밋밋한 세상

in #kr3 years ago (edited)

알류샨 열도의 에스키모계 민족인 알류트족의 언어에는 욕이 없다고 합니다. 아이들도 절대 싸우지 않으며, 이들이 할 수 있는 욕이라고는 “너의 어머니는 바느질을 못한다.”정도라고 하네요.

러시아의 선교사 베니아미노프는 알류트족과 10년을 함께 산 후 1840년 경 이들에 대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인구 6만 명이 살던 지난 세기 동안 살인 사건이 단 1건 발생했으며, 1800명의 알류트인들 사이에서 40년 동안 단 1건의 관습법 위반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알류트족 뿐만 아니라 이들과 비슷한 습속을 유지하는 소수민족들 중에서도 폭력과 거리가 먼 삶을 사는 종족들이 많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런 사례들을 통해서 ‘언어’가 공동체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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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어떤 ‘비판’ 하나를 본 적이 있습니다. 요즘 모 글로벌 기업에서 제작되는 영화나 드라마 콘텐츠가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와 페미니즘을 너무 과도하게 담고 있다는 비판이었습니다. 당연히 ‘너무 과도하다면’ 내러티브를 방해해서 재미도 반감될 것이고, 관객들이 특정 이념을 강요당하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좀 재미없더라도 욕, 폭력, 차별이 적은 콘텐츠가 지금보다 더 많아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너무 잘 만들어진’ 요즘 콘텐츠들을 보면, 뭐랄까 좀 숨이 막히고 지친다고 할까요. 어떨 때는 ‘충격적인 반전’ 같은 것이 없는 밋밋하고 허술하고 뻔한 콘텐츠를 보면서 쉬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존재하는 알류트족이나 여러 소수민족들의 사례들을 보면 언어가 사람들을 삶을 ‘지배’한다는 것도 확인된 사실이니, ‘욕(폭력)’이 적은 콘텐츠가 많아지면 이 세상이 조금 더 ‘밋밋’해질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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