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이 뚜이 이야기 #1 ] "넘지 말아요, 우리 사이 아직 30센티"
*[Intro] 현재 출간 준비 중인 에세이 원고들 중 일부를 스팀잇에 연재할 계획입니다. 제가 11년째 집사 노릇을 충실히 하고 있는 07년생 고양이 '뚜이'의 이야기입니다. -뚜이는 아마 자각하지 못하겠지만- 뚜이가 더 나이가 많아지고 기력이 쇠해지기 전에 뚜이와의 추억이 담긴 《사진 에세이집》 한권을 선물해주고 싶습니다. 물론 지금껏 같이 지내온 시간, 딱 그만큼 더 뚜이가 저와 함께 있어준다면 더할 나위가 없고요.
더디게 온 만큼 쉬이 식지 않을 마음
“넘지 말아요, 우리 사이 아직 30센티”
뚜이는 상대가 사람이든, 고양이든 늘 일정하게 유지하는 자신만의 ‘간격’이 있다. 자신만의 간격을 목숨처럼 확보한다는 점에서 마치 사무라이 시절의 칼잡이들 같다. 아마도 뚜이는 그 정도의 공간쯤은 확보해야 본인이 안전하다고 안심하는 듯하다. 정확히 재본적은 없지만 대략 50cm 내외다. 성인이 손을 아주 힘껏 뻗으면 손끝이 살짝 닿기는 하지만 절대 편히 만질 수는 없는 거리, 뚜이는 그 거리를 철저할 정도로 지키는 편이다.
뚜이는 10년 넘게 동고동락한 우리 부부한테도 웬만해서는 곁을 잘 내어 주지 않았다. 본인이 우리 집사들한테 뭔가를 얻어내고 싶거나, 그냥 흥이 내켜 애교를 떨지 않는 이상, 예의 그 0.5미터는 얼음처럼 당최 녹을 기미가 없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아주 조금씩이기는 하지만 뚜이가 적어도 -아주 가끔은- 간격을 야금야금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 아니, ‘무너뜨려주셨다’는 표현이 더 맞을 듯하다. 고양이를 키운 이들은 공감할 것이다. 고양이들이 전에 보이지 않던 친밀감을 표현했을 때 집사 입장에서는 마치 성은(聖恩)이나 거룩한 은혜를 입은 듯한 느낌이 든다.
2018년 현재, 뚜이의 ‘절대 영역’은 이제 30cm를 약간 넘기는 중이다. 이제는 사진처럼 딱히 카메라 줌을 당기지 않아도 뚜이를 화면에 담을 수 있다. 사진을 찍고 나서 “고마워”하며 -“잘했어”가 아니다!- 머리를 씀다듬고 뺨을 어루만져 줄 수도 있을 만큼 지근거리가 되었다. 가끔 궁디 팡팡을 해주면 제 딴에 팬 서비스 차원인지 드러누워 갸릉갸릉 거려줄 때도 있다. 키운 지 10년을 꼬박 넘기고 이제 1년이 더 지나서야 뚜이는 암리치(Arm Reach) 안으로 들어왔다.
더디게 다가 온 만큼 뚜이의 마음 깊이도 결코 가볍지는 않으리라고 생각된다. 까칠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럽고, 도도하기로는 남부러울 것 없는 뚜이가 이만큼 우리에게 자신의 영토를 내어준 것은 제 나름대로 대단히 용기를 낸 일일지도 모르겠다. 욕심을 조금 부리자면 앞으로 뚜이의 절대 영역이 더 줄었으면 좋겠다. 뚜이가 이 세상 소풍을 떠나기 전에는 꼭 우리 부부와의 얼음 장벽이 흡사 봄을 맞이한 겨울처럼 눈 녹듯 사라져있었으면 한다. 지금껏 그래왔듯이 시간은 우리를 좀 더 뚜이 곁으로 데려다 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의 배달 속도가 조금만 더 빨랐음 좋겠다. 아직은 너와 천천히 멀어지고 싶으니까.
너무 예쁘네요!!!
30cm가 0이 되는 그날이 기다려집니다.
물론.... 지금은 30cm에서 조금 줄여진 것만으로도 너무 좋아보이네요 :)
감사합니다.^^
과연 0이 되는 그날이 올런지 저도 몹시 기다려지네요.
언제까지나 이렇게 밀당하면서 오래 머물러주기만 한다면야 더 바랄것이 없을 것 같아요 :D
새초롬하니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뚜이가 참예쁘네요 ㅎㅎ
ㅎㅎ가끔은 새초롬하게 앉아서 졸거나 몸개그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해서 저런 다소곳한 모습은 설정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해보기도 한다죠;;ㅎㅎ그런모습도 귀여워보이니 고양이바보가 아닌가 싶네요;;;ㅠㅅㅠ
저희 아파트 단지 주변에 사람과 자주 교류하는 고양이가 있습니다.
비오는 날 놀이터 처마밑에 비를 피하던 녀석을 하교길에 발견하곤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다가가서 손을 뻗었더니 그 녀석...
머리만 제 손을 피하곤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더군요.
고양이는 스스로 프라이버시를 자각하는 모양입니다.
그래도 언젠가 꼭 친해질거에요. 저자님도 화이팅!
그 눈빛을 경험하셨군요! :D
저는 11년이 넘도록 아직도 경험을 하고 있으니 고양이들의 공통사항인가 봅니다.ㅠㅅㅠ
가끔은 알겠다는 듯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머리를 쓰다듬는 것을 "허락"해주기도 합니다.ㅎㅎ
아파트의 그 고양이와도 자주 눈인사를 하시다보면 어느 날 서로만 알아채는 인사를 해주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가 됩니다. 그때부터는 이웃사촌인 냥이 에서 어떤 의미로 다가오지 않을까요^^
저도 앞으로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 더욱 분발하도록 하겠습니다. 화이팅!!
에세이집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응원해주신 마음을 가득 받아서 얼른 완성시키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