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노가다 가라사대
저자 : 송주홍
글 쓰는 노가다꾼.
기자 및 글 쓰는 일을 하다가, 서른 두살에 모든 걸 정리하고 노가다 판에 왔다.
지은 책으로 <노가다 칸타빌레>가 있다.
"청년 목수의 '건방 쩌는' 건설 현장 이야기
절망과 좌절을 '바라시(해체)'하고, 지금 당장 희망의 '데스라(출근부)'를 채워라.
얼마 전 읽었던 <노가다 칸타빌레>의 후속작이다.
먼저 알게된 책은 이 책 <노가다 가라사대>이다.
나름 읽을만 하다는 얘기를 듣고 저자 검색을 했더니, 앞서 출간된 책 <노가다 칸타빌레>가 있었다.
순서는 지켜야 제 맛.
먼저 출간된 책 <노가다 칸타빌레>를 먼저 읽었고, 이번에 이 책을 읽는다.
저자 스스로 밝히길, 전작에선 '먹물'로 살던 '가다'가 좀 덜 빠진 상태에서 노가다를 '이방인'의 시선이 좀 담긴 상태로 바라봤지만, 이 책은 '완숙한' 노가다꾼으로서 쓴 책이라 말한다.
후속작인 이 책을 읽어보니, 책 초반에는 먼저 출간했던 책 <노가다 칸타빌레>에 나온 이야기들이 상당수 중복되어 있다.
그렇다고 부정적인 느낌보다는 마치 '페이스 리프트'해서 신차가 출고된 느낌으로 신선했다.
전작 <노가다 칸타빌레>에서는 노가다란 무엇이고 노가다 일이 어떤건지, 노가다 자체에 초점이 많이 맞춰져 있었다.
반면, 이 책은 노가다 일 자체보다는 서른 중반 노가다 일 5년차 이혼남인, 저자 자신과 본인이 노가다 일과 노가다꾼에 대해 생각하는 바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첫번째 책도 술술 잘 읽히는 편이었는데, 이번 책도 잘 읽힌다.
글 쓰는 게 좋고 망치질이 즐거워서, 망치질 하는 이야기를 글로 쓸 때 제일 행복한 노가다꾼의 이야기.
서른 두살에 이혼하고, 고향으로 내려가 노가다판에서 5년을 일하며, 서른 여섯 나이에 두번째로 출간한 저자 본인의 노동 에세이 책.
학교 졸업하고 스물 후반부터 마흔 중반이 될 때까지 한 직장에서 월급쟁이로만 살아온, 평이하다면 정말 평이하게 살아온 나 같은 사람과 비교하면, 정말이지 인생 찐하게 살고 있는 듯 하다.
현재 근무 중인 팀에 서른 여섯 정도되는 경력 사원이 들어왔는데, 그 친구와 비슷한 또래임을 생각해보면 정말이지 농도 깊은 삶을 살고 있는 듯 하다.
첫번째 책을 읽으면서는 '노가다' 일에 대해 다소 긍정적?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젊은 나이이고 직장을 갖지 못해서 방황 중이라면 한 번 해볼만 하겠다 싶었다.
그런데 두번째 책에서는 노가다 판 및 일용직 노동자인 노가다꾼에 대한 현실을 가감없이 알려주는데, 전작을 읽고 가졌던 긍정적인 생각이 싹 사라졌다.
아래부터는 책을 읽으며 기록해 둔 본문의 문장들 중 일부
분명히 말하는데 노가다꾼, 위험하고 힘든 일 하는 거 맞다.
하지만 노가다꾼이 돈 못 번다? 여기엔 동의할 수 없다.
(저자가 노가다 3년차였던 2020년 1년 실수령은 약 4,200만원, 월 평균 출근일수 19일)
건설산업의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 이게 문제다.
건설 현장 안전사고는 모두 여기서 출발한다.
하도급 구조는 다음과 같다.
LH(발주처)에서 공공임대 아파트 열 개 동 짓는다 치자.
LH는 대형건설사(원청)에 도급(일을 통째로 맡김)을 준다.
원청은 다시 중소건설사(하청)에 하도급(도급받은 일을 다시 맡김)을 준다.
하청은 또다시 형틀, 철근, 타설, 비계 등 공정별 '오야지'에게 재하도급을 준다.
믿기지 않겠지만, 우리나라 건설 현장엔 여전히 오야지가 존재한다.
어떤 법적 근거도 없는 오야지가 말이다.
건설산업기본법 도급계약 및 하도급계약 등을 보면 하청 건설사와 오야지 간의 이면계약, 이에 따른 재하도급이 모두 불법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바로 이 지점 때문에 우리나라 건설산업 하청 구조를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라고 부른다.
(중략)
유럽처럼 원청에서 정규직으로 채용해주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하청에서 하다못해 계약직으로라도 채용해주면 더러운 꼴 좀 덜 보면서 일할 텐데, 원청이고 하청이고 모르쇠로 일관한다.
일하고 싶으면 오야지 통해서 오라는 거다.
구조적으로 그렇다 보니, 망치질해서 먹고 살려면 오야지 밑에서 일하는 수밖에 없다.
(중략)
법적 근거도 없는 오야지와 하청 건설사는 어떤 방식으로 계약할까.
이 계약 방식이 중요하다.
이걸 알아야 불법 다단계 하도급과 안전사고를 연결해볼 수 있다.
오야지는 통상 '제곱미터당 얼마씩' 받는 거로 하청 건설사와 계약한다.
편의상 '평당 100원' 받는다고 치면, 오야지가 인부를 부려 20평짜리 4세대가 한 층으로 이뤄진 20층 아파트 2개 동을 지었다.
그럼 하청 건설사는 오야지에게 32만원(100원20평4세대20층2개동)을 준다.
오야지는 이 돈으로 인부들 일당을 주고, 간식이랑 밥 사 먹이고, 경우에 따라서 숙소도 제공해주고, 남은 돈을 가져간다.
오야지가 인부들을 들들 볶는 이유다.
최소한의 인원으로 최대한 빨리 건물을 지어야 자신이 돈을 많이 가져갈 수 있으니까.
(중략)
나는 일용직이다. 당장 오늘이라도 오야지 눈 밖에 나면 쫓겨날 수 있는 처지다.
"야! 이새끼야. 너 내일부터 나오지마"라는 오야지 말 한마디에 쫓겨난 사람을 셀 수 없이 많이 봤다.
우리 목숨은 파리 목숨과 다를 바 없다.
오야지는 눈에 불 켜고 우리를 본다.
일 못하는 놈, 망치질 느린 놈, 당장 쫓아내겠다는 눈빛으로 말이다.
우리라고 왜 무거운 자재 두 개씩, 네 개씩 들고 다니고 싶을까.
누가 봐도 위험해 보이는 작업 상황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서두르면 다친다는 거, 왜 모르겠냔 말이다.
어쩔 수 없이 눈 질끈 감고 높은 곳에 올라간다.
먹고 살아야 하니까.
오늘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내일로 미룬대서, 내일 두 배로 행복해지는 건 아닐 게다.
우리가 진짜로 미뤄야 하는 건 오늘의 행복이 아니라, 내일 벌어질지 안 벌어질지 모를 일에 대한 걱정이 아닐까.
2024.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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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와 글쓰기…. 저자는 좋아하는 분야를 찾아냈네요.
😊
오늘의 행복을 내일로 미룬대서, 내일 두 배로 행복해지는 건 아닐 게다.
우리가 진짜로 미뤄야 하는 건 오늘의 행복이 아니라, 내일 벌어질지 안 벌어질지 모를 일에 대한 걱정이 아닐까. 💡
2024.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