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3주차 보고

in #kr8 years ago (edited)

14904162870_199d683ea7_b.jpg

#1. 평소보다 좀 더 일찍 1등기업 기자실에 들어왔다. 아침도 쫄쫄 굶어서 탕비실에 들어갔는데 너무 진한 편의점 음식 냄새가 났다. 인스턴트 고기 핫바나 고기산적 같은 걸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나는 냄새. 아 맛있겠네 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좀 있으니 그 냄새가 다가왔다. 그 남기자는 내 바로 옆자리에 커다란 종이컵을 두개 겹친 걸 놓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왔다갔다 하더니 나무젓가락을 가져와서 맛나게 먹는다. 탕비실에서도 먹을 수 있는데 굳이 기자실 자리까지 가져와서 온 실내에 냄새를 풀풀 풍긴다. 탕비실 안에 있을 땐 맛있는 냄새지만 기자실로 넘어오면 지독한 노매너의 냄새다. 안에 있던 기자들이 괜히 바로 옆에 있는 나까지 흘끔거릴 정돈데, 둔감한 건가 뻔뻔한 건가.

#2. 어제는 요 기자실에서 나가기 전 공용컴퓨터에 있는 주차정산 프로그램을 실행했는데 처음 접해보는 언론사 홈페이지가 떡하니 뜬다. 이게 뭐하는 짓인지. 출입에 일정 요건이 필요하지 않아, 아무나 막 들어올 수 있는 출입처에 오면 으레 볼 수 있는 현상이 '공용컴퓨터 점거'다. 기자실 공용컴퓨터는 여기처럼 공통의 용무를 볼 때나, 프린트를 할 때를 위해 준비돼 있다. 근데 일부 언론사 기자라는 사람들은 거기서 일을 한다. 노트북이 없는 회사도 있다. 아니면 쓸 일이 별로 없어서 안 들고 다니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국회에서도 봤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봤다. 어제의 경우는 공용 컴퓨터에서 자기 일을 하다 못해 아예 브라우저 홈페이지를 자사 페이지로 설정해 놓은 것. 애사심 쩐다.

#3. 나는 통화하는 내용 남이 듣는 게 싫어서 전화도 나가서 하는데 여기 기자들은 참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통화를 한다. 지금도 옆에 앉은 기자가 딱 봐도 홍보맨한테 전화해서 친구처럼 반말을 하면서 넉살 좋게 통화를 하는데 온 기자실에 다 들리는 볼륨이다. 오늘 저녁에 왜 안나오냐 나를 안 보기로 한 거냐, 안 맞는 사람이 있냐. 우리 누구는 오늘 나오고 싶었는데 남편이 야근이라 자기가 애를 데리러 가야 해서 못 나온다. 대충 이런 내용인데 음 매우 친한 친구나 애인한테 전화하는 것 같은 목소리다. 이 바닥에서 잘 하려면 요정도의 붙임성이 필요한 건가. 나는 친한 사람이랑도 얘기를 잘 못하는데 이런 된장 클났다.

#4. 그럼 그렇지 홍보팀 얘기 들어보니 별별 사람이 다 있다. 오전에 하루 종일 밥사줄 사람을 찾아 전화를 돌리는 기자도 있단다. 주로 중소업체를 많이 상대하는데 대기업에도 가끔 "밥 한 번 먹어야 되지 않겠느냐"는 전화가 온단다. 홍보팀 입장에선 거절할 수 없어서 나가긴 하는데 기사 얘기도 안하고 밥먹고 술마신단다. 홈페이지 들어가 보면 남의 기사 베낀 게 몇 개 올라와 있다고. 대기업에 광고는 어림도 없으니 중소 건설사 등을 찾아다니며 광고영업을 한단다. 직원 수가 몇 명 되지 않아 잘들 유지된다고.

#5. 산업부 와서 처음으로 광고특집이란 걸 해 봤다. 예전에 편집에 있을 때 광고특집면을 해 봤는데 각 기업의 홍보성 기사가 정확하게 똑같은 사이즈로 사진 하나, 기업마크 하나 물려서 바둑판식으로 들어간다. 내용도 참 읽을 것 없었던 기억이다. 상생, 나눔, 사회공헌, 비전 이런 주제인데 희한하게 보도자료를 업체가 아닌 광고국에서 보내준다. 산업부 기자면 먹고 살자니 어쩌겠냐 하고 응당 해야 하는 일인데 차장이 역할을 분담해 주면서 엄청 미안해 하는 거다. "짜증나지만 후딱 해치워 버립시다"라면서. 머 그리 대단한 거라고 저러나 하며 보도자료를 열어봤는데. 이런 개... 홍보선수들이 쓴 자료가 아닌 건 확실하고, 어쩌면 우리회사 광고국 직원들이 그 기업 기사를 찾아서 짜깁기 한 것 같기도 했다. 신문에 도저히 못 실어줄 만큼 느끼한 표현으로 자사를 홍보하는데, 머 건설부문 설명하다 화학부문으로 갑자기 넘어갔다가 다시 건설로 돌아오질 않나. 올해랑 작년이 왔다갔다 하질 않나... 쓸 데 없는 것 다 들어내면 남는 게 없었다. 아 이런 거구나 싶더라. 그냥 키워드를 뽑아서 검색해서 이미 나온 기사들을 참고해서 새로 썼다. 고생했다.

