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치료에서 정신적 심상의 활용: Imagery Rescripting

in #kr-psychology6 years ago (edited)

imagery rescripting 이라는 치료 테크닉이 있습니다. PTSD 환자를 치료하는 데 사용되다가 현재는 사회불안장애, 우울장애뿐만 아니라 섭식장애, 성격장애 등에까지 널리 활용되고 있는 초진단적 치료 기법입니다. 이 기법은 기법의 이름처럼 심상(image)을 활용합니다. 반복적이고 불수의적으로 머릿속에 침투하는 부정적인 내용의 심상이 야기하는 여러가지 해악을 완화시키기 위해, 현재 되풀이되고 있는 부정적 심상의 근원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됩니다. 현재 부정적 심상과 비슷한 테마를 지닌 과거 기억을 찾고, 그 기억을 떠올리며 기억 속으로 성인인 내가 들어가는 것이죠. 상상 속에서 과거 특정 시점으로 타임머신을 타게 된다는 것입니다. 과거 특정 시점으로 들어가서 과거의 나에게 도움을 주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나를 비난했던 누군가에게 어린 내가 대항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방식으로 도울 수 있겠죠. '넌 저 사람들이 말하는 것만큼 이상한 아이가 아니야'라고 말할 수도 있겠고 그냥 옆에 같이 있어줄 수도 있겠죠. 어떻게 하느냐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누군가는 그냥 어린 내 곁에 같이 있어 주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하겠죠. 그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말입니다. 정해진 것이 없다는 점에서 이 기법은 반구조화된 치료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imagery rescripting의 모든 과정이 정신적 심상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우리가 머릿속으로 심상을 그려내는 것은 현실에서의 경험과 유사한 정서적 및 행동적 반응을 야기합니다. 이는 수십년 간의 연구를 통해 입증돼 왔습니다. 심리치료에서도 심상이 빈번하게 활용되고 있죠. imagery rescripting은 새로운 기법이라기보다 이미 심리치료자들이 빈번하게 활용하던 심상을 연구의 틀 안으로 끌어들여 오는 과정에서 이름붙인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지금 이런 쪽으로 국내 학술지에 논문을 한 편 투고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기대한 연구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허점이 많아(ㅜㅜ) 좋은 학술지에는 실리지 못 할 것 같지만 그래도 일단 투고는 해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와 관련된 연구가 한두 편 소개될 예정입니다. 우선 사회불안장애에서의 imagery rescripting과 관련된 흥미로운 논문이 있어 조만간 소개해 볼 예정입니다. 임상심리학 탑 저널인 The annual review of clinical psychology에서 [Mental Imagery in Depression: Phenomenology, Potential Mechanisms, and Treatment Implications]라는 제목의 논문이 2016년에 소개됐는데 이 논문도 여력이 되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임상심리학 안에서도 매우 세분화된 분야라 관심을 가지실 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제게 흥미로운 내용이 다른 누군가에게도 흥미롭게 느껴진다면 기분이 좋을 것 같네요.

글을 통해서, 우리는 환자와 함께 있을 때 표현하지 못했던 내면의 소리를 표현할 수 있다. 논문이나 책을 쓰는 일에 빠져 있을 때, 나는 마음이 열려 있으면서도 집중되어 있는 독특한 의식상태로 들어가는데, 그러한 상태에서는 나의 깊은 곳에 존재하는 표현 욕구를 편안하게 표현할 수 있는 고향에 돌아온 듯한 느낌을 갖는다. 정신분석적 심리치료 1판 4쇄, 낸시 맥윌리엄스, 416쪽.

Sort:  

네버마인드란 게임이 떠오르네요. 추상적이고 불완전하게 구현화 되었던 심상세계에 들어가는 것이라 실제 벌어졌던 상황과는 차이가 있지만요. 저도 가만히 멍때리다 보면 과거에 '비정상'으로 간주되고 교정 및 처벌(구타)되었던 경험을 수도 없이 떠올리며 번뇌할 때가 있어요. 가끔은 글로 현출해서 다른 사람들이랑 의견을 나누곤 하죠.

힘든 기억이 있으시네요.. 글쓰기 자체도 치료적인 효과가 있는데 그것을 다른 사람과 나눈다는 것은 힘든 기억들을 내 삶의 일부로 통합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실제로 글로 나누는 것이 도움이 되셨는지 궁금하네요.

가끔 나도 모르게 궁시렁 궁시렁할 때가 있는데 자꾸 반복이 되면 안 되겠다 싶어서 글로 써요. 그 후에 타인과 의견을 공유하면 해당 기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부정적인 감정은 더 이상 안 생기는 것 같아요. 상대방이 공감해주면 더 큰 위안이 되죠. ㅎㅎ

힘든 기억들조차 수용하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으신 것 같네요.

스팀잇 kr-인명사전 등록 확인 바랍니다. cute.jpg
https://steemit.com/kr/@ranesuk/kr-update-2018-5-5

Coin Marketplace

STEEM 0.19
TRX 0.15
JST 0.029
BTC 63626.66
ETH 2640.26
USDT 1.00
SBD 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