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없다면 바람이 되자-습관의 힘(#56)

in #kr6 years ago

오늘 새벽. 제법 선선하네요. 이게 벌써 3일째입니다. 방송에서는 연일 더 무덥다고 떠들지만 제 몸이 체험하는 온도는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더위 속에 가을이 조금씩 다가온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겠지요.

그동안 무덥다고 달리기를 게을리 했는데 오랜만에 집을 나섭니다. 집 앞에서 가볍게 몸을 푸는데 서쪽으로 기우는 새벽달에 왕거미가 열심히 벌레를 먹고 있네요.
왕거미.jpg

새벽을 깨우는 소리는 많습니다. 밤새 고추밭에 물을 주는 경운기 소리, 요란합니다. 새벽에 출근 하는 차량도 가끔 도로를 흔듭니다. 비둘기와 까치를 비롯한 새들 역시 인간한테 질소냐. 새벽 공기를 가르며 울어댑니다.
“구우구우 구구우우!”
“삐리리 삐루룩!”
“까아악 깍깍!”
수탉도 새한테 질 수 없다고, 여기는 우리들 세상이라고 목청껏 울어댑니다.
“꼬끼오!”

가볍게 달리기 시작합니다. 선선한 공기가 좋습니다. 길가에 달맞이꽃, 노랗게 활짝 피어 반갑게 인사합니다. 참나리는 화려하게 꽃잎을 말아, 사랑스런 인사를 건넵니다. 물가 무릇은 독특한 자태로 인사를 건넵니다.
달맞이꽃.jpg

바람 한 점 없는 날. 이렇게 달리니 바람이 느껴집니다. 한 줄기 바람이 더없이 고마운 때. 아하, 나도 바람이 될 수 있구나! 바람을 바라는 누군가에게 작은 보탬이라도 된다면? 이슬 맞은 풀잎들에게, 화려하게 꽃을 피운 참나리에게, 먹이활동에 바쁜 왕거미에게....

반환점을 도는 데 덥습니다. 길가로 뻗어 나온, 손바닥만한 칡잎 한 장 뚝! 얼굴에 문지릅니다. 칡잎에 묻은 이슬이 촉촉한 수건 구실을 합니다. 풋 내음 나는 수건입니다. 얼굴이 서늘합니다. 마음이 맑아집니다.

한 장 더 따서 얼굴을 닦습니다. 또 한 장을 따서 목을 닦고. 맨살에 물기가 묻으니 달릴 때 더 시원합니다.

새벽은 몸도 마음도 새롭고 가득한 시간. 빠르게 걷기만 해도 일어나는 바람. 다들 무더위에 지치지 마시고, 잠시나마 바람이 되어 봅시다. 손으로 부치는 부채 대신에 발로 부치는 ‘몸 부채’입니다. 마음까지 다독일 수 있는 ‘마음 부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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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밤엔 시원함을 느낍니다.
더워 더워 해도
가을이 몰래 오고 있습니다.

몰래 몰래
슬금슬금 오는 녀석을 잘 맞이해야겠어요

새벽이 '마음부채'란 말이 참 신선하게 다가오네요^^ 얼른 선선한 가을이 왔으면 좋겠어요~

새벽에는 가을이 왔으니
머지 않아 아침 저녁으로도 오겠지요^^

새벽 조깅이라... 대단하십니다. 길가에 홀로 뻗은 칡(?) 이 마치 역경에 굴하지 않는 상징 (소나무?) 같네요.

돌틈에 핀 게 달맞이꽃인데
그리고보니
말씀 처럼 굉장하네요.
이 가뭄과 더위에
흙도 없는 돌틈에서...

칡잎이 따갑지 않을까 이파리를 머리에 떠올려보다가 포기합니다
담에 자세히 봐야겠다 생각하면서요^^

참나리가 화려하게 꽃잎을 말아 사랑스런 인사를 건넨다 라는 말이 참 감동적이네요
언제부턴가 내가 표현하는 말이 사실만 무미건조하게 건네고 있드라고요

나뭇잎마다 느낌이 다른 데
칡잎은 아주 부드러운 편입니다.

완벽하게 자연을 느끼면서 사시는거 같아요 광화님은!
건강한 삶!

닮아보려고
흉내내고 있는 거지요^^

새벽에 좋은공기을 먼저드시네요ㅎㅎ
팔로우하고갈게요

새벽에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ㅎ

오늘 밤은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 산책 나왔습니다.
여름이 더워야 가을이 기다려지죠.ㅎㅎㅎ

밤 산책 좋습니다.^^

광화님 이 포스팅이 마음으로 읽히네요..
스르륵 스르륵 스며드는 소리..
마음 부채로 사락사락 부치는 소리..

마음으로 읽는 소리
사라락 사라락...

가을이야 원래 지맘대로 오던 아이니 기대하지도 보고 싶어 하지도 말어유~~~^^

맞네요.
지들 맘대로^^

저 사진이 왕거미였군요. 저는 수송헬기인줄 알았습니다.

밤벌레 잡아나르는 수송 헬기네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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