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부탁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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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기가 공들여 일구고 가꾼 것들과만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이 관계를 통해서만 자기 존재를 확장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일만 사람을 사귀고, 일만 가지 물건을 소유하고 있어도, 그중 어느 것 하나도 자신이 마음과 노력을 부어 길들인 것이 아니라면, 그 사람은 이 세상을 살았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누구에게도, 어느 물건에게도, 자기가 살아온 삶의 시간을 새겨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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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존재다. 현실이라는 것은 우주만큼 넓어서 방대하며, 인스타 피드처럼 맥락 없이 무차별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피드같은 현실을 엄지손가락으로 올리다보면, 현실을 직시하기보다는 현실에 끊임없이 치일 뿐이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지. 이 혼란에 치이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삶의 지침서같은 텍스트가 필요하다. 현실은 책을 통해, 영화를 통해, 혹은 물건을 통해서, 어떤 끄적임을 통해서, 그러니까 매개를 통해서만 직시할 수 있다. 황현산은 평생을 연구했던 보들레르의 눈으로 세상을 매개하여 바라봤다. 보들레르와의 관계 맺기를 통해 자신을 존재를 확장했다. 이제는 돌아가신 황현산 선생을 자신의 텍스트로, 자신의 렌즈로 삼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나는 내 작업에 내 삶을 새기고 있고, 내 작업을 매개로 세상을 본다. 반대로 누군가 나를 알고 싶다면 내 작업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 몸뚱아리가 있는 나 자체로는,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나는 분명 내 삶을 내 작업에 새겨놨는데 내 작업과 내가 일치되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과거의 작업들이 항상 내게 무한히 낯설다. 다시 나는 우주에 둥둥 떠다니는 존재가 된다. 어지러히 인풋된 현실더미에서 내 좌표를 확인해보려면 또 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 글쓰기도 그렇다. 나는 쓰기 전까지, 글의 방향이 이렇게 흐를 줄 몰랐다. 뻔한 결론을 돌아서 왔다. 일 열심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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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독서. 요즘 번갈아 읽고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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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제가 몇달 전 쓴 글을 읽어보면 낯설게 느껴지더라구요ㅋ 감성에 좌지우지되는 스타일이라 그런건지..ㅎㅎ 골라놓으신 책의 극단적인 취향이 흥미롭네요ㅋㅋ

제게 무해한 손오공입니다..ㅎㅎ 적어놓고보니 무해하다기엔 너무 지구 파괴를 많이 하긴 했네요. ㅠ

시간을 들여 쓴 기록에도 그런 애착이 생기는 것 같아요.

특히 손글씨로 적은 일기장이나 이런 것들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겠죠.

엇. 초오공전은 뭐죠?!

서점 갔다가 발견했어요. 옛날에 아이큐 점프같은 두께인데 드래곤볼만 다 들어있습니다 ㅋㅋㅋㅋ 셀, 마인부우, 피콜로대마왕 이런 식으로 크게크게 나뉘어져 있구요. 안 살수가 없었습니다 ㅎㅎ

ㅋㅋㅋ 드래곤볼은 다시봐도 재밌을 것 같아요.

언제나요 :)

드래곤볼 7개 얼른 모아서 자아를 찾으시길...ㅎㅎ

네 부지런히 모아야겠습니다...ㅎㅎㅎ

드래곤볼 인기 짱이었죠.
팔로우하고갑니다.

우와 서점에서 보물을 찾으셧군요 :)

네 ㅋㅋ 발견하는 순간 제 눈이 세 배로 커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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