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쉬 : 암울하게 덧입혀진 인종의 충돌

in #aaa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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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줄평


 폭력이 부르는 아픈 나비효과
 암울하게 덧입혀진 인종의 충돌
 인간관계 자체가 크래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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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그리 늦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이미 해는 져서 어두운 저녁 길을 혼자 걷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여긴 뉴저지의 한 안전한 동네) 그런데 한 젊은 흑인이 앞에서 내쪽으로 걸어 오더니 제게 시간을 묻더군요. 그래서 친절하게 알려주고 가려는데 갑자기 "Fuxx"이라며 소리를 버럭 지르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군에서 '전방에 함성 5초간 발사'하는 그런 장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는 우렁찬 사운드였습니다. 온 동네가 쩌렁쩌렁 울리는데 어찌나 깜놀하고 무서웠던지... 아마도 약 한모금 빤 상태 같았는데 최대한 눈 안마주치고 뒤도 안돌아보고 안 놀란척 빠른 걸음으로 갈길을 갔죠. 주위에 정말 개미새끼 한마리 없었는데 행여 총이라도 갖고 있었으면... 으...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그날 이후로 일단 해가 지면 절대 집밖으로 나가지 않지만 낮에도 맨하탄에서 흑인 무리들에게 둘러싸여 음악CD를 강매당할 뻔했던 무서운 경험까지 더하면서 흑인들에 대해 없던 편견들이 생기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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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개봉한 영화 '크래쉬'는 다양한 인종의 갈등을 영화의 극적 장치를 통해 조명하는 영화입니다. 작년 헐리우드에 불었던 미투운동으로 성폭행 피소된 '폴 해기스' 감독의 작품으로 그해 아카데미 작품상, 각본상, 편집상을 수상한 영화였지요.

미국은 전세계의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 섞여 사는 인종의 용광로(melting pot)라고도 불립니다. 그렇다고 정말 서로 친하게 섞여 사는 건 아니고 대부분 따로따로 사회를 만들어 선을 긋고 폐쇄적으로 살아 가고 있지요. 이렇게 서로 다른 문화와 교파, 이데올로기등은 서로에 대한 편견과 차별, 갈등을 양산해 냅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인종차별을 법으로 엄하게 다스리긴 하지만 표면적으로만 피할뿐 여전히 뿌리깊은 인종차별은 많은 인간들의 내면 깊숙히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아직도 매년 꾸준히 발생하는 혐오범죄, 증오범죄등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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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다루는 인종차별의 댓가는 나비효과처럼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며 제목 그대로 충돌하고 비극을 만들어 냅니다. 백인, 흑인, 아시아, 남미, 중동인들이 섞여사는 LA 도시를 배경으로 각 인물들의 이야기 줄기가 하나의 뿌리로 모여 연결되는 플롯구조에요. 개인적으로 이런 구성을 좋아하는데 바로 생각나는 영화로는 '바벨'이 있네요. (나중에 리뷰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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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은 다양한 인종들이 서로 교류할 기회가 많아서인지 심각한 차별이나 편견들이 덜하지만 LA는 서로 격리된 느낌이 강하다고 말합니다. 영화 도입부에서도 그레이엄(돈 치들)이 말하죠. 다른 도시에서는 길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며 정이 드는데 여기선 그렇지 않다고 늘 차안 (금속과 유리)에서 갇혀 살고 서로 충돌하고 상처준다고... 이게 다 사람의 체취가 그리워서, 서로를 느끼고 싶어서 그러는 거라고...

그래서인지 영화의 큰 사건들은 대부분 차안에서 벌어집니다. 차를 통해 범죄가 발생하고 차사고를 통해 깨닫고 화해하고 인생이 바뀌는 경험들을 하죠. 36시간 동안 벌어지는 이런 운명적 사건들은 모두 서로를 혐오하고 차별하고 피해의식과 불신등의 불씨로 인해 활활 타오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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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전개와 다양한 사건들이 바쁘게 움직이면서 전혀 지루할 틈을 주지 않으며 많은 생각들을 불러일으키지만 관람 후의 느낌은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일단 영화에서 그려지는 인종들에 대한 감독의 편견이 보여서 기분이 좋지 않았고 억지로 봉합해 놓은 듯한 결말도 그랬습니다. 과연 상을 받을 만한 영화였나 하는 의문도 들었고요.

그래도 인간은 선과 악으로 정확히 구별되지 않는 복잡미묘한, 선과 악의 혹은 자신도 모르는 길을 선택해 걷는 아이러니한 존재라는 걸 다시한번 일깨워 주었다는 점은 좋았습니다. 사실 모든 인간의 감정은 똑같고 인종을 떠난 어떤 관계라도 서로 상처를 주고 받는 건 똑같지 않나요? 교실에서 직장에서 벌어지는 집단 괴롭힘도 브레이크 없이 발전하면 홀로코스트 같은 반인륜적인 인종차별 인종청소의 단계까지 가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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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인종차별 지수로 치자면 우리나라도 꽤나 하위권에 속합니다. 아무렇지 않게, 심지어 이게 인종차별인지도 모르고 하는 행동들이 상당히 많지요. 짱깨, 깜둥이, 쪽발이등의 단어부터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에 이르기까지 무지해서라고 하기엔 비상식적이고 지나친 행동들이 자주 목격되곤 합니다. 주로 나이드신 분들에게서 보여지는것 같은데 정말 부끄러운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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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갈등, 그 해묵은 역사를 자랑하는 인종차별 증오문제는 고작 영화 한편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닐겁니다. 인종을 이야기하지만 모든 인간관계 속에서의 증오와 차별 갈등 충돌 그리고 각자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 진지한 접근을 도모하는 영화 '크래쉬'. 비록 한국인에 대해선 큰 오해가 있는 듯해 감정은 안 좋아 지지만 한번쯤 봐도 될만한 영화로 추천드립니다.

2019-10-22 화요일 오전 1-16-55.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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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튼키위즈 (Rotten Kiwies) 평점 85%
★★★★☆

* Movie URL: https://www.themoviedb.org/movie/1640-crash
* Critic: A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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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참 무서운거 같아요. ㅠㅠ

맞아요. 사람이 가장 무섭죠...

흑횽들이 참 착하긴한데.. 은근 무섭

순수함의 그늘이랄까...

미국은 밤에 엄청 무섭다더니 소문만은 아닌가 봐요.
우리나라 사람들도 외국인 노동자에게 우선 반말부터 하는 것은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맘까페에도 자기 좀 쳐다보지말고 헬로헬로 말걸고 도망가지 말아주라는 글이 올라오더라구요. ㅠㅠ 저라도 안그래야지 하고있어요.

미국은 끊임없이 갈등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근데 어디든 그렇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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