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없는 사람의 관심 | 나는 왜 스팀잇을 하는가

in #kr8 years ago (edited)

습관적이다. 스팀잇에서도 내 블로그만 둘러본 뒤 무심코 나간 적이 몇 번이나 있다. 페이스북을 할 때도 댓글에 대댓글을 남길 뿐 다른 사람들 방문은 하지 않았고, 블로그를 할 때도 혼자 보는 일기만 쓰면 끝이였다. 이건 싸이월드를 했을 때부터였다. 일촌이나 친구 신청을 먼저 하지도 않았고 원래 있던 친구 목록도 종종 정리했다. 같은 맥락인지는 모르겠는데 내 방이 생겼을 때도, 나는 책상과 침대 하나만 있었으면 했다. 다른 가구들로 내 방이 좁아지는 게 싫었다.

참 남들 일에 관심이 없다. 그래서 좋은 건, 조금은 더 내 방식대로 살 수 있는 점? 하지만 소통 바보가 되고 시대에 뒤쳐진다. 하긴, 핸드폰 없이 살고 있으니 말 다했다. 우리 아부지가 그렇다. 맨 혼자 산에 오르고 별을 보고. 그래도 전엔 바둑 두신다고 집에 친구 분들이 놀러오시곤 했는데 요즘엔 역사 공부에 빠져서 매일 책만 보신다. 어릴 땐 그런 아빠가 혼자만의 성에서 혼자만의 정원을 가꾸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 아빠도 여적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으신다.

그런데 엄마가 문제다. 남들에게 관심이 너무나 많으셔서 걔는 뭐한다더라, 그 집은 어떻더라 매일 그런 소리다. 수능 끝나고가 피크였다. 친구들이 어느 대학에 들어갔냐고 하도 물어오셔서 전화해서 직접 물어보세요. 라며 졸업앨범을 드린 적도 있다. 나는 궁금하지도 않고, 그깟 대학교 어딜 들어가든 무슨 상관이냐 싶었다. 그런 엄마는 사교계의 여왕이었다. 늘 주변에 사람들이 많았다. 엄마가 모임에 나갈 수 없는 지금까지도, 사람들은 먼 우리집까지 찾아온다.

요즘 보팅바가 40,50% 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무 글에나 보팅을 남발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리워드가 있을 법한 글에 보팅을 골라 했느냐? 그건 더욱 아니다. 스팀잇에 자꾸 관심이 가는 사람들이 생기고 마음이 가는 글이 보이는 바람에 그렇게 되었다. 보팅바를 80%대까지 회복하기 전에는 스팀잇을 좀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눈에 밟히면 자꾸 보팅을 하게 되어서. 그런데 내 글에 달린 리플을 내버려 둘 수가 없어 또 들어왔다. 댓글을 달고 바로 나가려다가

‘내가 왜 스팀잇을 하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 스팀잇에서 소통하고 있는 것을 지인들이 알면 엄청 서운해할 노릇이다. 카톡 메세지 확인을 하지 않는다고 안그래도 원성이 자자한데. 습관처럼 내 블로그만 둘러보고 휙 나갔다가도 ‘아니지’ 하는 생각에 다시 들어와 딴 사람들의 글을 보러 간다. 심지어 먼저 팔로우를 하기도 한다. 내가 변한건가? 보팅때문에 인맥관리를 하나? 외롭나?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남들한테 관심이 있었다고?

나도 관심을 받았으니까. 나도 관심이 필요했었으니까. 나도 보상을 받았으니까. 나도 보상이 필요했었으니까. 스팀잇에 글 쓰는 사람들, 우리 다 같은 마음 아닐까 하는 동질감이 나를 붙든다. 차라리 모두가 고래고 나만 플랑크톤이면 전처럼 무심하기라도 하겠는데, 플랑크톤끼리도 이리 온정을 주고 받으니 보팅조차 못하는 마음이 편치가 않은 것이다. 얽매이게 되면 못쓰는데. 게다가 이 곳은 나 혼자만 잘 살면 의미가 없는 곳이다. 그럴 수 있다고 믿는 것조차 교만 아닐까. 무관심이 관심으로, 불통이 소통으로, 교만이 헤아림으로 바뀌는 곳이 스팀잇이 아닌가 싶다. 최소한 나에게, 아직까지는 그렇다.

그래도 오늘만큼은 보팅파워 회복을 기다릴겸, 스팀잇을 몰랐던 때의 일상으로 잠시 복귀하려고 한다. 밀린 설거지도 하고, 세탁기도 돌리고, 어느새 텅 빈 냉장고도 채워야겠다. 한달 간 쳐다보지도 않은 스페인어(내가 남미에 있다는 것도 잊을 지경이다)와 일본어 공부도 좀 하고, 요즘 너무 혼자 둔 룸메이트와도 놀아줘야지. 밀린 카톡 답장도 좀 하고... 그동안 무심했던 것들에 관심을 좀 주어야지 안되겠다. 방문해주신 분들 답방은 수일 내 꼭 할 것이다. 사교계의 여왕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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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spring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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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가는 글이네요. 저도 살면서 SNS를 이렇게 열심히 해본 적이 있나 싶어요.
처음에는 보상 때문에 시작하게 됐지만 하다보니 그걸 넘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sleey 님 반가워요 :-) 스팀잇 계속 해오시는 분들 하나같이 하시는 말씀이 돈 벌러 왔다가 사람 얻어간다 는 얘기더라구요. 저도 요즘들어 공감합니다 :-)

타인을 대하는게 지인을 대하는 것보다 쉽곤 합니다.

