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호너의 가을의 전설 (찔끔거리는 스포 주의)

in #kr6 years ago (edited)

“어이, 왼수. 요즘 영화 소개가 잦네?”

“나 영화 좋아하잖아. 몰랐어?”

“좋아하는 거야 알고 있지만 근래에 부쩍 잦아진 거 같아서”

“어떡하다 보니 그렇게 됐네 ㅋㅋㅋ솔직히 단순한 영화 소개는 지양하고 있어. 정확히 얘기하자면 영화를 통해서 내가 하고 싶은 얘길 하는 거지. 알잖아, 지금까지 내가 이곳에서 해 왔던 그런 얘기들”

“그래, 오늘은 어떤 영화를 들고 나왔어?”

“1994년에 나왔던 <가을의 전설 The legends of the fall>이란 영화야. 내가 아주 아주 좋아하는 피트 형이 주연했지. 수많은 피트 형의 영화 중에서도 여기 나온 피트 형의 모습은 정말이지 내가 그 형이 타고 달렸던 말이 되고 싶을 정도로 멋있었어. 브루스 리 형님과 피트 형 같은 사람들을 보면 아무리 신은 공평하다고 내가 지껄이고 다녀도 쬐금은 불공평하단 생각이 들기도 해”

“오, 너답지 않게... 그 정도로 멋있어? 여튼 영화에 대해 얘기 좀 해줘”

“세 형제의 집안에서 일어난 얘기를 다루고 있어. 막내 샘에게 시집온 수잔나, 알프레드, 그리고 트리스탄에 얽힌 아름다운 얘기야. 어떤 사람들은 여자 하나를 놔두고 삼형제가 거시기한 막장 드라마라고 얘기하지만 아주 철딱서니 없는 얘기지. 내가 본 영화 중 제일 아름다운 영화라고 얘기하고 싶어”

“와, 왼수 니가 그 정도로 얘기할 정도면 장난 아니네”

“맞아. 삼형제의 사랑 얘기도 죽이고, 영상미도 죽이고, 음악도 쩔지. 그 중심에는 당연히 피트 형이 있고. 내 생각엔 감독이 피트 형을 멋있게 보이려고 작심하고 만든 거 같애. 파이트 클럽에서도 멋 있었지만 이 영화에서 피트 형의 아우라는 정말 야성미의 종결자야. 근데 이 영화를 정작 제일 아름답게 만든 건 뭔지 알아?”

“그게 뭐야?”

“OST라고도 하는 주제 음악이야. 바로 제임스 호너 James Horner가 진두 지휘한 음악 때문에 이 영화가 더욱 아름답게 느껴져”

“아, 얼마 전에 타계한 그 사람?”

“그래. 불의의 비행기 사고로 가셨지”

“어째 오래 살아야 할 사람들은 빨리 가고, 빨리 갔으면 하는 사람들은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사는 거 같아”

“우짜겠누, 그게 하늘의 뜻인데. 여튼 이름난 영화 음악가들 중에서도 난 호너를 제일 좋아해. 물론 한스 지머, 에니오 모리코네, 존 윌리엄스 등도 좋아하지만 타이타닉, 아바타, 그리고 가을의 전설을 내게 선사해 준 제임스 호너를 따라가지는 못해. 셀린 디온이 부른 타이타닉 주제곡 My heart will go on 생각나지? 그것도 호너가 만든 노래야”

“그렇구나. 꽤 유명한 영화 음악을 많이 만들었네”

“스펙상으론 위 세 명의 거장들을 따라 가지는 못하는 거 같은데 내겐 달라. 가을의 전설 하나만으로도 나에겐 거장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해. 양이 아니라 질의 중요성을 얘기하는 거야. 또 재밌는 건 영화 가을의 전설이 바이올린을 다시 보게 된 계기가 됐어. 최고의 악기라고까지는 못하겠지만 우러러보게 됐어. 동영상 4:42 부분을 보면 트리스탄이 오랜 방황을 끝내고 수잔나에게 돌아오는 장면이 나와. 영상 초입엔 피아노 선율이 울렸는데 그 장면에선 바이올린으로 바껴. 트리스탄과 주변 인물들의 삶이 오버랩되면서 내 감성을 최대치로 끌어 올리는 순간이야. 그제서야 알았지, 바이올린의 진정한 가치를”

“니가 그렇게 얘기하니 그런 거 같기도 하네”

“이 영화를 보고 다시 한번 더 깨달았어, 음악이란 정말 위대하다는 걸. 다른 창작자들도 위대하지만 난 음악 만드는 사람들을 최고로 쳐. 왜냐하면 청각이란 다른 감각들처럼 거짓이 덜 한 거 같거든. 아주 직접적이고 직관적으로 다가온다라고 할까. 그래서 제임스 호너의 죽음이 더 안타까워. 주옥 같은 음악을 만들었던 한 사람이 갔으니 그런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확률도 줄어 들었다는 말이거든”

“니 얘길 듣고보니 안타까운 죽음이네. 그건 글코 니가 생각하는 최고의 장면은 뭐야?”

