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칼럼) 미북 정상회담이후 묘하게 흘러가는 상황, 그리고 무엇이 중요한가에 대한 인식

미북 정상회담 이후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간다. 마치 과거에 본 장면이 재현되는 듯한 기시감이 느껴진다.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미북간 제네바 핵합의가 이루어지고 마치 북핵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 처럼 생각했다. 지금도 미북 정상회담이 이루어지고 마치 뭔가가 성취되는 것 같은 분위기가 쓸고갔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미 국무장관 폼페이오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시한 설정에서 한 걸음 물러난 듯 하다. 걱정이 앞선다 미국이 북한의 페이스에 말려드는 것이 아닐까 ?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특히 조선일보 같은 신문에서는 미국이 북한의 페이스에 말려들었고 사기를 당한 것이라는 입장인 듯 하다.

정말 문제일까 ? 문제는 북핵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문제다. 일전에 북핵문제 해결과정에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점을 언급한 적이 있다. 지금과 같은 모순이 축척된 시간이 수십년이고 그 결과가 북한 핵인데 어찌 1-2년만에 해결될 수 있겠는가 ? 더구나 지금의 북한 문제는 단순한 핵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미중간의 세계무대에서의 헤게모니 싸움과 연결되어 있다.

미국으로서는 북한 핵문제 해결과 함께 북한을 자신들의 체제내로 편입시키기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북한 핵은 북한을 중심으로 한 한반도의 안보구도과 세력구도에 대한 변경을 의미하는 것이다. 안보구도의 변화없이 북한 핵만 간단하게 외과 수술식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우리 정부에서는 북한핵문제 해결을 위한 조건의 하나로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모양이다. 물론 북한의 핵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간 종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종전선언이 평화체제로 전환하는데 좋은 분위기를 조성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핵문제를 한반도 내에서만의 일로 보는 것은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과다.

지금 키를 잡고 있는 것은 북한이다. 북한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 지금까지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등거리 외교를 했다. 어찌하든 대륙 국가 사이에서 떨어지는 콩고물을 받아 먹으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하고 있다. 어마어마한 변화다. 북한은 반도국가의 이점을 최대한 이용해서 대륙과 해양세력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신문에서는 북핵문제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입장이 약화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같다. 그것은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가급적 오랜시간을 끌면서 미국과 중국의 세력을 이용해야 한다. 그런 입장에서 볼때 종전선언이란 종이조각에 불과한 행사는 별 의미가 없는 것이다.

아마 김정은이 핵을 한꺼번에 포기하고 미국과 놀아난다면 중국은 어떠한 방법을 써서라도 김정은을 제거하려 할 것이다. 김정은에게 핵은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중국의 개입도 막을 수 있는 방편이다. 중국이 동북공정을 통해 북한을 자신의 옛영토라고 주장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중국은 언제라도 북한을 삼킬 준비가 되어 있다.

미국도 북한핵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북한정도는 중국의 영토로 편입시켜도 문제가 안된다고 생각했었다. 미국은 북한에서 불안정 사태가 일어나면 중국군의 개입을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특히 미국 민주당 정권은 그런 바보같은 정책을 바탕으로 북한이 지금과 같이 핵을 개발하고 대륙간 탄도탄을 개발할 시간을 벌어주었다.

앞으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얼마나 오랜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결국 지리한 시간의 변화를 거쳐 누적된 힘에 의해 역사가 바뀌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런 준비를 해야 한다. 당장 내눈앞에 뭔가 큰 일이 벌어지리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아마 북한은 점진적으로 변화하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그런 완만한 변화를 통해 김정은은 체제의 안전을 보장받고 싶어 할 것이다. 급격한 변화를 강요하면서 그로 말미암은 불확실성은 모두 네가 감당해라고 하는 것이 타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이 가진 것은 핵 밖에 없다. 그들은 핵을 통해 체제를 유지해야 하고 경제를 일으켜야 한다.
폼페이오가 북한 핵문제 해결의 시한을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해서 미국이 북한의 꼼수에 넘어갔다고 생각하는 것은 성급하다.

결국은 문제해결의 비전과 그 비전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인내심이 중요하다. 지금은 그 중에서도 인내심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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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가장 큰 목표가 바로 체제안정인데 무슨 통일 타령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무슨 생각인가 싶습니다.
물론 최근 조성된 남북미간 화해 무드는 바람직하나 언론이나 국민들이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것과 달리 세상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죠.

협상의 레버리지를 쌓기 위해서도 너무 빠른 속도는 불안합니다.

미중대결이 심해지면서 포위를 유지하기도 힘들어보이더군요. 이미 중국은 북한과의 교역 해방분위기라던데....

중국은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면, 미국으로부터의 압박을 감당할 방어막이 없어지는 셈이라서, 싫어하는 것도 있군요. 참 묘한 강대국들간의 역학관계네요.

정상회담 이후 뭔가...특별한 것들의 소식들이 안들리긴 하네요.
관련해서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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