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 essay] 고향이 있습니까
어린 시절엔 커서 갈 곳이 있었고, 다른 지방에서 대학을 다닐 때는 돌아올 고향이 있었지만, 이제는 돌아갈 데가 없다. 현실에 정착한 지금, 내 삶에 흐르던 변화의 에너지는 소멸하고 앞으로도 오랜 기간, 아니 어쩌면 영원히 이곳에서 뿌리박고 살아가야 할지 모른다. 갈 곳 없는 내겐, 여기뿐이다.
사감이 더 붙긴 했지만,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의 순례의 해>의 주인공 다자키 쓰쿠루는 대충 이런 말을 씁쓸하게 되뇌었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고향'이란, 우리가 나고 자란 물리적 공간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타향에 사는 사람의 관점에선, 고향은 언제라도 돌아갈 수 있는 곳이다. 나를 맞아주는 사람이 있고, 내가 마음 편히 머물 거처가 있는 곳이다. 그런 의미를 확장해서 내가 정처 없이 다니다가, 발길을 돌리고 잠시 머물 수 있는 곳은 모두 고향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에겐 흉금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가 고향이고, 어떤 사람은 다른 이와 함께 몰입할 수 있는 어떤 행위가, 또 다른 이는 책이 고향일 수 있다.
그 '고향'에선 세상의 번뇌를 잊어버릴 수 있다. 나를 잘 알고 나의 미숙함도 받아준다. 내가 설익었던 그때부터 나를 보아왔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근엄하게 보일 필요도 없고, 긴장할 필요도 없다. 어떤가. 이런 고향이 있는가. 언제라도 돌아갈 고향을 가졌는가.
나 답답해서 어디론가 가고 싶은데, 돌아갈 거처가 있으면 좋을 텐데, 막상 나서려고 하면 갈 곳이 없어 당혹스럽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런 일은 자주 겪게 된다.
고향이 이런 의미로도 정의될 수 있다면, 우리 모두가 공통적으로 가진 고향이 하나 있다.
'엄마'라는 고향
지난주, 슬픈 소식을 하나 들었다. 우리 학교 6학년 학생 하나가 엄마를 잃은 것이다. 어머니는 중병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한 것도 아니다. 사인은 독감이었다. 기침이 심했는데 일찍 병원에 가지 않으셨단다.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폐렴이 심해진 상태였고 입원 이틀 만에 돌아가셨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내 앞이 캄캄했다. 그 두 아이 엄마의 죽음은 한 사람이 단순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이 기대던 세계가, 아이들이 수시로 기운을 받던 우주가, 언제라도 발걸음을 향할 수 있었던 고향이 사라진 것이다. 잠시지만 난 내가 사는 행성이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 듯한 두려움과 고통을 느꼈다.
이제 그 아이들은 어떡하지? 허망한 죽음 앞에서, 할 말 없는 죽음 앞에서 들어설 다른 질문은 없었다.
우리는 엄마라는 고향을 떠나기도 하고 돌아오기도 하면서 일생을 산다. 어느 날 움직이지 않던 '고향'이 떠나가고, 내 남루한 발걸음을 받아줄 데가 더 이상 없어지는 날이 온다. 언젠가 우리는 모두 실향민이 되는 것이다. 상상하기 싫은 생각이지만.
나의 살던 고향은
‘여기 말고, 돌아갈 다른 곳.’
매일 나는 돌아갈 곳을 얻기 위해 애써왔다. 현실의 잡음이 들리지 않는 곳, 내가 마음껏 숨 쉴 수 있는 곳. 그런 곳을 찾기 위해 부단히도 두리번거린다.
때로는 내가 부양하는 아이들도, 가족도, 현실에서 고향 생각을 간절하게 하는 요인들이 된다. 난 혼자 머물 수 있는 곳으로, 내가 비루한 몸으로 가도 받아줄 곳으로 기어들어간다. 책으로 들어간다. 탈출도, 도피도 아니다.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세계 속에서 그나마 내 의지로 마련할 수 있는 작은 장소 하나를 마련하는 일이다.
오늘도, 내일도, 조심조심 머리를 숙이고 작은 문을 통해 비밀스러운 방을 드나들듯이 잠시 돌아갈 공간을 찾기를 바란다. 내 희망과 상상을 차단하고, 끊임없이 움직이게 하고 다그치는 세계 속에서, 내게 모종의 희망을 주는 좁은 공간으로 고양이처럼 조심조심 걸어 들어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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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감사합니다ㅎ
안녕하세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즐거운 일요일 되시기 바랍니다.
네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ㅎ
Cheer Up!
종종 고독함 혹은 외로움이 밀려올 때가 있어요.
알 수 없는 어두운 감정이 짙게 드리우는 순간.
외딴섬안에 홀로 갇혀 있는 듯 막막한 순간.
소중하다 믿고 있던 그 어떤 존재도 위로가 될 수 없는 순간.
물리적, 심리적으로 가장 가깝게 있던 그들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는 순간.
반갑지 않은 불청객은 예고도 없이 당황스럽게 찾아오죠.
그저 며칠 감기처럼 앓고나서 훌훌 털어버릴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일텐데 한달 때론 한 계절을 통째로 삼켜버릴만큼 제 일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 옴짝달싹 할 수없게 하곤하죠. 페르소나를 쓸 수 없어 사회적 기능을 온전히 담당할 수 없게 만들고 이는 돈벌이, 주변 인간관계에 악영향을 미쳐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서 점차 생명력을 상실해가곤 해요. 결국 버티다버티다 돌아가는 곳은 '세 권의 노트'.
