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황마담과의 첫 번개

in #kr-story6 years ago (edited)

어제 마감을 끝내고 휴가를 썼다. 오전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로부터 기사화 요청이 들어온 행사 ‘베트남 영화의 날’ 계획안을 보며 고민했다. 영진위가 한국과 베트남의 영화 산업을 교류하기 위해 베트남 영화 관계자들을 초청하는 행사다. 최근 베트남에서 멀티플렉스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재능있는 젊은 영화인들이 새로운 영화를 의욕적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소식을 들었던 까닭에 베트남 영화의 현재 모습이 무척 궁금했다. 그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얻기 위해선 결국은 인터뷰를 요청할 수 밖에 없다. 기회가 된다면 베트남에 가서 역동적으로 꿈틀거리는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 편집장, 영진위와 통화를 하며 일처리를 하고 나니 점심 약속시간이 다 됐다.

영화 기자로서 취재원을 활발하게 만나는 편이다. 그러다가 친해진 영화인도 몇 있다. 재미있게도 황윤정 하원영화사 대표님(@hwangmadam)은 지난 10년 동안 영화 기자로 일을 하면서 한번도 만난 적 없다. 오다가다 마주쳤을 법도 한데 아쉽게도 황 대표님은 그런 경우조차 없다. 황 대표님은 ‘황마담’이라는 닉네임으로 스팀잇을 하고 있는데, 자신의 과거를 세세하게 기록하고 있는 그의 포스트를 보면서 때로는 깔깔거리며 웃고, 또 때로는 개인사가 한국 현대사와 뗄레야 뗄 수 없는 탓에 울컥하기도 한다. 그가 스팀잇에 쓴 글을 읽다가 이화여대 앞 민주떡볶이가 반가워 댓글을 달았다가 번개까지 성사됐다. 민주떡볶이는 이대 앞에 있었던 유명한 떡볶이 가게인데 대학 시절 연애하면서 종종 찾았던 곳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하면서 번개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황 대표님과 민주떡볶이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집을 나서기 전 지도를 검색해 위치를 확인해보니 민주떡볶이는 ‘민주네’로 개명하고, 신촌으로 이전해있었다. 맙소사. 황 대표님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접선 장소를 오리지날 떡볶이로 바꾸었다. 이곳 역시 오래 전 이대 앞을 지켰던 터줏대감 중 하나인데 그곳에 가보니 폐업한지 오래된 듯 물 먹은 신문지들만 날리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가미’라는 우동집으로 방향을 바꿔 가까스로 황 대표님을 만날 수 있었다. 이게 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한 이대 상권이 몰락한 탓에 작은 식당들이 버티지 못하고 쫓겨나듯 상권을 빠져나간 것이다. 황 대표님과 식사를 하고 난 뒤 시원한 맥주를 마실 곳을 찾으면서 "여기는 무슨 식당이 있었던 자리"라고 얘기하며 안타까워했다.

황 대표님은 초면이지만 마치 오래 본 사이 같았다. 뵙기 전에 사진 속 인상만 보고 가녀리고 소녀 같은 누나 같았는데 실제로 대화를 나눠보니 호탕하고 시원한 여장부 같았다. 황 대표님과 영화 얘기보다 스팀잇 얘기를 더 많이 나눴다. 그가 왜 스팀잇에서 자신의 과거사를 기록하는지 이유도 알게 됐다. 여기에 다 옮길 수 없는 대화였지만 그중에서 소득을 꼽으라면 스팀잇에 무엇을 써야 할지 감을 잡았다는 사실이다. 매일 이곳에서 취재 일기를 쓰자. 기사화가 되든, 그렇지 않든 매일 무슨 일이 있었고, 누구를 만났으며, 취재를 하면서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기록하자. 그러면서 내가 쓴 기사를 함께 소개하면 비사로서 의미가 있지 않을까. 황 대표님과 4시간 넘게 ‘치맥’을 먹으며 수다를 떨면서 왜 진작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후회가 됐다(그렇다고 자책까진 하지 않았고, 그런 성격도 아니지만). 어쨌든 매일 취재를 하면서 있었던 일들을 일일이 기록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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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응원합니다!!! ㅎㅎㅎ

좋은 아이디어주신만큼 성실하게 쓰겠습니다.

황마담과 취재일기~ ^^

댓글과 리스팀으로 취재일기 응원합니당~!

bluengel_i_g.jpg Created by : mipha thanks :)항상 행복한 하루 보내셔용^^ 감사합니다 ^^
'스파'시바(Спасибо스빠씨-바)~!

네 매일 쓸테니 관심 가져주세요.^^

와 좋은 시간였겠어요ㅎㅎ 취재 일기 기대돼요 응원하겠습니다😃!!

얼마나 나눌 얘기가 많았는지 낮술 마시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 삼매경이었습니다.^^한달 동안 이런저런 시도를 한 시간도 유익한 것 같아요.

ㅎㅎ 앞으로는 나누실 얘깃거리가 더 많아지겠네요!

네. ㅋㅋ

(jjangjjangman 태그 사용시 댓글을 남깁니다.)
[제 0회 짱짱맨배 42일장]3주차 보상글추천, 1,2주차 보상지급을 발표합니다.(계속 리스팅 할 예정)
https://steemit.com/kr/@virus707/0-42-3-1-2

3주차에 도전하세요

그리고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감사합니다.

사실은 기사보다 기사 뒷이야기가 더 재미있을때도 있죠..전에 어느 사진기자님의 블로그 취재수첩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왜 제가 그 생각을 못했을까요? 주간지 기자라 매일
취재하고 있어서 할 얘기가 많은데 말이죠.^^ 재미있게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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