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습작] 양갱 가득한 방
양갱 가득한 방
양갱 가득 들어찬 방
가만히 누워 베어 먹고 깨물어 먹고
금세 사라질세라 홀짝대다 보면
텁텁한 목구멍에 물을 흘려보내야 비로소
숨을 낸다
또각 소리에 맞춰 양갱 갯수를 세다보면
팔십쯤 잠이 들고
뜨겁게 녹아내린 양갱액 끈적하게
빨갛게 고여있다
모양을 내기 위해 서늘한 불 필요한데
돌에 벽을 긁는다고 불꽃이 피어오를까
체온이면 적당하다 피가 돌고 돈다
달아오른 너의 숨결 방 안 가득 찼다
중력이 개어놓은 바닥 한가운데
허우적거리는 네가 열없이 찍혀있고
검붉은 백열등 양갱 속에 갇혔다
이제
옆 방 양갱 맛이 궁금하다
"* 양갱(羊羹)의 재료는 원래 양의 피와 고기였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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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P텁텁한 목구멍에 물을 흘려보내야 비로소
숨을 낸다...’이 표현 하나로 양갱을 다 설명 하셨습니다^*^
좋은 독법입니다. 그래서 저는 양갱을 먹을 땐 물과 함께 씹어먹습니다 (...)
양갱이 양의 육혈로 만들어졌었군요.
관계에서도 서늘함이 필요하죠.
제대로 모양을 잡기 위해.
온도는 중요합니다.
뜨겁기만 하다면 끓다가 증발해버리거나 흔적만 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차갑기만 하다면 애초에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모양이 없을 것이고요. 서늘한 불 - 정확히 보셨습니다.
'양갱(羊羹)의 재료는 원래 양의 피와 고기였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새로운걸 알아가는군요 !.
좋은글 잘읽고갑니다 ^ㅇ^
네. 제가 발칙하게 kr-food를 태그로 달아놓은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
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저녁 보내세요 :)
와우.. 원래 시를 쓰셨던 건가요..? 시가 춥지않지만 따뜻하지도 않은.. 답답하고 무거운 분위기같아요.
시는 원래 읽고 각자의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로 자의적으로 해석하는건가요?
해석을듣고싶슾니다
시를 빙지한 끄적거림을 예전에 조금 썼던 적이 있습니다. 답답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느끼셨다면 다행입니다. 제 의도는 성공한 것 같습니다. 배치된 문장을 읽고 단어를 읽고 느낌이 든다면 즐기실 자격이 충분합니다.
시는 다른 장르에 비해 비교적 열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심하게 깔린 시어 속에서 읽는 이는 자신의 삶과 대비하거나 교감할 지도 모릅니다. 저의 경우 시가 되고싶은 무언가를 적을 때엔, 시어들을 세심히 배치합니다. 그리고 몇 가지의 독해를 중층적으로 상상합니다. (하지만 손가락으로 셀 정도의 방향을 겹치게 합니다.)
주해를 잘 달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행위 자체로부터, 이미 직조된 시어의 세계를 제한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은 방향으로 읽으면 아무래도 재미없을 것 입니다. 시의 종류도 제각각이라서, 자의적이지 않도록 유도하는 시 들도 있습니다.
저 스스로는 인생과 타인에 대한 이야기를 읽지만,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꺼내어 놓고 읽을 때마다 의미가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
아 인생과 타인에 대한 이야기로 쓰신 시였군요..! 저는 아직 부족한 탓인지 처음 시를 읽을 때 불편한(?)느낌만 받는데서 더 생각이 뻗어나가질 못했습니다. 그래서 주해를 여쭤본 것이구요 .ㅎㅎ 아무튼 글 정말 잘쓰시는 것 같습니다. 감탄하고갑니다.@qrwerp님 ~!!
세세한 설명 정말 감사드립니다. :)
우리가 고등학교 때까지 배우는 시들은 대체로 아름답고 사람의 본연의 감정을 나타내는 시들이 주를 이룹니다. 이러한 불편함은 사실 당연하다고 봅니다. (제가 종종 도발적으로 적기도 하고요). 여기서의 양갱은 단순한 양갱이 아닙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원래 양의 피와 고기 였다는걸 알고보니 살짝 섬뜩하기도 하고 심오한 느낌이 듭니다 체온으로 충분하다 피가 돌고돈다.. 이 구절을 보니 기분이 묘합니다 이렇게 추운날에 나가면 양갱이 될거 같은..요상한 생각이 머리를 스치네요 웃긴 생각같지만 살짝 무섭기도.. 오늘도 멋진 시 잘보고갑니다 :-)
저도 양갱의 기원을 알게되고 나서,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요상한 생각 환영합니다. 우리의 머릿속을 속박하는 사상의 제한을 좀 더 풀어헤치자는 것도 시의 목적 중 하나입니다 :)
모순적인 표현이 역설적으로 적당함을 잘 드러내는 거 같습니다.
양갱이 양의 피와 고기로 만든 것에서 시작되었음을 처음 알았네요. 양양 자에 물수변이 붙어서 洋 바다 양 자를 써서 서양에서 넘어온 과자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말이죠.
배치해 놓은 장치를 잘 보셨습니다. 양갱은 정말로 과자로만 존재할 때가 좀 더 나았던 것일까요?
적당함은 정말로 모호하고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극단이 오히려 쉬울때가 많을 것 같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