아무것도 없던 자리에서 다시 시작할 때 만났던 철학자들의 글을 필사했던 노트를 다시 펼칠때면 그 때 그 순간 시작할 때의 느낌이 들곤해요. 그리고 마음이 편해져요. 지금의 그 어떤 순간도 그 때 그 시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 느껴서일까요? 마치 죽음앞에 한없이 사소해지는 일상의 문제들처럼. 이유야 어떻든 '지금의 나'의 시작이 담겨있는 노트 세 권은 제 마음의 파수꾼 역할을 해요.
'어디서부터 였을까', '지금의 내 마음은 무엇을 말하는가'
노트를 들여다보는 시간은 어느새 너무 가까워져 객관화가 사라진 자아, 감정과 거리를 두는 의식과도 같아요. 철학이 만능도 마법도 아니기에 문제라 여기는 모든 것을 하루아침에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나라고 인식하는 자아와 거리를 두게하는 탁월한 효과가 있어요.
마치 감정의 바다에 허우적거리며 갈 길을 못찾고 있을 때 저 너머에서 빛을 비춰주는 등대와 같은 역할이랄까? 잠시 숨을 고른 후 천천히 등대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다보면 어느새 뭍에 닿아있는 나를 발견하죠. 감정, 생각, 자아와 거리감이 생겨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돼요. 모든 문제도 그 해결도 '나'로 결국 귀결돼죠.
그렇게 짙은 어둠이 물러나고 마음에 빛이 들고 나면 그제서야 주변의 소중함이 보여요. 그 중에서도 가장 고마운 존재는 나만의 동굴에서 의식을 치르는 꽤나 긴 시간을 묵묵히 지켜봐주었던 이들이에요. 그들은 서울근교에 자리잡고 있는 내 부모이고 지금 제주에서 동고동락하는 녀석들, 그리고 또 한사람.
사라지고 나서야 빈자리가 보이고, 떠나고 나서야 머물던 곳이 보이더군요. 참 어리석다 생각하면서도 이런 제가 안타깝기도 하지만 이게 사는것이고 이게 인간이고 이게 나의 연약함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어쩌겠어요. 인정하고 안아주어야죠. 그리고 나서 주변의 소중한 이들에게 이런 나를 얘기해요.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거 알아. 너희와 차이가 있는 것도 알아. 너희가 나를 안아달라 원하는 게 아니야. 단지 내가 나를 이해하고 안아준 후 너희 곁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시간동안 기다려 줘. 나에게 너흰 소중한 사람들이니까.
p.s. 쏠메이트님이 다소 지쳐보이는건 기분탓일까요? 혹시 맘편하게 홀로 제주여행이라도 오시게 되면 담소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네요~ 제가 글을 쓸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뵈요~ :)
고독과 고립, 생의 불빛이 희미해졌을 때 펼쳐보는 그 노트들. 다시 나아가게 하는 먼 곳에서의 빛나는 손짓. 마법 같은 노트네요. 자주 발길을 돌리는 ryuie님의 고향이군요. 고향을 가진 사람은 그 자체로도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걸 갖지 못한 사람이 무척 많으니까요. ryuie님은 돌아갈 곳이 있어서 행복한 분이시고 프로댓글로 저까지 행복하게 만드십니다ㅎ
소중한 존재들을 늘 기억하고 되새김하는 ryuie님은 참 따뜻하고 정이 많은 분 같습니다. 때론 정이 고파보이기도 하구요. 쓸쓸해 뵈지만, 포근함이 느껴지는 뒷모습을 가지셨을 것 같네요.
저의 생활은 늘 지쳐있지만, 한편으로 늘 행복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이렇게 매일 쓸 수 있어서 좋습니다. 홀로 제주도 여행은 이제 상상만으로 가능한 일이 되었지만, 그럴 기회가 생기면 ryuie님을 떠올리겠습니다^^ 오늘 밤도 평안하세요!
코스터 이벤트에 당첨되셨습니다. 아래 주소에서
확인 부탁드려요. 참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busy.org/kr/@okthereisnospoon/2q1tsc-8
감사합니다. 확인하러 갈게요^^
생각해보려고 해도 딱 떠오르지가 않네요. 생각해봐야겠어요.
흠...
생각할 거리를 드렸군요. 님의 고향을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가슴이 절절해지는 문구들에 감동하게 되네요. 한편으로는 제 일상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네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제 글이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니 기쁩니다. 자주 뵈어요. 팔로우할게요. ^^
짠하네요.
그렇군요. 그 아이에겐 돌아갈 고향이 사라진 것이군요.
이야기가 참 안타깝습니다.
엄마의 부재, 고향의 상실은 누구나가 마주하게 되지만 너무 일찍 맞은 아이들은 참 안되었죠;
음...저도 글쟁이인데.ㅋㅋㅋ문학 전문 포스트를 올리는 블로거인데 우연히 들어와 봤더니 취미가 많네요. 배울 점도 많을 것 같아서 팔로우하고 가요 ㅎㅎ
가끔 들러서 제가 글연습 할 때 참고할께요. 필사할 때 라든가 :3
네 반갑고 감사합니다^^ 저도 자주 들를게요. 앞으로 자주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