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연재대회 출품작 | 오즈의 수달 7. 마법구두와 썬더볼
참~~ 빨리도 온다. 난 상황이 정리된 후에야 도착한 흑기사와 유니콘이 너무 얄미워 보였어. 박살이 나서 수천 개의 뼈다귀가 된 스켈레톤 잔해와 삐에로 시체들을 보고서야 황급히 달리는 시늉을 한 흑기사와 유니콘은, 도착하자마자 내 등에 업힌 도로시가 무사한지 살폈어. 당연히 무사하지. 내가 지켜줬거든.
"도로시 님, 괜찮으십니까? 다, 다리를 다치셨습니까?"
흑기사가 내 등에 업힌 도로시를 보며 엄청 미안한 듯 말했어.
"저는 괜찮아요."
괜찮다고 말하는 도로시의 목소리엔 힘이 하나도 없었어. 난 너무 늦게 돌아온 흑기사에게 화가 났어.
"이봐요 흑기사님. 잊었나 본데, 나 국가대표 스트라이커 수달님이시라고요. 내가 지켜줬는데 당연히 무사하지."
내 말에 유니콘이 코 웃음을 지었어. 아니, 죽을 뻔했는데 웃음이 나와? 어이없네.
"그렇군요. 그런데 도로시 님 혼자 이 많은 스켈레톤을 다 처치하신 겁니까?"
"와~~ 우리 도로시 님 실력이 많이 늘었네요."
유니콘은 여전히 분위기 파악을 못 하고 있었어.
"이봐요 흑기사님. 입 아프게 두 번 말하게 하시네요. 흑기사님이 안 계셔서 나 수달 님이 지켜줬다고요."
"흑기사님, 수달이 저를 지켜줬어요."
"네? 수달 님이?"
흑기사와 유니콘은 말도 안 된다는 듯 놀라며 물었어.
"네. 수달이 라스나로크를 쓴 것 같아요."
"네? 라그나로크를요? 설마요."
흑기사와 유니콘은 절대 그럴 리 없다며 고개를 심하게 좌우로 흔들었어. 아읏, 재수 없어.
도로시는 상황을 설명해줬어. 자신이 끌려간 장면과 내 앞에 갑자기 전기처럼 보이는 백색의 공이 생긴 것, 그리고 내가 그 공을 차는 순간 온 세상이 빛으로 가득한 것까지. 흑기사는 한참 듣더니 고개를 갸우뚱했어.
"어때? 대단하지? 수달이 스스로 라그나로크를 익힌 거야."
"분명 백색의 전기 같은 번쩍이는 구 형상이었습니까?"
흑기사가 확인하듯 물었어.
"네. 그렇다니까요. 그걸 차는 순간 스켈레톤들이 산산조각이 났어요."
"흠... 이상합니다."
뭐가 이상해? 내가 너 없을 때 도로시를 지켜서 질투하냐?
"라그나로크는 불에 불을 더한 마법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라그나로크는 불과 관련이 있는 마법일 겁니다. 그리고 번쩍이는 백색의 구 형상이라면 썬더볼 같은데요."
웃기시네. 야, 내가 분명 들었거든. 마법구두가 라그나로크는 마법이 아니라고 했어.
"흑기사님, 불에 불을 더한 마법이요? 라그나로크는 마법이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요."
"마법이든 마법이 아니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라그나로크는 저따위 스켈레톤들이나 부숴버리는 마법이 아니라는 겁니다. 라그나로크는 마오를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마법입니다. 그래서 불에 불을 더한 마법이 필요한 거죠."
흠... 듣고 보니 맞는 말 같았어. 에잇. 넌 봤어? 라그나로크 봤어? 써보긴 했어? 난 내 발로 라그나로크를 쐈다고.
"저기, 흑기사님. 불에 불을 더하는지 물에 물을 더하는지 봤어요? 봤냐고요."
난 화가 나서 시비 걸듯 말했어.
"수달아, 그러지 마. 우릴 지켜주는 분이야."
"내가 도로시 봐서 참는다. 얼굴도 안 보여주고 두꺼운 철갑옷이나 입고 다니는 겁쟁이 주제에."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흑기사가 둔기와 칼을 꺼내더니 땅에 내리꽂았어. 그 바람에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이 흔들렸어.
"흑기사님, 저, 저기 진정하세요."
