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된 쇼핑을 거부하는 것

in #kr-writing6 years ago

지금 우리는 모두 소비자이다. 소비자로 존재하는 것이 권리이자 의무다.

9.11. 대참사 직후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정신적 외상을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미국인들에게 “다시 쇼핑을 계속하라.”라고 주문했다.

사회적 지위와 성공을 측정하는 척도는 쇼핑활동의 정도, 그리고 얼마나 쉽게 하나의 소비 대상을 처분하고 ‘더 새롭고 향상된’ 대상으로 대체할 수 있느냐이다.

  • 지그문트 바우만, 소비사회와 교육을 말하다. 1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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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빼로데이는 롯데제과의 ‘작은’ 마케팅에서 출발했지만 ‘밸런타인데이’를 능가할 정도의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빼빼로는 ‘더 새롭고 향상된’ 쇼핑의 대상이 되었다.

하나의 현상이 되면서 계급별로 차이가 생겼다. 돈의 차이를 말한다. 비싸고 다양한 수제 빼빼로가 여러 상품과 결합한 패키지도 생겼다. ‘성공한’ 사람은 럭셔리한 호텔 레스토랑에서 수제 빼빼로와 장미 꽃다발을 패키지로 묶은 새로운 상품을 연인에게 선물하며 행복해질 수 있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 쇼핑을 할 수 있다는 능력은, 높은 사회적 지위와 성공을 나타내는 척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것은 행복의 척도이기도 하다.

저렴하고 대중적인 롯데 빼빼로를 서로 주고받고 서로 간의 정을 확인하며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느끼는 것도 괜찮을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로서 ‘권리’가 아닌, ‘의무’로 느껴지는(강제되는) 쇼핑이 있다. 살아가는데 전혀 지장이 없지만, 그 상품을 구입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모든 종류의 상품이 그렇다.

‘강제된’ 소비자로서 ‘의무’를 수행하면서까지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사회에 부역하고 싶지 않다면 빼빼로데이를 그저 무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의식적으로 비난하면서, 강제된 소비자의 의무를 거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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