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연재대회 출품작 | 오즈의 수달 8. 안 돼 흑기사

in #kr-series5 years ago

동화에서 본 오즈가 나빠 보이진 않았어. 그런데 여긴 왜 이런 거야? 밤이 되면 오거가 나타날까 봐 떨어야 하고, 낮엔 어디서 몬스터가 튀어나올지 불안해야 하잖아. 빨리 이 모험이 끝났으면 좋겠어.​

"도로시, 여기 동화에 나온 그 오즈 맞아?"​

"응." 도로시는 대답을 하고는 한숨을 쉬었어. 그러곤 다시 말을 이었어. "원래 이렇진 않았어. 다 마오 때문이야."​

"마오 때문에?"​

"응. 마오가 서쪽나라를 지배하면서부터."​

"서쪽나라라면, 서쪽마녀가 다스렸던 곳?"​

"맞아. 마오가 서쪽마녀의 딸이잖아. 모두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 마오가 서쪽나라의 통치자가 될 줄은. 서쪽마녀가 죽은 후로 서쪽나라 국민들은 자유를 얻었어. 상류층이 독차지한 것들을 함께 누릴 수 있게 된 거야. 그런데 마오가 나타나서는 예전에 서쪽마녀가 다스릴 때가 더 좋았다며 선동을 하고 다녔어. 그때가 더 풍족했다면서. 글린다의 남쪽나라보다 더 잘 사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통치자에 출마했을 때만 해도 설마 당선되까 싶었어. 서쪽마녀 밑에서 노예살이를 했던 자들이 서쪽마녀의 딸을 찍어주진 않을 테니까. 그런데 당선된 거야. 그렇게 당선된 후 서쪽나라는 예전의 서쪽마녀가 다스리던 시절로 돌아갔어. 그뿐 아니라 남쪽나라가 주적이라고 가르쳤고 글린다를 좋아하는 자들을 잡아다가 가두기 시작한 거야. 그리고 그들을 가둔 우리에 오거들을 풀어서 밥이 되게 했어. 누구든 마오를 비난하면 내란음모죄라며 잡아갔어. 나중에야 마오의 당선이 부정선거라는 주장들이 나왔는데 그 주장을 하던 자들도 모두 잡혀갔어."​

"어떻게,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세상은 그래. 기득권자를 이기긴 힘들어."​

"통치자의 임기는 몇 년이야? 설마 영구는 아니겠지? 생각이 있는 서쪽나라 국민이라면 다신 마오를 안 찍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재선에서도 당선됐어."​

"뭐? 그게 말이 돼?"​

"말이 안 되는 것 같아도 사실이야. 마오가 재선에 실패하면 글린다가 쳐들어 와서 모두 죽일 거라고 연설을 했거든."​

"으잉? 정말? 아니, 그렇다고 마오를 찍어?"​

난 기가 막혀서 말도 안 나왔다.​

"넌 아직 세상을 몰라. 너도 투표해봤지? 넌 어떤 기준으로 투표해?"​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었다. 투표권이 있긴 하지만 아직 투표를 해본 적이 없어서다. 정치에 관심도 없고, 여야 나눠서 싸움박질이나 하는 것들에겐 관심을 1도 주기 싫으니까.​

"어,, 저기... 내가 투표권이 있긴 한데, 투표 때마다 바빠서 말이야."​

"바빠서 투표를 못했어도 누굴 찍을까 생각은 해봤을 거 아냐."​

"저기... 그러니까... 에잇! 생각해본 적 없어. 누가 되면 어때. 어차피 누가 되든 다 똑같아. 다 도둑놈들이고 다 싸움군이야. 난 정치에 관심 없어."​

"바로 그거야. 정치에 관심 없게 만드는 거. 그게 마오의 작전이었지. 재선 때 투표율이 40%도 안 나왔어. 나라가 어렵다며 투표일을 휴일로 정하지 않았기도 했지만, 야당이 말만 하면 정치공작이냐고 따지면서 늘 싸움박질만 했거든. 게다가 정책에 반대하면 글린다의 간첩이라고 몰았어."​

난 내가 부끄러워졌어. 에잇, 내가 뭐 정치에 관심 안 가지고 싶어서 안 가졌나? 하지만, 그래도, 부끄러웠어.​

"그리고 야당 의원들 대부분을 글린다의 간첩이라고 감옥에 가뒀어. 결정적으로는, 투표를 이틀 남겨두고 북쪽나라로 가던 마차가 공격당해서 전원 숨진 사건이 일어났어. 마오는 글린다 짓이라고 발표했어. 온 곳에 오거 이빨 자국 투성이었는데도. 그러곤 글린다가 아니라 오거가 한 짓이라고 하면 재판에 넘겼지."​