도로시의 말에도 흑기사는 행동을 멈추지 않았어. 흑기사는 장갑을 벗어서 다시 땅에 내리꽂았어. 장갑을 벗자 하얀 피부가 드러났어. 쳇. 무사 치곤 손이 곱군. 하긴 항상 장갑을 끼고 있으니. 흑기사는 그다음엔 투구를 두 손으로 잡더니 번쩍 들어 올렸어. 그러자 긴 생머리가 찰랑대며 얼굴이 나타났어. 길고 가는 날카로운 눈에 오뚝한 콧날. 그리고 굳게 다문 입술이 나타났어. 쳇. 얼굴도 엄청 하얗군. 햇빛을 안 봤으니 하얄 수밖에. 흑기사는 그다음엔 팔을 감싸고 있던 철값옷을 몸에서 떼어냈고, 그다음엔 상체를 가리고 있던 철값옷도 벗어서는 바닥에 내동댕이쳤어. 그리고 드러난 상체. 근육이라고 하기엔 봉긋한 것이 옷 속에 감춰져 있었어. 분명 여자의 가슴이었어. 뭐지? 어... 뭐지? 여자였어? 목소리는 분명 남자였는데. 아~~ 내 편견이었어. 철갑옷을 입고 있어서 남자라고 생각한 거야. 중성적인 목소리였는데도 말이야. 완전히 속았네.
흑기사는 갑옷을 모두 벗어버린 다음엔 목 근육 이용해 머리를 한 바퀴 돌렸는데 뼈가 부러지는 것처럼 뿌드득 소리가 났어.
"야, 너."
헛... 흑기사는 날 노려보며 내게 반말을 했어.
"네? 어.. 저.. 저기..."
아이씽. 난 갑자기 쫄고 말았어. 눈이 너무 무서웠거든. 입을 벌리면 송곳니가 있을 것만 같았어. 그녀의 눈은 사나운 맹수처럼 날 곧 잡아먹을 것 같았거든.
"봤냐? 내 얼굴?"
"네? 네. 저, 저기, 미인이시네요."
내 말에 그녀는 고개를 반대 방향으로 한 번 더 돌렸어.
"고맙다."
"네?"
"나 다신 도로시 님을 지켜줘서 고맙다고."
"아, 네. 저, 저기 그러니까. 제가요, 그 라그나로크라는 거, 네, 그 그거요. 그걸로 해골바가지들을 싹 그냥 다..."
"그거 라그나로크 아니야."
"아,,, 네... 아니죠. 네. 아니죠. 그... 그러니까. 아, 맞다. 불. 라그나로크는 불이잖아요. 아하하하."
도로시는 흑기사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는 듯이 하나도 놀라지 않았어. 에잇. 나만 몰랐다니. 아니, 그런데. 저, 저기. 그러니까 흑기사 목소리는 남자 목소리였다고. 그래, 중성적인 목소리라고 치자. 그리고 팔이고 다리고 엄청 얇은데, 근육이 하나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저 무거운 철갑옷을 입고, 저 무거운 무기를 들 수 있는 걸까? 에잇, 난 모르겠고. 암튼 나만 몰랐던 거야.
"흑기사님, 분명 공 하나로 모두 쓰러졌어요." 도로시가 내 편을 들어 줬어.
"라그나로크를 쓰면 근방에 있는 모든 생명은 죽습니다. 마법사 스달도 라그나로크를 쓰고는 죽었습니다. 출발합시다. 물도 충분히 챙겼으니."
아, 그렇지. 마법사 스달이 라그나로크를 쓰고는 죽었다고 했어. 뭐야, 그럼 아까 그건 뭐지? 라그나로크가 아니면 뭐지? 난 분명희 공 없이 공을 찼다고. 그럼 정말 썬더볼이었어? 아이씽. 뭐야 도대체. 아, 잠깐. 으잉? 라그나로크를 쓰면 근방에 있는 모든 생명체가 죽는다 이거지? 라그나로크를 쓴 본인도. 뭐야 그럼. 나보고 라그나로크를 써서 마오를 죽이고 나도 죽으라는 거야? 서,,, 설마.
난 머릿속이 복잡해졌어. 에이, 설마. 나보고 자폭이나 하라고 여기 오즈로 부른 건 아닐 거 아냐. 나보고 스달의 후계자라며, 선택받은 자라며. 그런데 라그나로크로 마오를 처치하고 죽으라고? 야, 주인공이 죽는 경우가 어딨어. 이봐 작가 양반. 이건 말이 안 되잖아. 난 주인공이라고. 이 소설의 주인공이란 말이야.
우린 다시 걷기 시작했어. 부상이 심한 도로시는 유니콘에 올라탔고 나와 흑기사는 노란길을 따라 걸었어. 난 도로시에게 아까 초록색 요정을 봤냐고 물었어.
"응. 초록색 나무요정 나도 봤어. 평소엔 깊은 잠을 자기 때문에 사람들 앞에 나타나거나 그러진 않거든. 그리고 나무요정은 낯을 좀 가려. 그래서 나도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거든."
"아~~ 그렇구나. 그래서 금방 사라진 거구나."
"나무요정이 숨어 지내는 사연이 있어. 아주아주 오랜 옛날 한 마법사와 나무요정이 사랑을 했어. 둘은 서로 사랑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마법사는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나무요정을 이용한 거야. 마법 수련을 위해 나무가 필요했거든. 수련 한 번 할 때마다 나무 하나에 불을 붙여서 기운을 받아야 했어. 그래서 나무를 지키는 나무요정 눈을 멀게 한 거야. 사랑으로. 나무요정은 뒤늦게야 자신이 사랑에 눈먼 사이 많은 나무가 희생당한 걸 알게 됐어. 배신감. 사랑의 배신감. 그래서 그 후로는 숨어서 지내. 누구에게도 나타나지 않아. 아마 지금 오즈에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 중에 나무요정을 본 건 우리 둘이 유일할지도 몰라."