@kmlee 님, 그러게 말이예요. 최소한 내게 실망하고 돌아설 거란 겁은 나지 않는 걸 보면.

글을 올리고 정신없이 댓글을 달고 보팅을 하다보면
딱 한시간만에 보팅파워가 60퍼센트 이하로 떨어지는걸 보고
적당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요즘입니다 ㅎㅎ
정말 공감합니다 스프링필드님-

신농님 :-) 보팅파워 유지하시는 분들이 대단하기도 하지만 퍼센티지가 늘상 적은 분들에게 더 온정과 인간미가 느껴지기도 한답니다. 음. 다운보팅 리스트를 보고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충격이 크셨을텐데 부디 잘 추스리시고 앞으로도 좋은 글 계속 써주세요..!

가끔은 일상으로 돌아오면 스팀잇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ㅎㅎ 먼 타지에서 힘내십시오! ㅎㅎ

패밀리닥터님 :-) 그립기도 전에 궁금에서 요로코롬 또 들어옵니다. 감사해요. 의사선생님이 응원해주시니 정말 힘이 나는 걸요? :-)

스프링필드님!

밀린 카톡, 쌓여가는 빨래, 텅빈 냉장고,
(전 방도 지저분해요), 여행을 하는지 스팀잇을 하는지,
여자친구한테 혼자고

참 공감이 많이 됩니다^^

사실 지금도 혼나고 있구요

언제든지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카톡주시면 정말 치킨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왜 안되는 걸까요 ㅠㅠ?

좋은하루 보내세요
항상 응원합니다!

브양님, 아이구야 ㅎㅎ 우리 누가누가 더 폐인(?)인지 겨루는 것 같아요. 주팔님 놔두고 스팀잇한테 한 눈 팔다닛! 브양님, 혼나셔야 합니다 ㅎㅎㅎ (치킨 받으러 제가 뮌헨으로 가는게 더 빠를 듯? +_+)

독립적이 생활 방식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ㅎㅎ
어머니랑 아버지는 반대시기 때문에 서로 끌리시지 않았을까요?
스팀잇은 자발적으로 시작하셨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관계를 끌고 나갈 수 있어서 좋아하시는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ㅎㅎ
매력있어요 스팀잇!

@amukae88 님 반갑습니다 :-) 스스로 참 무심하다고 생각했는데, 독립적이라고 말씀해주시니 그동안 단점으로 여겼던 것이 다시 보이네요. 어머니와 아버지는 그냥 서로 나이가 차서 결혼하셨다고 하던데요 ㅎㅎㅎ 글 읽어주시고 제게 새로운 관점까지 주고 가시니 더욱 감사합니다. 앞으로 자주 뵈었으면 좋겠어요! >ㅅ<

나이가 차서ㅋㅋㄱ 자연스러운 순서였군요
왜 독립적이라고 생각했냐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제가 그런 편이거든요
지금은 무심한 타입에서 좀 벗어났지만 저는 남을 크게 궁금해하지도 않았습니다ㅎㅎ
친구들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요
성격에는 다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공감이 많이 가는 글입니다. 어느 sns에서도 실생활에서도 저는 아직은 제가 우선이었고, 남을 신경쓰지 않았습니다...ㅎㅎ 하지만 스팀잇 세상에서는 어느순간 제가 소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남의 글을 읽는게 행복했습니다. 지금 스프링필드님 글을 읽으며 너무 행복하네요!!ㅎㅎ 스팀잇의 매력인건지... 보팅파워 편히 충전하고 오세요^^

@hongyeol 님 오셨어요 :-) 신기하네요. 저도 늘 제가 우선이었는데 이 곳에선 소통을 하고 있더라구요! 다른 이들의 글에서 배움과 즐거움을 얻어가고요. 이리 비슷하다니 @hongyeol 님을 만나 다시 한번 반가운 걸요? :-)

공감가네요~ 저는 시작한지 얼마 안된 뉴비인데도,,ㅎ
하루쯤은 스팀잇을 몰랐던 일상으로 돌아가는것도
좋을 듯 합니다.^^
그동안 못햇던 것들 일상에서 채우시고 오세요.^^

앤블리님 :D 스팀잇은 원래 뉴뉴비일 때가 제일 힘든 것 같아요. 외롭고, 어렵고 ㅜㅜ 저도 이제 한달 지나 겨우 적응 중인데.. 제가 얼른 앤블리님 블로그 놀러가도록 하겠습니다! >ㅁ<

저도 다른 곳은 다 팽개쳐두고 스티밋만 붙잡고 있네요. 뭘까요, 그 비밀이.

브리님도 그러시다니 ㅎㅎ 스팀잇이 가만보니..옴므파탈? 구미호? 뭔가 사람 홀리는 구석이 있는가 봅니다 :D

씨국물의 안부도 전해주세요.

@eternalight 님 ㅎㅎㅎ 어떡하죠? 저 아직도 우리고 있어요 >ㅅ< 이제는 매일같이, 무슨 주술행위라도 하는 것 같아요.

그 국물 베이스로 요리하면 뭐든 맛있을 것 같아요. ㅎㅎㅎ이제 고기는 역할을 다 할 때도 된 듯해요. 오랜만에 오셨는데 좋은 것만 보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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