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블록체인 시대를 앞둔 충무로의 해묵은 논쟁

in #kr6 years ago (edited)

(기무사가 지난해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기각을 전제로 구체적인 계엄령 실행 방안이 담긴 문건을 작성했다는 뉴스는 웬만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다.)

개인적으로 스크린 독과점과 대기업 수직계열화를 둘러싼 논쟁은 해묵었다고 생각한다. 두 문제를 포함해 영화계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법적 규제만이 유일하다는 주장도 해묵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오해는 마시라. 나 또한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개정안이 상정되면 구조적 문제의 상당수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믿고 싶다. 그럼에도 매년 같은 논쟁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이제는 진부해보인다. 정말 대기업의 배급과 상영을 강제로 분리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일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합법적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대기업의 배급과 상영 사업을 분리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기는 할까. 대기업 또한 이 논쟁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얼마 전 진행했던 서정 CJ CGV 대표와의 인터뷰 "관람객의 영화 트렌드가 점점 바뀌고 있다" 중에는 이런 얘기도 나왔다.

-해묵은 논쟁이지만 스크린 독과점 얘기도 해보자. 영화계 구성원들은 “극장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될 것 같은 영화만 밀어주기 때문에 스크린 독과점이 발생한다”는 의견인데. =잘되는 영화에 상영관을 수요만큼 적절히 주는 것, 잘 안 되는 영화들은 자연스럽게 시장 내에서 서큘레이션되어 대기하고 있다가도 다시 상영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편성의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스크린 독과점에 관해서는, 영화 상영업이 1년에 몇번의 중요한 시즌을 갖고 있지 않나. 추석, 설, 여름과 겨울방학 시즌, 그리고 중간에 마블 영화가 튀어나오는 5월이 있다. 특히 5월은 국내 배급사들이 피하는 시기다. 이런 시기에 일부 스크린 편성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 나 역시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5월을 제외한 나머지 주요 시즌에 발생하는 스크린 독과점은 굉장히 일시적이고, 통상 일주일로 그친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지난 목요일에 마감한 국내뉴스로 쓸만한 거리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부천국제판타스틱 기간에 열린 토론회 ‘한국영화 기울어진 운동장, 어떻게 할까?’, 부천 판타스틱 큐브에서기사를 썼다. 스팀잇을 통해 블록체인을 알지 못했더라면, 얼마 전 할리우드에서 온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스튜디오 슬레이트(2주 뒤 특집 기사가 <씨네21>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블록체인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직도 여느 영화인들처럼 스크린 독과점과 대기업의 수직계열화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대기업의 배급과 상영을 분리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을 거다. 현실적으로 영비법 개정안이 상정되기 어렵다면, 최근의 안철수 전 의원, 도종환 의원 등 수많은 의원들이 영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왔지만 상정되지 않았던 현실을 감안하면 어쩌면 블록체인이 한국 영화 산업의 오랜 고질병을 해결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얘기는 조만간 자세하게 하게 될 날이 올 거다.

이 기사를 쓰면서 지난주 크게 화제가 되지 않은 국회발 뉴스가 있었다. 지난 7월16일 20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상임위원회 배정이 완료됐다는 소식이다. 원래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이라고 해서 교문위였는데 교육이 따로 떨어져나가면서 ‘문체위’가 됐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소병훈·손혜원·우상호·유은혜·이상헌·정세균(더불어민주당), 김재원·박인숙·조경태·조훈현·염동열·한선교·홍문표(자유한국당), 김수민·이동섭(바른미래당), 최경환 민주평화당 의원으로 새로 구성됐다. 전재수·노웅래 같은 오랫동안 영화계 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의원은 다른 상임위로 옮겨갔다. 새로 배정된 의원들, 특히 여당 쪽 면면을 보면 안민석, 손혜원은 영화보다는 체육계 비리에 관심이 많고, 나머지 중 영화에 관심이 있을만한 의원들은...모르겠다. 앞으로 취재하면서 어느 루트를 통할지 머리를 많이 굴려야 할 것 같다.

Sort:  

(jjangjjangman 태그 사용시 댓글을 남깁니다.)
[제 0회 짱짱맨배 42일장]4주차 보상글추천, 1,2,3주차 보상지급을 발표합니다.(계속 리스팅 할 예정)
https://steemit.com/kr/@virus707/0-42-4-1-2-3

4주차에 도전하세요

그리고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관람인의 선택권을 빼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보아요...ㅠㅠ

앞으로의 문체위의 행보가 어떨지...

bluengel_i_g.jpg Created by : mipha thanks :)항상 행복한 하루 보내셔용^^ 감사합니다 ^^
'스파'시바(Спасибо스빠씨-바)~!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와 함께 영화계 불공정거래 태스크포스팀을 꾸려서 스크린 상, 하한선 규정을 도입하는 등 여러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중인데 과연 어떤 효과를 불러일으킬지 궁금하네요.

매우 힘들게 개봉한 영화가 상영관 상영회차 밀려서 바로 스크린에서 내려져버리는
현상이 반복되지 않도록 깊은 현장 현실 검토 반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아요...
어떤 결과를 낼지 기대됩니당...

bluengel_i_g.jpg Created by : mipha thanks :)항상 행복한 하루 보내셔용^^ 감사합니다 ^^
'스파'시바(Спасибо스빠씨-바)~!

한국 영화계의 고질병을 해결해 줄 것 같은..
블록체인. 에 대한 얘기가 엄청 궁금하네요~ ㅎㅎ

아직 영화계가 블록체인에 관심이 없어서...제가 상상하는 것도 소설...^^;

그렇지만도 않을 거여요~지금은 관심 없어 보여도..
조금만 바뀌기 시작하면.. 또 순식간. 일걸요?! ㅎㅎ
제 경험으론 그래요^^ㅋ

Coin Marketplace

STEEM 0.18
TRX 0.13
JST 0.028
BTC 57740.57
ETH 3127.01
USDT 1.00
SBD 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