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 essay] 그래비티, 연애에서 결혼에 이르는 길
<그래비티>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우주로 나간 사람들이 뜻밖의 재난을 만나고 사투를 벌인 끝에 지구로 귀환하거나 우주 미아가 되는 내용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은 이들이 ‘재난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엉뚱하게도 우주 속에 던져진 두 남녀가 연애에서 결혼으로 이르는 길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은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두 사람은 우주에서 아름다운 지구를 바라봅니다. 그들 눈에 비친 지구는 흙과 물, 불, 바람이 살갗에 와 닿는 ‘현실’이 아니라, 그저 잘 포장된 예쁜 사탕 같습니다. 보기만 할 때는 달콤하기 그지없어 보입니다만, 지구에 발을 내딛는 순간 그런 달콤함은 찾아보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지구 위를 걸어 다녀야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 발은 물에 젖기도 하고 진창에 빠지기도 합니다. 뜨거운 모래사막을 횡단하게 될 수도 있겠지요. 우주복을 입고 보는 지구는 이런 현실이 감추어져, 아름답고 달콤하게 포장되어 있는 것이지요.
뜻밖의 재난으로 한순간 우주 속을 떠돌게 된 여자를 붙잡아 준 건 추진력을 낼 수 있는 의지를 가진 남자였습니다. 그가 그녀를 찾는 걸 포기했다면 여자는 지구와 점점 멀어져 우주의 먼지가 되고 말았겠지요.
여자를 찾은 남자는 자신에게 붙어 있는 가느다란 끈을 여자에게 달아줍니다. 그 끈은 우주에서 그 둘을 이어주는 유일한 연결고리이자, 서로를 절대적인 고독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장치입니다. 끈은 우주의 심연으로 서로가 떠내려가지 않게 붙잡는 생명의 줄입니다. 그 줄에 의지한 채 그들은 아름답기만 한 지구로 돌아가기 위한 시도를 합니다. 우주에서의 유영과, 표류, 그리고 낭만적인 시간을 접고 현실에 발을 내디딜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연애를 하는 남녀는 우주에 던져진 인물들처럼 서로에게 가느다란 끈을 연결한 채 절대 고독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다가 결국엔 결혼이라는 현실로 함께 걸어가기로 작정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도, 갑자기 달려드는 우주 쓰레기의 공격으로 어쩔 수 없이 급히 귀환하기로 결정하는 경우처럼 외부적 환경과 상황에 따라 이루어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제 그들은 달콤한 사탕처럼 아름답게 포장된 지구를 향해 나아갑니다. 그들의 발에 묻히게 될 것들은 생각할 겨를도 없습니다.
<그래비티>의 두 남녀는 결국 2차적인 사고로 서로 헤어지게 됩니다. 남자는 우주의 망망대해로 점차 빨려들어 갑니다. 여자는 남자의 이름을 외치면서 슬퍼하다가 다시 지구 귀환의 의지를 다집니다.
결혼으로 나아가는 과정에 선 남녀는 몸은 비록 함께 있지만 때때로 서로의 마음을 놓쳐버리기도 합니다. 깜깜한 우주에서 홀로 남겨지기도 합니다. 외로움이 무엇인지 깨닫기도 하고, 곁에 아무도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결국엔 홀로 감당해야 하는 부분도 있음을 인정한 후에야 서로를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우주에 갇혀 서로를 이어주는 끈이 곧 서로의 생명을 지켜주는 상황에 있는 두 남녀는, 결혼이라는 새로운 관문 앞에 서 있는 두 남녀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의 결말은 극적으로 지구에 귀환하는 여자를 그립니다. 거대한 우주 속에서 무력한 인간으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던 여자는, 타인의 희생과 생에 대한 집념으로 살아남게 됩니다. 그래도 삶은 지금부터입니다.
연애를 끝내고 결혼 생활을 시작한 이에게 삶은 새로운 덕목을 요구합니다. 망망한 우주에서 지구의 한 곳을 밟게 된 사람처럼, 결혼과 함께 누리고, 견디고, 살아내야 할 시간들이 그(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녀의 지구 생활은 현실이고, 현실은 이제부터 그녀를 괴롭힐지도 모릅니다. 우주에 있을 때보다 더 큰 고독을 겪게 될지도 모릅니다. 우주에서 그토록 빛을 발하던 생의 의지가 흐릿해질지도 모릅니다. 이제부터 그녀는 진짜 인생을 살아가야 합니다. 우주에서 얻은 강렬한 기억을 간직한 채 말입니다.
어머! 이 영화를 이렇게 해석하기도 하는군요! 와우!!! 서로에게 가느다란 끈으로 연결되었다는 말은 정말 맞는것 같아요 ㅋㅋㅋ 결혼을 하고나니 절대고독은 확실히 없긴 합니다만....
결혼을 하고도 고독한 사람이 있는 걸 보면 에빵님은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거지요ㅎㅎ
(╹◡╹)아주 멋진영상의 영화죠~ 산드라블럭을 다시보게 됐습니다.. 또 결혼에 비유하시니 절묘하네요~(๑>◡<๑)
네 우주 공간에서 단 두 사람이 등장해서 극을 이끌어가는데 지루할 틈이 없죠. 좋은 영화입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래비티를 이렇게 해석도 가능하군요! 멋지십니다 +_+
고개를 끄덕끄덕 하며 읽게 되는 ㅎㅎ 영화를 다시 봐야하나 싶기도 합니다. 근데 이렇게 해석하니 왜 조지 클루니를 쓴건지 이해가 되네요. 감명 받고 갑니다 : )
고개를 끄덕하셨다니 보람이 느껴지네요ㅎㅎ 영화를 한 번 보셨다면 다른 영활 보세요. 좋은 영화는 많고 시간은 없네요ㅋ
그래비티가 개봉했을 때 챙겨보지 못했는데 솔메님 글을 보니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안보셨다면 강추입니다^^ 명작이죠. ㅎ
저도 이 영화를 봤었는데, 주인공인 여자가 삶의 의지가 정말 강렬했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남자와의 영혼적 교류가 아주 인상적이더군요.
네 남녀 주인공이 생의 의지를 잘 표현하더라구요. 연기가 짱이었습니다^^
정말 괜찮다고 생각했던 영화인데 이렇게 해석하신 걸 보니 또 새롭게 느껴지네요~ 해석하신 것을 보니 다시 영화가 보고싶어 졌습니다!
원작자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을 제 맘대로 해석일듯요ㅎ 만나서 반갑습니다^^
살아 남았기에 삶은 지금부터... 가슴이 뛰면서도 뭉클합니다 ;ㅁ; 오늘의 글은 마지막 문단이 하이라이트네요. 엄청 진지하게 읽었습니다. 결혼할 때가 되었나..
빙고~ 스프링필드님이 이제 지구로의 귀환을 준비하는 건가요ㅎㅎ 우주에서 어떤 분을 만나게 될지..ㅋ 제가 더 기대~!
아니 그래비티가 이런 멜로영화였습니까? 새로운시각이네요 잘보고갑니다 ^^
장르를 제 멋대로 오가는 감상이었습니다ㅋㅋ
결국 인생은 홀로 가는 여정인가요...
온전히 고독할 수 있어야 온전한 둘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있지요ㅎ
봐야겠네요....^^지금 내용생각하며~
지금 내용 잊고 보시는 게 더 이로우실 겁니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