"개년이네." 헛,,, 나도 모르게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어.​

"쉿!" 내 말에 흑기사가 조용하라는 손짓을 했어. "마오가 다 듣고 있습니다."​

"설마요."​

"마오를 쉽게 보지 마십시오. 땅속의 개미까지도 마오 편입니다."​

"에이, 그게 말이 돼요?"​

"말이 안 되지만 현실입니다."​

"크아아아!!"​

다시 오거들의 울음소리가 들렸어. 그리고 잠시 후 하늘에 불덩이가 나타났어. 밤하늘에 불덩이라니. 저건 뭐지? 자세히 보니 그 불덩이는 새였어. 뭐지? 혹시 불새? 뭐야, 불새가 실제로 있다고?​

"피닉스야. 마오가 불로 소환한 새."​

도로시가 설명해줬어.​

"우릴 찾고 있습니다. 나무에 붙으십시오."​

난 겁을 먹고는 바로 나무 옆으로 붙었어. 그러곤 나뭇잎 사이로 번쩍이는 피닉스를 봤어. 온몸이 불타는 새가 우리 위를 도는 게 우릴 찾는 것처럼 보였어.​

"피닉스는 시력이 뛰어납니다. 저 높은 곳에서도 우릴 찾아낼 수 있죠. 이렇게 어두운 밤이라도."​

귀는 밟지 않아 다행이군. 우리가 이렇게 떠들어도 발견하지 못하는 걸 보면. 그때 내 눈앞에 썬더볼이 보였어. 너무 하얀 썬더볼. 혹시라도 피닉스가 썬더볼을 발견하진 않을까 걱정됐어. 저걸 어떻게 하지? 어떻게 감추지? 그런 걱정을 하고 있을 때였어. 갑자기 나무가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 뭐지? 왜 나무가 움직이지?​

"흑기사님, 나무가 깨어났나 봐요."​

"불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점점 더 강하게. 우리 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엔트들은 불을 가장 싫어하거든. 그래서 불마법을 쓰는 마오를 피해 밤을 숲에서 보내는 거잖아. 그런데 마오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아."​

친절한 도로시가 설명해줬어.​

"우오오~~"​

갑자기 등 뒤의 나무가 진동을 하며 일어서더니 소리를 질러댔어.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고막이 다 아플 지경이었어. 나무의 울음소리와 동시에 앞에 불덩이 하나가 날아왔어.​

"피해!!"​

우리 앞으로 날아오던 불덩이가 흑기사의 둔기에 맞고는 튕겨져 나갔고, 바닥에 떨어진 후엔 주위에 파편을 튀겼어. 그 바람에 주변 나무에 불이 붙고 말았어.​

"파이어 데몬입니다. 뛰십시오. 엔트들이 알아서 할 겁니다."​

흑기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우린 달렸어. 뒤에선 엔트들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어. 한참을 뛴 우린 숨을 헐떡이며 뒤를 돌아봤어. 아니, 이럴 수가. 숲이 온통 불바다로 덮여 있는 거야.​

"어찌죠? 우리 때문에 숲이 불타고 있어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엔트는 쉽게 죽지 않습니다. 그것보다 우리가 걱정입니다."​

"우리가요?"​

"마오가 하늘에 피닉스를 띄우고 숲을 뒤지기 시작했다는 건 우리 위치를 대략 안다는 겁니다."​

"그래요? 그럼 어쩌죠?"​

도로시가 불안해하며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어. 걱정 마 도로시. 내가 지켜줄게. 난 썬더볼을 쓸 줄 아는 수달님이시라고.​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흑기사에 목소리에도 힘이 담겨 있었어.​

"싸웁시다. 싸우면 되잖아요. 언제까지 도망만 다닐 거예요?"​

내 말에 기가 차다는 듯 흑기사가 고개를 흔들었어.​

"썬더볼로는 마오를 이길 수 없습니다."​

"이봐요, 흑기사님. 어제 썬더볼의 위력을 못 봤나 본데요, 수백 마리 해골들이 박살이 났다니깐요."​

"후훗. 수백 마리라고 하셨습니까? 저 혼자서도 스켈레톤은 수천 마리 상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도로시님이 위험해집니다."​

"네? 왜요?"​

"글린다님의 기운이 점점 약해지고 있습니다. 제가 힘을 쓰면 다시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말입니다. 아니, 솔직하게 말씀드리죠. 저는 이 여정을 끝가지 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글린다님의 마력에 제가 이 두꺼운 갑옷도 입을 수 있는 거고, 이 무거운 둔기도 휘두룰 수 있거든요. 글린다님의 마력이 약해지거나 없어지면 저는 연약한 여자일 뿐입니다. 이 철갑옷을 입고는 일어설 수도 없을뿐더러 이 둔기도 들 수 없을 겁니다. 어제만 해도 글린다님의 기운이 이렇게 약하진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서둘러야 할 것 같습니다."​

아~~ 이런. 젠장할. 그, 그럼 어쩌지? 이젠 온전히 내가 도로시를 지켜야 한다는 건가?​

"흑기사님, 그게 사실인가요? 글린다님의 기운이 약해진다는 게 사실인가요?"​

"네. 약해지고 있습니다. 빠르게요."​

"안 돼. 안 돼요. 글린다님. 글린다님 안 돼요."​

도로시는 그만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어. 기운이 약해진다는 거라면 혹시 죽는다는 말일까?​

