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kiwifi님 고맙습니다.

조각

창문 열고 들어와
키 낮은 책장에 다리가 잘리고
치켜 올라간 블라인드에 머리가 잘린 햇살
그리고 먼지 서린 빛길을 비껴가지 못해
눈부시게 부서지고
색바랜 벽지 위에 앉아 물끄럼

거의 모든 것 잃어가며 찾아든 쪽방에
한 조각 따스함을 남겨주어 고맙다

스팀의 신비하고 놀라운 능력...

적은 양이라도 스파와 스달을 모으고 있는 건 확실하다. 이것은 분명한 사실임에도 전혀 체감할 수가 없다. 추정 자산 가치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2월 중순쯤인가, 약간의 스파업을 한 후 지금까지 대략 600여 개의 스팀을 모았다. 스팀 가격이 널을 뛰다가 자유낙하 하던 시점에는 추정 자산 가치의 맨 앞자리 숫자도 덩달아 자유낙하 하던 때였고, 또한 스팀만의 문제가 아니었으므로 그저 블록체인에 대한 종교와도 같은 믿음만으로 나무 관세음보살을 되뇌었다. 그렇다고 쫄거나 하지 않았으니 그것은 똥배짱이 있어서가 아니라 워낙 숫자의 변화에 둔감해서일 것이다. 게다가 현실 인식은 언제나 비관적인데 미래에 대한 근거 없는 낙관만큼은 천재적이라서 정녕 아무렇지도 않게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보상 금액이 날로 쪼그라든다는 것이 다만 안타까웠다. 보상 금액이 적어진다는 의미는 스팀이 덜 발행된다는 얘기니까 차후 반등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라는 생각은 역시 유니콘 피쉬다운 근거없는 낙관이었다.
스팀 가격이 안정권(?)에 들면서 추정 자산 가치도 큰 변화가 없는 시기로 접어들었다. 나는 여전히 나름 꾸준한 포스팅(2, 3일에 한 번)으로 굼벵이처럼 더디지만, 스팀 개수를 조금씩 늘려갔다. 재미난 현상은 이때부터 추정 자산 가치가 아예 고정되었다는 것이다.

기존 스파 가치(상수) + 늘어난 스파 가치(변수) = 추정 자산 가치(상수)

임의의 시점에서 기존 스파나, 늘어난 스파나, 1스파의 가치는 동일하다. 여기에 스파가 늘어나는 속도를 고려하면

나의전체스파x내스파가굼벵이처럼선형증가하는속도=추정자산가치(상수)

내가 가진 스파 총량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천천히 증가할 때 추정 자산 가치는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내 스파가 증가하는 속도는 거의 정해져 있으므로 마치 추정 자산 가치를 고정시키기 위해 인위적으로 내 전체 스파의 가치를 조금씩 하락시키는 것 같다. 즉, 스팀 가격에 대한 바로미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나보다 조금이라도 빠른 속도로 스파를 적립하거나 전체 스파의 증가량이 나보다 많다면 그 사람의 추정 자산 가치가 조금씩이라도 늘어날 것이고 그 반대라면 추정 자산 가치도 줄어들 것이다. 늘어나는 스팀의 양을 농도로 표시한다면 누군가 적정선의 농도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것도 딱 내 기준에 맞춰서... 누구냐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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