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세이] 멋진 문장을 만났다

in #zzan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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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인으로는 달래지지 않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표류하다 결국 편의점에 갔다는 문장이다. 전에 블로그에도 포스팅한 적이 있는 사랑할까, 먹을까 책의 작가이자 감독, 엄마이자 페미니스트인 황윤 님의 글. 여러 일이 겹쳐 원고 마감을 하러 카페에 왔지만 집중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는 그녀의 글이 심히 공감되었기에 따로 저장해 두었다 최근에 다시 읽게되었다. 그녀와는 페북을 통해 근황을 알지만 최근 포스팅에선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다양하게 적혀있었기에 삶을 단편적으로나마 볼 수 있어 꽤나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꽤나 소중한 (일방적) 관계라고 볼 수 있다. 나는 마음으로나마 그녀의 행보에 응원을 보내는, 조용한 팬인 셈이다.


 또 하나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토니 모리슨의 별세소식과 관련이 있다. 흑인여성 최초로 수상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아왔지만 실제 그녀의 책을 읽어본적이 있는 사람들은 수상경력이 절대적으로 그녀를 평가하는 요소가 되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터. 기존의 편견에서 벗어난 흑인 중심의 서사로 시적이고 섬세한 시선이 담긴 글들이 내 10대 시절을 따듯하고 단단히 만들어 주었던 기억이 난다. 필수도서 리스트에 올라온 이유 외에도 부모님께서 내게 강력추천하신 책이기도 했기에 미국에서 학교를 다닐때 도서관에서 자주 빌려 읽곤 했었는데, 그런 그녀가 별세했다는 소식에 잠시나마 단편의 기억을 떠올렸다.


 자신을 해방시키는 것과 해방 된 자아를 주장하는 것은 또 다른 것이다. Freeing yourself was one thing, claiming ownership of that freed self was another. 그녀의 책 ‘Beloved’에서의 이 문장은 전에 부서질듯 연약했던 내 자아를 단단하게 만들어준 글이였다. 최근 상담 세션을 통해 다시금 돌아보고 있는 내 자아의 깊이는, 사실 내 이야기를 들어줄 전문의가 아니면 꺼내질 일이 없이 영영 묻혀만 있었을 것이기에 이 문장과도 큰 관련이 있다. 전에 읽은 이 문장이 내게 큰 영향을 주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전문의인 정제닥님께 또한 들었던 한 문장. 워낙 도움이 많이 되는 조언을 많이 건네주시기에 그를 모두 기록하는것은 힘들지만, 최대한 기억해두려 노력한다. 그녀가 내게 전해준 한 문장은 바로 나는 무얼 하고 싶은가? 하는 질문이였다. 간단하지만 꽤나 상담을 통해 내가 무얼 얻고 싶은지 그리고 앞으로 반복적으로 수반되는 고통에 대하여 어떤 자세를 취하고 싶은지에 대한 내 마음을 알 수 있게 도와주는 강력한 문장이였다. 그녀는 내 상태가 어떠한지 진단을 내려주기도 하지만 나도 모르는 나의 상태에 대해 진정으로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좋은 인연이다.


 그리고 어디선가 읽고 기록해두었는데 출저를 모르는 문장을 적자면 대충 이러하다. 선생이 아무리 뛰어난 자라 해도 나를 윌리엄 포크너로 만들어 줄 능력은 없다. 재능이나 노력, 배움에 대한 열린 자세 등은 우리 자신에게서 나와야 한다. 읽었을 당시 공감하는 바가 많아서 대충 급하게 핸드폰에 적어놓기는 했는데 뭐에 공감했는지는...꾸준히 쓰고 읽어야 하는 배움에 대한 열린 자세를 망각한 학생들을 종종 마주하는데 그들이 떠오르기는 했음.


 최근 공부하다 나온 용어 정리. 1. 젠체하다. 잘난 체 하다 라는 뜻이다. 예) 나는 이것이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는 남성이 특히 페미니즘 이슈에서 젠체하지 말아야 하는 중요한 지점이라고 본다. 2. 반추하다. 어떤 일을 되풀이 하여 음미하거나 생각하다. 예) 지나간 몇년을 곰곰 반추하여 보니 후회되는 일이 허다하다. 3. 세파. 모질고 거센 세상의 어려움. 예) 험한 세파, 눈부시게 달라지는 세상, 그런데 심정적으로 형은 언덕이 되어 주었다.


 한국 책을 읽다보면 모르는 단어가 많아서 (짐작은 되지만 확실하지 않은 단어는 모르는것으로 침) 사전을 끼고 읽는데 내 처참한 수준의 한국어에 절망하기 일쑤다. 오래된 외국 생활로 일상 한국어만 간신히 유지하는 실정. 때문에 글을 쓰는 것 즉 생각을 글로서 남기고 기록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공부하자.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찌하여 그런 생각에 계속 사로잡히는지 거꾸로 타고 올라가 생각하다보면 자신을 좀 더 알 수 있게 된다.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에 대해 낯설게 질문하는 감각을 익히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 또는 원하지 않는 것들을 나열해보면 결국 근원지인 '왜' 를 찾게 되고, 나의 시선속에 있는 것들을 고려하게 되며 비교적 주체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게 된다.


 요샌 이렇게 질문과 대답을 뒤집어서 생각하려 노력한다. 내가 보는 시선 끝엔 무엇이 있고 그것은 왜 그렇게 보이는지 시간을 쏟아 고찰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방법은 (아직도 멀었지만) 내가 갖고 있는 편견과 사회를 바라보는 태도에 대해 성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요새 글을 내면의 힘 (or inner peace) 에 대하여 자주 쓰곤 했는데, 앞으로도 계속해서 기록할 예정이다. 단순하지만 진심을 표현하는 과정과 어디선가 읽었던 멋진 문장들로부터 용기를 얻는다.


Originally posted on 레일라의 쓰는여행. Steem blog powered by ENGR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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