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나는 된장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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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중반을 강타했던 유행어 중에 된장녀라는 말이 있었다.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 것 같지만... 대신 다른 혐오 단어들이 널리 쓰이고 있으니 뭐. 전보다 서로를 혐오하는 문화가 더하면 더했지 덜해지지는 않은 것 같다.
그 된장녀를 상징하는 것 중에 스타벅스 커피가 있었다. 버스 타고 다니는 주제에 스타벅스 커피를 마신다는 등 조롱섞인 시선들 때문에, 그 당시에 스타벅스 대문을 여는 여자들은 꽤나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다.
좀 미안하고 창피한 고백이지만, 나 역시 그런 시선으로 보는 남자들 중에 하나였다.
아니 도대체 커피 한 잔 마시는데 왜 그렇게 큰 돈을 내야 되는 거야? 아메리카노는 씁쓸하면 되는 거고, 마끼아또는 달달하면 씁쓸하면 되는 거고, 그깟 여자가 브이자 하고 있는 녹색 그림 때문에 왜 두 배나 되는 돈을 주고 커피를 먹어야 되는 거냐고... 블라블라
그렇게 궁시렁 대면서도, 썸타는 여자가 있으면 "전 겨울이 되면 스타벅스의 토피넛 라떼를 마시곤 하죠" 따위의 대사를 읊으며 스타벅스를 가던 남자가 나였다. 물론 남자들끼리는 절대 스타벅스는 안 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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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나의 생각이 바뀌기까지 십 여년 정도가 걸린 것 같다.
그저 놀기 바빴던 대학생은 어느새 일주일에 하루 쉴까 말까한 자영업자가 되었고
어떻게 여자 한 번 꼬셔볼까 고민하던 외로운 늑대는 이제 집에서 스팀잇 하는게 제일 좋은 초식남으로 변해버렸다.
십 여년이라는 세월 동안 마신 커피 잔만 해도 몇 천 잔은 되었을 테니(거의 매일 마시니까), 그동안 쌓인 카페 내공이라는 것이 있을 터이다.
심지어 나는 요식업 창업을 공부하면서 카페 쪽도 알음알음 주워 들은 것이 있으니까.
암튼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서 나에게 스타벅스란 더이상 된장녀들이 허세떨러 가는, 괜히 비싼 커피집이 아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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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는 정말 장사를 잘 하는 곳이다. 일단 된장녀 논란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철저하게 관리되는 브랜드 이미지도 그렇고 (스텝 전원을 정직원으로 채용하는 점이라든가, 아무 곳이나 매장을 개설하지 않는 점 등등... 말하자면 수도 없는데 다 쓰기가 매우 귀찮음)
내가 가장 높게 평가하는 점은, 굿즈 판매를 매우매우 잘 한다는 점이다. 유명한 럭키백 이벤트라든가... 스벅 텀블러 같은 경우는 선물로 많이들 하는 것 등등... 다 나열하기가 매우 귀찮기 때문에 이 부분도 대충... 암튼 이 굿즈 판매율이 높다는 것은 곧, 노동력이 들지 않는 매출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런점 때문에, 카페에서 굿즈 판매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노동력 절감 효과가 나오는 것이다.
같은 논리로, 음식점에서 음료와 주류 판매가 높다거나 하면 수익률이 좋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음식점 가면 종업원이 음료나 주류를 드시겠냐고 물어보는지(물어보면 음료를 시킬 가능성이 비약적으로 늘어남), 음료와 주류를 시켰을 경우 음식과 밑반찬보다 음료와 주류가 먼저 나오는 지를 살핀다(특히 주류의 경우 추가로 시킬 확률이 매우 높아지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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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 길어진다... 이제 그만 쓰고 싶다. 시작하는게 아니었어ㅠㅠ
장사를 잘 하는 것도 잘 하는 건데, 스타벅스는 일단 편하다.
수다 떨기도 편하고, 공부하기도 편하고, 일하기도 편하다.
혼자 가도 편하고, 둘이 가도 편하고.
아마 사람들이 스타벅스를 가는 이유는 이것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편해서.
실제로 스타벅스에는 다양한 차림새의 사람들이 온다.
드레스도 입고 힐 신고 한껏 치장한 사람들도 있는 반면, 모자에 슬리퍼 끌고 츄리닝 차림으로 오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물론 다른 카페도 그런 사람들이 오겠지만, 스타벅스는 대충 입은 사람들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 같다.
내가 알기로는 카키색 야상이 스타벅스 대표 옷차림으로 알고 있는데... 그것도 이런 관점에서 보면 될 것 같다. 그냥 대충 걸치기만 해도 어느정도의 스타일이나 시크함이 나오니까 사람들이 스벅 갈 때 야상을 많이 입고 가는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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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이 편안함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내 생각에는 매우 복잡한 요소들이 결합된 것 같다.
