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러브레터 (Love Letter, 1995)

in #kr6 years ago



사실 영화에서 감동 받기는 쉽지 않다.
어차피 영화라는것은 그냥 누군가가 꾸며쓴 이야기, 즉 가짜라는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

그런 영화들 중에서 정말 아주 오랬동안 내 기억에 남아 있었던 영화가 있다.
바로 이와이 슌지 감도의 "러브레터" 다.

이 영화는 내가 대학다닐때 일본어 학과에서 진행하는 행사에서 우연히 보게된 영화였다. 겨우 일개 학과에서 작은 강당하나 겨우 빌려서 진행하던 행사였던지라, 그곳에 제대로된 영사 장비가 있을리는 만무했고, 그냥 대충 어디선가 빌려온듯한 낡은 프로젝터로 벽에 어디 시장바닥에서 사온듯 보이는 하얀 천을 벽에다 걸어 놓고 보여준 영화였다.

애초에 일본 영화라 하면 울트라맨이나 후뢰시맨 정도나 알고 있던 터라 일본 영화에 그다지 기대감은 없었고, 그저 일본에는 어떤 영화가 있는건가 ... 하는 순수한 호기심에서 찾아간 자리였다.

그랬기에 그 영화를 본 느낌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그 당시 나의 일본에 대한 느낌은 만화나 만들고 포르노 같은거나 만드는 일명 "쪽바리" 라 불리는 종족이 사는 나라... 쯤의 인상이었으니까.

그랬던 것이 그 영화를 다본 뒤에는 상당히 바뀌었다.

결국, 그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었던 것이다.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슬퍼하고, 누군가는 그 누군가를 가슴아프게 사랑하기도 하는 ...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과 다를를게 없다는 새삼스러운 사실을 그 영화를 통해 알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영화 자체도 훌륭하고 재미있었다.

죽은자에게 보낸 편지가 답장이 온다라는 다소 황당한 느낌의 사건이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며 죽은자에 대한 추모와 뜻밖의 사랑 고백이 된다는 이야기는 정말 이 감독 천재 아닐까 싶을 정도로 멋진 이야기 였다.

하지만 아직도 내 머릿속에는 평범한 학생들이 즐겁게 수다를 떨고 평범한 여인이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내려가며 평범한 연인들이 남몰래 사랑을 속삭이는 곳이 이곳이 아니라 바다 건저 저편에도 역시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조용히 알려주는 영화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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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안녕하세요 평소에 러브레터를 볼까 말까 계속 망설이고 있었는데 이 글 읽고 너무 재밌을거 같아 읽기로 결심했습니다ㅎ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ㅎㅎ 그 유명한 "오겡끼데스까~~" 의 오글거림만 잘 참으신다면, 정말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되실겁니다. ^^

ㅋㅋㅋㅋㅋㅋ저는 시를 주로 쓰는 사람이라ㅎㅎ 오글 거리는거에는 익숙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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