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ARY GAME : 06/08/2020 : 과카몰레 뺏어 먹기
요리하는 걸 즐기지는 않는다.
최근에 했던 가장 복잡한 요리를 떠올려보니 치즈와 소시지를 넣은 라면 볶음이 떠오르는데 그것마저 한 3주 정도는 된 듯하다.
오늘은 오랜만에 푹 자고 일어나서 느지막이 아점을 챙겨 먹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안 보이던 반찬통이 하나 들어와 있다.
뭘까?! 항상 내가 모르는 새로운 뭔가가 보이면 정체가 궁금하다.
뚜껑을 열어보니... 과카몰레다!
그러고 보니 어제까지만 해도 냉장고 한 켠에 뒹굴고 있던 120% 정도 후숙된 듯한 아보카도가 사라졌다.
하루 이틀 더 넘겼다간 못 먹게 돼 버릴 것 같아서 주인(=동생)한테 물어보고 먹으려다가 귀찮아서 관뒀는데 과카몰레로 변신해있다니.. 흐뭇.
두 장 정도의 토스트에 올려 먹을 수 있을 만한 양이다.
우선 일하러 나간 동생에게 먹어도 되는지 문자를 보내둔다.
사실 그냥 먹겠다는 통보나 마찬가지지만 우리는 이런 사사로운 예의를 차리는 사이..
더구나 항상 요리라 칭할 수 있는 뭔가를 만들어 놓는 쪽은 동생이기에 어쨌든 나는 허락을 받는 편이다.ㅋ
문자를 보내자마자 우선 토스트기에 빵을 넣는다.
오랜만에 원두커피를 내려볼까 하다가 역시 귀찮아서 냉장고에 있는 콜드브루를 따르고 물을 조금 첨가한다.
베이컨을 굽고 베이컨에서 나온 기름에 그대로 달걀 후라이를 만든다.
오늘 했던 일 중 가장 귀찮은 일이었던 샐러드 야채를 물에 헹군다.
야채 씻는 게 왜 이리 귀찮은지 모르겠다..
오늘은 반찬이 많으니 드레싱은 심심해도 괜찮겠다 싶어 올리브유만 슝슝 뿌려준다.
아직 동생에게선 과카몰레를 먹어도 된다는 답장이 없지만 일단 한 스쿱 크게 떠서 토스트 위에 올린다.
아점상 완성!
우와앙 맛있겠다!!
과카몰레 만들기는 의외로 손이 많이 간다. 물론 내 기준..
우선 아보카도를 으깨야 하고(자르는 것도 귀찮아서 그냥 숟가락으로 파먹는 편) 토마토와 양파도 잘게 다져서 넣어야 한다.
이렇게 귀찮은 일을 하지 않고도 아침부터 과카몰레를 먹게 되다니 기분이가 좋아짐.ㅋㅋㅋ
예전엔 아보카도를 제법 좋아해서 쟁여두고 먹곤 했었다.
그러다 아보카도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이나 마약 카르텔과 관련되어 피해를 입는 멕시코 농민들의 뉴스를 접한 이후로는 자연스럽게 소비를 줄이게 됐다.
불매 운동까지는 아니어도... 예전엔 먹지 않고도 잘 살았던 식품 중 하나이니 집착할 필요는 없는 듯해서.
물론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땐 적잖게 아쉬웠던 것 같다.
온갖 다이어트 요법에 관심이 많을 때라 비건부터 키토까지 극단적인 스펙트럼을 넘나들며 여러 가지 시도했던 때였고 마침 아보카도는 비건이면서 동시에 키토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겐 주식과도 같은 과일이었기에 거의 매일 먹곤 했었다.
숲속의 버터라 불릴 만큼 좋은 지방이 풍부한 과일이 아보카도다.
정말 맛있는 아보카도는 김에 싸먹으면 얼핏 참치회 맛도 나고...ㅋ
아무튼 그랬었는데, 그냥 안 먹다 보니 자연스럽게 안 먹어지게 되더라.
식탐도 많고 좋아하는 음식도 많아서 음식에 집착이 많았었다.
그러다 또 강박적으로 모든 음식에 집착을 끊으려 하기도 했었고...
이런저런 과정들을 거쳐오긴 했지만 지금도 치료?는 현재 진행 중이다.
이렇게 먹는 얘기만 계속 쓰는 것도 아직 그 연장 선상이라 그러하다.ㅎ
[모노폴다이어트]라는 말머리를 붙이고 연재 형식으로 포스팅을 하고 있는데, 일종의 치유기랄까... 말하자면 모노폴 다이어트=힐링 다이어트다.
좋아하는 음식을 떠올려 보고,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먹으러 가고, 먹고 나서 기분은 어땠는지 몸 상태는 어땠는지 소감을 써보기도 하고.. 그러면서 음식과 관련된 나의 기억과 감정을 정화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하고 있긴 하다.
그렇긴 한데.. '싫다'라는 감정뿐 아니라 '좋다'는 감정도 에고라 하여 놓아버려야 한다는데 잘 모르겠다. 포스팅 할 때마다 계속 좋아 좋아 하는 것 같아서.. 심지어 제목도 한결같이 '~가 좋다' 다.ㅋㅋㅋ
일단 이건 진짜 아닌데?! 라는 생각만 들지 않으면 그냥 계속 써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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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좋다 ~~ ^^
아보카도를 사랑하시는 분 ~~
딸기도 좋아요.
저도 아보카도 <<<< 딸기 입니다~❤️
아보카도~아주아주 먹음직스런 음식이 이뤄졌네요. 결국 동생에게선 연락이 왔었나요?
네 다행히 다 먹고 나서 허락 받았습니다~ㅎㅎ
아보카도가 건강 음식이라며 붐이 되었던게 90년대부터라고 해서, 90년대생은 아보카도 세대라고 불리운다고 하더라고요. ㅎㅎ 저도 리치한 맛에 가끔 찾기는 하지만 아직 생소한 재료이긴 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