먼저 스타벅스의 의자들은 편안한 의자들이 많다. 많은 카페들은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서 그다지 안 편한 의자들을 사용하는데, 스타벅스는 물론 불편한 의자도 있지만, 편한 의자도 있다. 손님들은 골라서 앉으면 됨.
인테리어의 색감. 스타벅스는 대체로 진한 색감을 사용한다. 가구 역시 검정색이나 다크브라운 쪽으로 많이 사용.
조명이 너무 밝지 않다. 이 역시 다른 카페 프랜차이즈들과 다른 점이다.
내가 정말 높이 평가하는 차별성 중 하나. 시끄럽지 않다.
이게 뭔 말이냐면, 대부분의 음식점이나 카페는 차음이 되는 포인트가 없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떠들면 개시끄럽다. 근데 스타벅스는 아줌마들이 박수치면서 꺄아악 거리면서 큰 소리로 수다를 떨어도 다른 카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끄러운 느낌이 없다. 차음에 상당히 신경을 쓴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스타벅스는 딱 입구 들어오면서부터 '아, 차음이 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몇 번 있어서 아마 내 생각이 맞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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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오늘 이 글을 쓰고자 하는 원인이 되었던 스벅의 장점. 노트북으로 뭘 하기 편하다.
내가 알기로는 전 세계에서 스타벅스가 가장 먼저 1테이블 1콘센트를 실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를 커피 홀짝거리면서 노트북 하는 곳이라는 컨셉을 잡고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스타벅스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창가의 바 형 테이블 역시 마찬가지. 장시간 혼자 노트북 하기에 별로 눈치 안보이는 자리가 그곳이니까.
사실 위에서 말했던 모든 요소들이 '혼자 노트북 하기에 편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요소들이 아닐까? 노트북을 하기에 적당한 조명. 그렇게 시끄럽지 않고. 편안한 인테리어.
아닐까? 라고 말했지만 아니지 아니할 수가 없다. 스벅의 모든 컨셉은 어쩌면 노트북 유저를 위해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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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은 몇년 전 어느날, 스타벅스에서 노트북을 했을 때 어렴풋 하게 한 것이 시작이었던 것 같다. 이후 스타벅스에 대해 여러가지 단편적인 생각을 해왔고, 어느정도 머릿속에 정립이 되어 있긴 했다. 그런데 오늘 내가 스타벅스를 가는 이유라는 포스팅을 보고 갑자기 삘이 딱 꽂혀서 이런 잡설을 쓰게 된 것 같다.
장문의 댓글을 쓰면 왠지 이 내용으로 포스팅 안 하는게 억울해지곤 하는데, (이런 분들 앞에서 주름잡는 격이긴 하지만) 오늘은 처음으로 댓글 내용을 바탕으로 포스팅을 해보자! 하고 한 것인데... 내용이 어째 예상보다 너무 길어졌음...ㅠㅠ
아 이제는 정말 쓰기 귀찮다. 넘흐넘흐 기짜나...ㅠㅠ
암튼, 제목에서 밝힌 바와 같이, 나는 스타벅스를 좋아하기에, 된장남이다.
또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쓰기 싫기 때문에(도대체 쓰기 귀찮다는 말을 몇 번 하는 거냐... 그 말 쓸 시간에 한 자라도 더 쓰면 되잖아!) 대충 줄여서 말해보겠다.
이 세상은 자본주의 사회다. 여자들이 스타벅스를 자주 가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뭣도 모르면서 욕하면 추하다, 남자들이여...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적용 가능. 남자들의 세계에 대해 모르면서 욕하면 추하다, 여자들이여... 자본주의 사회에서 잘 팔리는 무언가가 있을 때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다.
그래서 나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나 스타벅스 다니는 남자야^^
뭔말? 넘 대충 썼나...
대충 쓴 대신 언젠가(먼 훗날에) 스타벅스에 대한 포스팅을 하나 더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스타벅스 면접 떨어진 썰이라든지... 뭔가 스타벅스에 얽힌 게 많네;;ㄷㄷㄷ
암튼 나는 된장남이라는 것을 한 번 더 밝히면서 이만.
(jjangjjangman 태그 사용시 댓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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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쓰벅커피에요. 너무써요. 그래서 저는 커피빈이 개조아요.
쓰벅ㅋㅋㅋㅋㅋ 역시 센스쟁이다운 네이밍이네요ㅋㅋ
빵터졌습니다 ㅎㅎ
스벅이 정말 마케팅 잘하긴 하는 것 같아요.
