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월의 편지 / 조향순]
[십일월의 편지 / 조향순]
만추 한 열매 나슨하게
마음 짓던 날이었을까요
단디 익은 꽃빛에서
평화 비추었습니다 만
그늘에서
짓무른 살갗 겹쳐 낀 채
서성이는
그대 마음 보았습니다
웃음 짓지 못하시더군요
갈댓잎 흐벅진 바람 들이던 날
초롱꽃 목도리 두른
해국이 지천으로
한데에서 밤을 지새웁니다
세월이
꽃잎에 나란히 앉습니다
그늘에 걸린 당신도
오래 미움 깊지 말고
내려오십시오
※ 흐벅진 : 탐스럽고 부드러운
※ 단디 : 단단하게 익은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