아~~ 그랬구나. 난 나무요정이 내게 지어준 미소가 생각났어. 부드럽고 온화한 표정. 내게 웃어준 그 환한 얼굴.
우린 해가 떨어질 때쯤 돼서는 다시 숲으로 들어갔어. 숲의 기운이 가장 안전하니까. 저녁을 먹고 자리를 잡고 누웠어. 발이 너무 아파 신발을 벗어 봤더니 발이 퉁퉁 부어 있었어. 얼마나 더 걸어야 하는 거야. 아~~ 힘들어. 흑기사는 오늘 밤도 자지 않으려는 듯 눕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어. 벌써 며칠째 잠도 안 자고 밤에 보초를 서는 흑기사가 대단해 보였어.
"저기, 흑기사님, 오늘 밤은 제가 보초를 설 테니까 눈 좀 붙이세요."
"저는 이렇게 서서 잡니다."
으잉? 아, 모야. 보초 서는 게 아니었어? 아이씽. 쟤 왜 저래? 아 짜증 나. 에잇.
난 다시 누워서는 잠든 도로시의 얼굴을 봤어. 보기만 해도 마음이 살살 녹는 예쁜 도로시. 다행이야, 내가 널 지켜줄 수 있어서. 마지막까지 널 지켜줄게. 널 지켜줄 사람이 나 라서 다행이야. 고마워. 내 앞에 나타나 줘서. 이젠 아무도 널 해치지 못해. 내가 널 지켜줄 거니까.
자려고 할 찰나였어. 갑자기 도로시의 마법구두가 빛을 내며 반짝였어. 그와 동시에 내 앞에 하얀빛이 생겼어. 어, 이 빛은 낮에 스켈레톤들을 박살 낸 그 썬더볼? 그리고 잠시 후 갑자기 굉음이 적막을 깨고 귀를 찢듯 울려 퍼졌어.
"크아아아~~"
우린 이 굉음에 번쩍 정신이 들었어. 그러곤 동시에 이렇게 외쳤어.
"오거다!!"
분명 얼마 전 들은 공포의 울음소리였어. 오거가 내는 소리.
"어떡하죠? 우리 위치를 알아낸 걸까요?"
도로시가 걱정하며 흑기사에게 물었어.
"아직 우리를 발견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주위를 배회하고 있는 거로 보입니다."
흑기사는 이렇게 말하면서 내 앞에서 크기를 키우고 있는 썬더볼을 주시했어. 그러곤 도로시의 마법구두로 시선을 옮겼어.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썬더볼과 라그나로크에 대해서."
알 것 같다고? 흑기사는 썬더볼과 마법구두를 번갈아 보면서 뭔가 알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어.
"흑기사님, 정말이에요? 이 썬더볼이 어떻게 갑자기 나타나는 건지, 라그나로크가 뭔지 알 것 같다고요?"
도로시가 흥분하며 물었어. 그러곤 자신의 반짝이는 마법구두를 봤어.
"어,,, 얘는 왜 반짝이지?"
"도로시 님, 라그나로크는 마법이 아니라고 했던 오르아 마법사님의 말 기억하시나요?"
"네. 라그나로크는 불에 불은 더한 마법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오르아님은 마법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했어요."
"오르아 마법사님의 말이 맞다면, 썬더볼이 나타난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아, 뭐야. 왜 둘이서만 얘기하는 거야? 썬더볼은 내 꺼란 말이야.
잠시 조용했던 주위가 다시 오거들의 울음소리로 뒤덮혔다.
"크아아아~~"
(다음에 이어서...)
천하제일연재대회 출품작 <오즈의 수달> 소개
천하제일연재대회 출품작 | 오즈의 수달 1. 모험의 시작
천하제일연재대회 출품작 | 오즈의 수달 2. 마법사의 나라 오즈
천하제일연재대회 출품작 | 오즈의 수달 3. 전설의 마법사 스달
천하제일연재대회 출품작 | 오즈의 수달 4. 첫 위기
천하제일연재대회 출품작 | 오즈의 수달 5. 대포알 슛
천하제일연재대회 출품작 | 오즈의 수달 6. 스달의 후계자
5천자의 약속.
저는 천하제일연재대회 명성에 맞게 회당 분량을 반드시 5천자 이상으로 작성하겠습니다.
본 회는 5293자로 작성했습니다.
qst님이 naha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qst님의 SteemNova - 2019-03-14 (unofficial statistics and news)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ㅎㅎ
오타 신고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있었는데, 다시 보니 못찾겠네요 ㅠㅠ
아핫,,, 고맙습니다. ㅎㅎㅎ
이렇게 재미있는걸 왜 연재 중단하신건가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