시즌 한정 텀블러는 이성적으로는 쓸 데 없다 생각해도 어느 새 남은 거 있나 기웃기웃 거리는 제 자신을 발견하곤 했었죠 ㅋㅋ
취향 저격 특히 여심 저격을 아주 잘 하는 마케팅인 것 같아요 ㅠ.ㅠ
스타벅스 가는 여자 = 된장녀 인거 때문에 일부러 스타벅스 말고 다른 카페를 가던 친구가 있었는데 사실 다른 대기업 프랜차이즈 카페보다 스벅 아메리카노가 더 쌌다는 ㅎㅎㅎ
요새도 시즌메뉴가 나오면 방문하는 스벅이지만
집에 커피머신 들여놓은 이후로는 저도 발걸음이 확 줄었네요 ㅎㅎ
여담이지만 대학생 때 술집 출입을 못한다는 육사랑 미팅할 때
신촌 스벅에서 각 커피 1잔씩 앞에 놓고 5대5 미팅도 해봤답니다. 완전 시선강탈이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가 다 부끄러워지는군요... 끼약>_<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시기 바랍니다
밥값이 대량 4,0000~5,000원인데
커피 한잔에 4,0000~5,000원에 팔았으니 ㅋㅋㅋㅋㅋ
물 장사치곤 비쌌죠..
그러고 보면 물가 진짜 많이 올랐
정말 이제는 스벅도 그렇게까지 비싸진 않은 수준이 된 것도 한 이유가 될 수 있겠네요^^
요식업에 종사하고 계시는군요..먹스팀으로 홍보 지속적으로 하시면 좋을거 같은데요..요즘 자영업이 참으로 어렵지만..사장님 힘내세요.
아뇨 요식업은 하다가 접었어요ㅎㅎㅎ^^ 나폴 사장님도 화이팅입니다!
무슨 일 하시던지 화이팅입니다.
그 전세대에는 커피는 자판기 커피였고 100원 150원 하던 시대에 몇천원짜리 밥한끼보다도 비싼 커피를 마신다는 거 자체가 브루주아라는 인식때문에 그랬던 것 같네요. 내가 마시기엔 비싸니까 약간의 시기질투도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개인적으로는 스타벅스 생기는 초창기부터 드나들던 일인인데 남자인데도 불구하고 약간 눈치 보였던 기억이...ㅋㅋ
암튼 학교다닐때는 공부하러 많이 갔었는데 태국이란 나라에 와서 저도 요식업을 하다가 여기는 늦게까지 하는 카페가 없어서 제가 걍 식당 옆에 있던 카페 인수해서 밤늦게까지 있네요..ㅋㅋㅋ
글 잘읽고 팔로우도 하고 갑니다. :)
오 그 유명한 답답해서 내가 차린다군요ㅋㅋㅋ
아하하하 답답해서 내가 차린다는 내가 해도 그거 보단 잘하겠다가 베이스여야 되는데 저는 그건 아니고 카페 갈 수 있는 시간이 밤인데 그 시간에 여는데가 없어서 차린거죠 ㅋㅋㅋ 매출은 전혀,,... 오히려 식당에서 벌어서 꼬라 박고 있으니..ㅋㅋㅋ
태국은 밤에 카페를 잘 안가는 문화인가 보군요ㄷㄷㄷ
방콕이나 치앙마이 같은 대도시는 24시간 하는 카페들이 좀 있는데 제가 있는 곳은 좀 시골이라 그런 카페가 거의 없네요. 12시까지 하는 곳도 찾기 힘듭니다. ㅎㅎ
ㅋㅋㄱ제목부터 치인다
나는 된장이다
이런 된장
'된장녀'이야기도 카페문화가 받아들여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밥값도다 커피가 비싸도 된다는 인식 자체가 그 전에는 없었기 때문에 스타벅스가는 여자들은 된장녀라고 했지만, 그런 관점으로 본다면 지금은 전국민이 된장녀된 셈이죠 ㅎㅎ
제가 스타벅스에 갔을 때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이유는 매장컨디션이 어딜가나 같다는 점이에요. 다른 프랜차이즈들은 인테리어만 같은 것으로 끝나는데, 그 쉽지 않은 컨디션 유지가 어딜가나 비슷한 흐름을 유지한다는게 꼭 내 집앞 스벅이 아니고 다른 지역에서도 일할 땐 찾게되는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맞아요 그런 점도 있지요ㅎㅎ 정말 스타벅스가 운영을 잘 하는 것 같습니다.
댓글로 안 쓰고 길게 써서 보팅하고 갑니다.
그렇다고 안 읽은 건 아닙니다.
카페마다 특유의 분위기가 있는데 스타벅스가 노트북 들고 가서 뭘 하기 가장 만만하죠.
감사합니다!
제가 가장 말하고 싶은 부분을 잘 짚어주셨네요^^
음식값이 눈에 띄게 오르고있어요 ㅠ
그러게요ㅠㅠ 이런 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