하면서 즐거워하고 그 장면을 남편이 동영상으로 촬영한다. 사실 찡이 물을 만지기전 같이 다니던 언니들의 경고의 말이 생각나긴 했다. 그 물들은 고인물이라 몹시 더럽다고. 한번 쓰고 두번 쓰고 같은 자리에서 고인물로 하는 거라고 말이다. 그치만 아이가 너무 좋아하는 걸 보니 조금 지켜보자 싶어 내버려 두었는데 물기둥을 쏘는 장치안쪽으로 살짝 초록색이 보인다. 물때인가 녹인가. 그 후 남은 다른 물나오는 구멍을 보니 여기저기 초록때가 안쪽에 있다. 말리려는 찰나에 옷이 젖은 찡을 보고 남편이 그만 가자며 웃으며 폰을 집어넣는다. 이런건 애초부터 못하게 제재를 가했어야 했는가? 모르겠다. 왜 나는 찡을 말리지 않고 그저 바라본걸까.

괜히 요즘 목뒤를 긁어서 붉게 된 찡의 피부에 내가 또하나의 원인을 제공한것 같아 찝찝해진다. 더운날 야외에서 3시간 가량을 걸었다. 어른의 걸음보다 작은 보폭일터인데 지치지 않고 우리보다 앞서가는 3살 여자아이를 보며 남편과 분명 엄청난 체력을 지닌 아이가 분명하다고 연신 말했다. 아마도 다른 아이들도 다 그럴것이다. 그렇지만 유독 내 새끼만 더 튼튼한 것 같고 유별난것 같고 똑똑한것 같고 그런다. 그 장소에 있던 모든 부모가 그랬을 것이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하며 대단한 녀석이라고 연신 말해주었다.

녹초가 되버린 찡을 태우고 집으로와서 다 같이 낮잠을 잤다. 자고 일어나니 6시가 다되었다. 그래서 일기를 썼다. 그런데 쓰다가 초반에 말한 토기가 밀려와 토하고, 다시 돌아와 썼던 글을 모두 지우고 지쳐서 잠자리에 누웠다. 얼마전 한 스티미언이 자신의 친구는 키보드만 봐도 토한다고 우스갯말로 했던 것이 현실이 된 것인가 하는 생각을 짧게 하고 금새 잠이 들었다. 그리고 모두 잠에서 깨어 조금있다가 마트로 향했다. 원래는 주말낮에 마트에서 가득 사서 집에서 저녁을 먹는 것이 우리의 일과였지만 요즘은 바뀌었다. 저녁마트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사람도 많이 없고 낮동안은 다른 일을 하다가 쉬고나서 찾아가는 마트라서 하루일과 분배도 나쁘지 않았다.

토한뒤로 계속 씬맛이 먹고 싶어 키위나 오렌지를 연신 말했다. 그렇지만 막상 가서 오렌지를 고르려니 그 옆에 귤로 눈이 간다. 오렌지와 키위는 찡이 좋아하지 않지만 귤은 좋아한다. 딸과 같이 먹어야 겠다며 귤을 산다. 남편이 오렌지를 골라보라고 하지만 귤이 좋다고 한다. 크기도 작고 아이와 나눠먹으면 되잖아 하며 다른 곳으로 간다. 키위도 사보라고 했지만 너무 많은 과일이 집에 쌓여 버리는 일이 많아서 귤 한가지만 사기로 한다. 더 먹고 싶으면 아파트 근처 슈퍼에서 사면 된다고 한다.

요즘 찡은 술래잡기에 푹 빠졌다. 살금살금 아이뒤를 따라가면 자신을 쫓아오는 걸 알고 웃으면서 뒤돌아 보다가 더 힘차고 빠르게 걸어간다. 아직 뛰지 못해서 빠른 걸음으로 종종종 거리며 날 피해서 도망치는 것이 귀여워 계속 쫓아간다. 그러다 몇 번 아이가 넘어져 남편에게 혼나기도 하고, 내가 먼저 아이를 따라잡아서 잡았다 요놈! 하며 안아준다.

요즘 말대답이 늘었다. "네"라는 말을 확실하게 구사한다. 싫은것은 이이이잉 하고 고개를 휘젓고, 좋은것은 눈을 쳐다보며 짧게 네라고 하고 기다린다. 예전보다 그녀의 심리를 파악하는데 좋은 것 같다.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다른 이유로 울며 보채는 경우가 있다는 것도 알았다. 울면 무조건 잠오거나 배고픈 거라고 생각하며 키웠는데 의사표현이 늘어나니 또 다른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기서 문장으로 말까지 하게 된다면 찡은 더 보살피기 쉬워질 것이다. 어쩌면 피곤(?)할수도?

벌써 밤 11시가 넘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해서 이쯤에서 일기를 끝내야 겠다.
다들 굳나잇, 굳굳나잇

아몰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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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임산부!!!! 고생이 많다.!!!!

듀플리님도 순산하시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을 잘 하면 거부의사도 많이 밝혀 다소 피곤해지는 감이 있어요.

그렇죠ㅎㅎ하지만 이제 인간대 인간으로 마주하는 기분이네여

입덧 시작인가요?
ㅠㅠ
분수놀이터에 대한 말이 많아서 요즘은 그래도 관리를 한다곤 하는데...초록 때가 껴있었다니 믿을 수 없겠어요

ㅠ.ㅠ믿을수없었죵 맞아요

찡여사님. 오셨습니까. 중요한 시기에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카비가 인사드리고 갑니다.

ㅎㅎㅎ왜이러세요ㅋㅋ

정말 고생이 많으시군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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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괜차나여ㅋㅋ

축하 또 축하 드립니다. 둘째는 더 이쁠 거에요.
힘들지만 더 큰 기쁨입니다. ㅎㅎ

정말 그렇겠죠?^^)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로만 봐도 찡이 무척 귀여워요. 유튜브로 잠깐 아기들 노는거 봐야겠어요ㅎㅎㅎ

굳나잇 하시길!

ㅎㅎㅎ 굳모닝입니다
왕자님도 상쾌한 월욜되셔요

과일이 쌓이면 과일을 갈아서 쥬스로 먹어봠 찡♡

좋은생각ㅋㅋㄱ천재군

좋은것만 보고 잃고 먹고 !
첫째 보다 둘째가 다 빨라서 내 애기는 천재? 라는 생각이 자주들어요 막상보면 다른.둘째도 다.똑같은데 ㅋ ㅋ

ㅎㅎㅎ그런가여 ㅋ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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