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그 끝에서-순간을 영원으로(#55)

in #kr6 years ago

토끼 줄임.JPG

저는 시골 살면서 짐승을 다양하게 키워봤습니다. 개, 닭, 염소, 오리, 토끼...목적이 조금씩 달랐네요. 개는 식구처럼 반려동물로, 오리는 논농사를 짓기 위해, 염소는 돈벌이로, 닭이나 토끼는 고기와 거름으로....근데 짐승들마다 생존 방식이 참 독특하더군요. 나름 배울 거리가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점차 내키지 않았습니다. 버겁기도 하거니와 묶인 모습이 안쓰러워 그만 키우기로 했습니다. 해마다 줄이다가 이제 남은 건 토끼. 이마저도 봄부터 동네 어른들한테 나누어주다가 한 마리 남았습니다.

그리고는 기회를 놓쳐, 남은 한 마리랑 계속 살게 되네요. 두어 달 지나고 있습니다. 근데요. 이 한 마리가 생각보다 잘 살아요.

외롭지 않을까. 보통 짐승이 한 마리면 시간이 지나면서 생기를 잃고 시들시들하다가 죽어버리거든요. 근데 이 놈은 여전히 풀도 잘 먹고, 털은 윤이 납니다.

덕분에 외로움이 무엇인지, 산다는 게 무엇인지를 새삼 돌아보게 됩니다.

저 같으면 무리에서 떨어져 혼자 남겨진다면 견디기 어렵지 않을까 싶거든요. 하지만 더 깊이 생각해보면 또는 막상 닥치면 달라지지 싶습니다. 무리 속에 있다고 외로움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요.

사람이 외롭다는 건 관계에서 오겠지요. 혼자 있기에 외로울 때도 있지만 보통은 관계를 맺지만 소통이 안 될 때입니다. 어쩌면 혼자보다 무리 속에 있을 때 느끼는 외로움이 더 지독한지도 모릅니다. 특히나 감정 교류가 안 될 때 많이 느낍니다. 여러 감정 가운데서도 사랑을 나누고픈 감정이야말로 가장 뼛속 깊은 느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다가 나무를 생각합니다. 나무는 한 곳에서 나고 자랍니다. 어딜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습니다. 사람 기준으로 보자면 꽤나 외롭지 않을까 싶습니다.
봄 수양 버들이 비오듯이 내린다.JPG

하지만 나무는 나무만의 소통 방식이 있답니다. 『매혹하는 식물의 뇌』라는 책에는 사람보다 한결 많은 감각 기관을 갖고 있어, 소통도 활발하게 하는 걸로 나옵니다. 어쩌면 다른 곳으로 아예 갈 수 없기에 소통 능력을 더 많이 키운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머무는 법을 그 어떤 동물보다 잘 알지 싶습니다. 이 책은 나중에 따로 독후감을 써볼 생각입니다. 토끼한테도 나무한테도 배울 바가 참 많습니다. 짧은 선시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나무는
한 곳에서 자라
외로움을 알지만

그 한 곳에 있기에
외롭지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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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기대됩니다.
예전에 식물의 정신세계라는 책을 일긴 했는데
가물가물 하다는....

저도 그 책은 몇 번 보았습니다.
새삼 반갑네요

토끼 너무 귀여워요!
외로움 자체를 모르는거 아닐까요?
생존의 방법만을 생각하며 생존 하다보니...
관계를 맺고 가족을 꾸리고 나면 외로움이란걸 알기 시작 하겠죠...

글쎄요. 토끼한테 물어보지를 않아서^^
나름 본능으로 인지하는 부분도 있겠지요.
페르몬이라는 것도 나올 테고요

어쩌면 혼자보다 무리 속에 있을 때 느끼는 외로움이 더 지독한지도 모릅니다

정말 맞는 말씀이신 것 같아요. ^^

고맙습니다.
도시 속 외로움과
시골 외로움이 조금 다른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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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속에 존재하는데 외롭다고 느낄때가 진짜 쓸쓸함이 배가 되는것 같습니다. 지나친 관심은 독이 되지만 관심을 못 받아도 힘든게 사람이란 존재 같네요.

적당한 관심
맞춤형 관심이 최고겠지요?^^

bro! pls write content in English. So that we can read your awesome content :)

예전에 저의 부모님께서 시골에서 토끼를 키웠는데 어찌나 번식을 잘 하든지....

평생을 살아 봐도 늘 한자리,
넓은 세상 얘기도 바람께 듣고.
꽃 피던 봄 여름 생각하면서,
나무는 휘파람만 불고 있구나. ... 이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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