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 일기 2021.10.5
내가 보는 세상엔 각형이 없다. 사각형도 아니고 원형도 아니다. 언제나 아이맥스다. 그런데 이것을 매체에 담는 과정에서 프레임이 생긴다. 불가피하게, 인간이 세상을 기록하거나 공유해야할 때, 그것을 본 자의 프레임이 최초의 논평을 해버린다. 그러므로 윤색과 왜곡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틀짓기(framing)의 인식론적 운명을 능동적으로 수렴해 세련화시켜왔다. 윤색과 왜곡을 도저히 피할 수 없다면 중요한 건 각도와 구도다. 어떤 각도를 채택할 것인가. 어떤 구도로 대상을 담을 것인가. 이것들이 곧 시점(viewpoint)과 프레임을 형성한다.
어쩌면 우리가 하는 모든 공부는 이 시점, 즉 인식의 프레임을 짜기 위한 연습일지도 모른다. 각도와 구도를 변화무쌍하게 바꾸지 않는 한 어느 곳에 가서 무엇을 보아도 대상의 의미가 내침하여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그런 의미를 찾지 못하는 이들의 유일한 안위는 그저 '내가 거기에 있었다'는 제국주의적 확인 의식일 뿐이다.
여행지에서의 기념 사진은, 그래서 내가 가장 싫어하는 기록 방식이다. 남겨야할 것은 사진 속의 내가 아니라 내가 채택한 프레임 속의 '그' 세상이다.
안녕하세요 twentycenturyboy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