“최고의 장면이라기 보다는 싸나이 왼수의 심금을 울린 몇 장면이 있어


피트 형이 오랜 방황 끝에 금의환양하는 장면이야. (1:40부터) 아부지 Ludlow대령(Anthony Hopkins)은 뇌졸중으로 제대로 걷기도 힘든 상황에서도 아끼는 둘째 아들 트리스탄과의 재회를 기념키 위해 술 가져 오라고 해. 그러면서 휴대용 칠판에다 AM HAPPY라고 쓰지. 그러면서 포옹...앤서니 홉킨스의 연기 내공이 빛을 발해. 그리고 또 하나의 장면

Ludlow가의 최후 복수씬이라고 할 수도 있는 장면이야. 그리고 이어진 아부지와 큰 아들의 극적인 화해, 반전의 장면이고 나를 또 찔끔거리게 만들었던 장면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넌 감수성이 참 많은 어린이인 거 같애”

“나이를 먹을 수록 눈물이 많아지고 감수성이 붓물 터지듯이 나오네 ㅋㅋ 이 영화는 음악과 영상미, 그리고 피트 형의 아우라만으로도 한번 볼 가치가 있는 영화야. 아, 정말 피트 형의 간지는 동양인은 절대 흉내도 못 낼 만한 뭔가가 있어. 그리고 영화 선택도 잘 하는 거 같아. 내가 좋아했던 파이트 클럽, 벤자민 버튼, 세븐 같은 영화에도 출연했었고. 그러고 보니 데이빗 핀쳐 감독과 죽이 잘 맞았네. 여튼 이 영화 꼭 함 봐봐. 내가 얘기하는 피트 형의 매력과 음악에 뻑 갈 거야”

“시간 내서 보도록 할게. 오늘 영화 리뷰 고마워. 더 할 얘기는 없고?”

“지금까지 너무 무거운 얘기들만 했더니 몸도 마음도 무거워지는 거 같아서 오늘도 무거운 얘기 할게. 오감의 지배를 받는 인간으로서 오감을 충족할 수 있는 가치를 좇는 건 어쩔 수가 없어. 근데 오감을 충족하려면 뭐가 필요할까? 바로 돈이야. 적당하게 충족만 하면 별 문제 없는데 항상 과하니깐 문제가 생기는 거야. 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우리의 생활은 점점 더 편리해져 가고 편리는 돈과 직결 돼. 핸드폰만 봐봐. 옛날엔 그런 것도 없이 잘 살았잖아? 근데 이젠 스마트폰에 데이타에 돈이 점점 더 들어가. 그러니 돈에 점점 더 목을 매고 악순환의 연속이 되는 거야. 먹을 것도 풍족하고 정말 살기 편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행복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져 가. 그리고 앞으로 더 심해질 거야. 그럼 뭘 해야 할까? Memento mori 언젠가 죽는다는 거만 기억해. 그게 어디서 날 찾아오는지도 모르고. 바쁘다는 핑계 하에 말로만 버킷 리스트 하지 말고, 뭘 해야 후회하지 않을 인생을 살 수 있을까, 매일 고민을 해야 돼. 내일 내가 죽는다면 뭘 제일 먼저 할까, 이런 거 있잖아. 그러면 돼, 나도 그리 할 테니

Sort:  

아 이 영화 너무 감동적이었는데요
음악은 가슴을 울리게 했던 따뜻함이 있죠
삼형제도 너무 멋졌고ㅡ 브레드 피트의 매력에 푹빠져들었던 ..
글을 읽으니 다시 보고싶네요

전 아직도 피트 형의 매력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습니다^^

ㅎㅎ 여전히 멋있지요

음악과 영상미, 아버지의 내면을 잘 풀어낸 연기. 볼 가치가 충분하겠어요 : )

제가 아무리 피트 형을 좋아해도, 아무리 가을의 전설을 좋아해도, 지금 이곳에서 댓글 달아주시는 @bobo8님의 존재 가치가 훨씬 더 큽니다^^

시간내서 한번 봐야것어요~

아멘! ^^

Coin Marketplace

STEEM 0.20
TRX 0.13
JST 0.030
BTC 65359.95
ETH 3492.90
USDT 1.00
SBD 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