"저기, 흑기사님. 그럼 글린다님은 죽게 되나요?"​

흑기사는 대답하지 않았어. 아~~ 죽는다는 뜻이구나. 글린다님이 죽다니.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남쪽나라는 어떻게 되고 오즈는 어떻게 되는 거지? 모두 마오의 손에 들어가게 되는 건가?​

"안 되겠어. 마법을 써야겠어. 마법구두의 마법을 써야겠어."​

"안 됩니다. 마법구두의 마법을 쓰는 순간 우리 눈앞에 마오가 나타날 겁니다. 아직 수달님이 라그나로크를 배우지 못했습니다. 지금 마오가 나타나면 끝입니다. 진정하십시오."​

"그럼 어떡해. 어떡하냐고. 글린다님이 저렇게 힘든데 어떡하냐고."​

도로시는 다시 펑펑 울었어. 그리고 내 앞에 다시 썬더볼이 나타났어. 지금까지로 봐선 주위에 적이 있으면 썬더볼이 스스로 나타나는 것 같았어. 그럼 주위에 또 적이? 흑기사도 나와 같은 생각인지 썬더볼을 보고는 주위를 둘러봤어. 그때였어. 갑자기 하늘이 밝아지면서 불덩이가 우리를 향해 날아오는 거야.​

"피해!!"​

난 재빠르게 도로시 손을 잡고 죽을힘을 다해 달렸어.​

"펑~~ 화르르륵!!"​

땅에 떨어진 불은 폭탄 터지는 것 같은 굉음을 내면서 터졌고, 불 파편이 주변으로 튀었어. 나와 도로시는 다행히 파편에 맞지 않았지만 유니콘은 파편에 맞아 괴로워했어. 그리고 흑기사를 찾아봤어. 어딨지? 흑기사가 보이지 않았어.​

"으하하하하. 너 잘 만났다. 나와 겨뤄보자."​

난 흑기사가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어. 흑기사는 넓은 들판에서 피닉스를 향해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어. 그러자 피닉스가 흑기사를 향해 돌진을 하는 거야. 흑기사는 검을 꺼내서 방어 자세를 했어.​

"어, 어떡하지? 흑기사님 혼자는 무리일 텐데."​

도로시가 걱정하는 사이 유니콘이 우리 옆으로 다가왔어.​

"도로시님 어서 제 등에 타세요, 수달님도 어서요. 여기를 벗어나야 해요."​

"안 돼요. 흑기사님을 두고 갈 수는 없어요."​

"도로시님, 가야 해요. 여긴 흑기사님에 맡겨둬야 해요. 우리 모두가 죽을 수 있어요."​

"안 돼요. 오르아님 생사도 모르는데 흑기사님마저 두고 갈 수는 없어요."​

난 내 눈앞의 썬더볼을 주시했어. 그래, 난 수달이다. 위대한 마법사 스달의 후계자 수달이라고.​

"난 수달이다. 난 수달이다. 이얏!!"​

난 내 앞의 썬더볼을 있는 힘껏 찼어.​

"아앜!!"​

뭐지? 난 헛발질을 하며 그대로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어. 뭐지? 왜 헛발질이지? 난 썬더볼이 있던 자리를 봤어. 썬더볼은 그 자리 그대로 있었어. 내가 잘못 찼나? 난 다시 일어나 썬더볼을 있는 힘껏 찼어.​

"이얏!!"​

"아앜!!"​

다시 헛발질. 일러수가.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분명 찼단 말이야. 어젠 내가 썬더볼을 찼다고. 그런데 왜 이번엔 못 차지? 왜? 그 사이 피닉스가 흑기사에게 한 대 먹였고 흑기사는 바닥에 구르고 말았어.​

"안 돼요. 흑기사님, 안 돼요."​

"어서 타야 해요. 수달님 어서 도로시를 태우세요."​

"네? 네."​

난 내 무력함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도로시를 피신시키는 것뿐이었어. 난 도로시를 붙잡고는 유니콘에 태우고 나도 탔어.​

"안 걸래. 이거 놔. 난 안 갈 거야. 흑기사님을 두고는 안 갈 거야."​

"꽉 잡으세요."​

유니콘의 말에 난 내 앞에 태운 도로시 양옆으로 팔을 뻗고는 유니콘을 꽉 붙잡았어. 그러자 유니콘이 달리기 시작했어. 엄청난 속도로 말이야. 얼마나 빠른지 바람 때문에 눈을 뜨지 못할 정도였어.

(다음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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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연재대회 출품작 | 오즈의 수달 1. 모험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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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연재대회 출품작 | 오즈의 수달 6. 스달의 후계자


5천자의 약속.
저는 천하제일연재대회 명성에 맞게 회당 분량을 반드시 5천자 이상으로 작성하겠습니다.
본 회는 5736자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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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 오늘 보내셔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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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

시간이 없어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도 아직 못읽고 있네요~
암튼~~화이팅입니다~

화이팅 고맙습니다. ㅎㅎㅎ

미녀 흑기사님 ㅠㅠ 살아남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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