누가 산업부 편하다고 했나.

Sort:  

어느 자리에 있나 힘들긴 매한가지지만
노매너인 사람들 덕분에 눈살이 더욱 찌푸려지는 것 같습니다 ㅠㅠ
화이팅입니다!!

맞슈미다. 나름의 고충이 있겠지요 그들도...

이상과 다른 현실.. 씁슬하네요

산업부에 있는 동안은 개인의 직업적 성취 보다는 회사 전체의 이익을...ㅋㅋ

기자님 글 읽으면서 쿡쿡쿡했어요. 어쩜 야물딱지게도 쓰시는지 ㅎㅎ 시트콤 쓰셔도 되겠어요!(그렇다고 다 웃기다고 하는것만은 아닙니다) 고충을 너무 위트있게 써주셔서 ㅋ

저 검나 안 웃긴데 웃음 코드가 저희 아내랑 비슷하신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

ㅎㅎ
왠지 그부분에 꽂히네요
나는 조용한곳에서 통화하는데
남들은 아무도 없는거처럼 크게 통화를 한다
저도 그런사람들 이해 안되요
아무도 없는것처럼 전화하는 사람들!
이야기의 중심을 벗어나
죄송함돠
^^
ㅎㅎ 편한 오후되세요

방금 그 분이 주위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손톱을 쓱싹쓱싹 손질하셨습니다.

ㅎㅎㅎ 이렁 손톱까지~~!

3주차 체험기 잘 읽었습니다. ^^
적응이 되가는 것과 관례화 되가는건 차이가 있겠지만... 여러모로 생각이 많으시겠습니다. ㅎㅎ

ㅋㅋㅋ 저도 때 좀 타야 한다고 생각하는... 쿨럭

탕비실 노매너부터 웃기면서 슬프네요ㅋㅋㅋㅋ 공용컴퓨터 애사심 미친듯ㅋㅋㅋㅋ

예전엔 인권위에 진짜 말도안되는 브라운관 모니터 달린 컴퓨터 있었는데 어떤 기자아저씨가 거기 매달려서 기사를 하나 보내고는 누군가에게 전화해서 골프 부킹 좀 해달라고 요청하더군요 ㅋㅋ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이라고 봐줄라고 해도...최소한의 매너는 지켜야 할텐데 말이죠.
스스로 쓰담쓰담.ㅎㅎㅎ힘내십쇼!

그러게요 나름 종합일간지 다니면서 그런 소규모 언론사 언론인들을 타박해선 안 되겠죠...

시호님 스팀잇 톡방에서도 소식 자주 받아보고 있어요
늘 빠른 뉴스 감사합니다ㅎㅎㅎㅎㅎ
기자생활 힘드실 것 같아요. 읽는 입장에서는 흥미롭고 재밌지만요! 앞으로 자주 찾아오겠습니다ㅎㅎ

ㅋㅋㅋ 제가 한 건 별로 없구요. 그냥 성격 상 죄다 삐딱하게 보고 까고 조지는 터라 ㅋㅋㅋ 별로 힘들진 않습니다. 불만은 많지만요. ㅋㅋ

'젖과 꿀이 흐르는 지상낙원'에서 순식간에 고생길로 바뀌셨군요ㅎㅎㅎ 그래도 정치, 사회부보다는 편하다고 들었는데 막상 또 발 담가보면 뭐 하나 쉬운 일이 없는 것 같네요,, 단지 내가 비위를 맞추느냐 그래도 남이 내 비위를 맞춰주느냐의 차이 같습니다. 4주차에는 힘이 날만한 사건이 생기시면 좋겠습니다ㅎㅎ

내가 있는 곳이 가장 힘들다 라는 말이 있죠 ㅋㅋㅋ 근데 생각보다 일이 많고 사정상 머가 꼬여서 3주째 일요일 출근을 했지만 정치, 사회보단 안 힘들어요 ㅋㅋㅋㅋㅋ

이젠 좀 덜 힘드실 때도 된 연차시잖아요ㅎㅎㅎ

재미있게 잘읽고 갑니다 .
직장생활이 그리워 집니다

헉 그리워하실 필요까지야...

Coin Marketplace

STEEM 0.04
TRX 0.32
JST 0.082
BTC 61123.34
ETH 1583.02
USDT 1.00
SBD 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