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 딸과 함께 한 고난의 마카오 여행기(에필로그)

in #kr6 years ago (edited)

출발 전부터 별로 설레지 않는 여행이었다.

18개월 아기를 데리고 갈 수 있는 나라는 비행시간을 고려할 때 일본, 아니면 동남아, 혹은 괌/사이판 정도이다.

일본을 가려 했지만 사정이 생겨서 취소하고 와이프 제안에 따라 마카오로 행선지를 정했다.

기대가 아예 안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기를 데리고 외국을 나가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

아기가 엄빠를 닮아서 겁이 많고 예민해서 더 걱정이 됐다.

그래도 와이프가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으니 가지 말자고 할 순 없는 노릇..

나 또한 1년에 한 번 정도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해 오던 터라 거부할 이유가 딱히 없었다.

그럼에도 스케쥴도 짜고 식당도 예약하고 하는데 마치 일처럼 느껴졌다.

가뜩이나 요새 업무량이 많아지고 토욜 상담 서너 사례를 9개월 동안 병행하다 보니 컨디션도 좋지 않고 소진되기 일보 직전이라 더 그랬던 것 같다.

지난 일요일 출국이었는데, 토요일에 상담했던 내담자 중 한 명이 매우 힘든 마음상태라 그 또한 마음에 걸렸다.

더욱이 토요일부터 아기가 열이 좀 있었는데 결국 마카오 가서 아기도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구내염이 와서 밥을 제대로 먹기 힘든 수준이 됐다.

여행 2일차부터는 염증 때문에 입에 뭐만 들어가도 울고불고.. 여행은커녕 와이프는 아이 캐어하기에 바빴고 난 슬슬 멘붕이 오기 시작했다.

아이 먹을 게 없다는 말에 햇반을 가져갔는데 그 으리으리한 호텔들 중 전자레인지 쓸 수 있는 곳이 단 한 곳뿐이었고

중국 사람들의 길거리 흡연으로 인해 불쾌하기 이를 데 없었다. <-- 이것 때문에라도 다시는 중국 근처에는 가지도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후진국은 가질 말아야..

호텔에서 나는 싸구려 향수 냄새 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다.

마카오는 마치 '나 돈 엄청 많아!'라고 자랑하는 영혼 없는 졸부의 도시 같았다.

인스타그램에 허세 사진 올리기 좋은 그런 도시랄까.. 정말 딱 그 정도다.

동양과 스페인 문화가 섞여 있다는 점이 매력이고 미식의 도시이긴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문화적 특색이 살아 있는 마카오 반도에서 오래 있기는 어려웠다.

세인트폴대성당 주변은 월요일이었음에도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룬 상황이었고,

아이가 유모차 타기를 거부하고 그렇다고 걷지도 않으려는 진퇴양난의 상황인데다 와이프도 더위 때문에 힘들어 하는 상황에서, 관광이고 뭐고 다시 다리를 건너 호텔 쪽으로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공들여서 스케줄 열심히 짰는데 물거품이..

화요일에는 미슐랭 3스타라고 하는 the eight 레스토랑에 갔는데, 여긴 아기 데리고 갈 곳은 아니더라. 아기 데려온 사람, 다른 사람 식사 방해 안 되게 주의하라면서 무슨 에티켓이 적힌 쪽지 나눠줄 때부터 별로였다.

그리고 메뉴판이 정말 거지 같았는데, 서브웨이에서 샌드위치 시키는 것도 스트레스라 와이프에게 떠넘기는 내게는 다른 분야의 논문 보는 것처럼 어렵게 느껴졌다. 결국 어떤 사람 블로그에 있는 것 그대로 따라 시켰다. 먹는 것에 별 가치를 두지 않는 사람에게는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기 쉬운 레스토랑이다.

딤섬 맛있다고 해서 먹어봤는데.. 맛도.. 내 입맛이 저렴해서 그런가 페퍼런치가 훨씬 맛있었다. 11만 원이 아까웠다.

비싼 돈 내고 ㄱ고생만 하다가 왔다.

딸이 무슨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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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위로의 말씀드려요. 공도 많이 들이고 비용도 들었을텐데 참으로 고생스런 여행이셨군요. ㅠㅠㅠ 비행기 타고 가는 아가들 울때 불쌍해서 딱하더라고요. 마카오는 관광지 느낌이 강하군요. 길거리 흡연은 ㅠㅠㅠ 어흑 집에서 푹쉬시길!! 일같은 여행.. 안타깝네요 다음엔 정말 맘편히고 많은 의미있는 여행 되시기를

감사해요 fgomul님이 상담자네요. 위로가 됩니다 ㅎㅎㅎ 너무 힘들었어요 ㅠ

애기가 어리면 힘들죠, 아무래도. 고생하셨네요.

공감 감사합니다. 아기와 첫 해외여행이다 보니 시행착오를 겪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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