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촬영, 10분을 위해 반나절을-순간을 영원으로(#37)

in #kr8 years ago (edited)

방송 촬영.jpg
방송 촬영을 했습니다. 그것도 거리가 제법 먼 여수 MBC에서 왔습니다.

그 앞뒤가 이렇습니다. 사실 제 아내가 제철 밥상, 이런 쪽으로 조금 이름 있습니다. 책을 몇 권 냈거든요. 『자연달력 제철밥상』, 『자연 그대로 먹어라』, 『숨 쉬는 양념.밥상』.

방송 측 처음 의도는 ‘제철밥상’을 찍자 였습니다. 방송 전체 콘셉트는 ‘특별한 밥상’이라네요. 그런데 현장에서 와서 보고 또 아내랑 촬영을 진행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답니다. 밥상의 근원이 되는 ‘밥꽃’도 함께 찍어야겠다고.

‘밥꽃’을 아시나요?

처음 들어본다고요? 아마 그럴 겁니다. 우리 부부가 새로 만든 말이거든요. 그러니까 이 지구상에는 꽃을 피우는 식물이 30만 여종입니다. 꽃이 핀다는 것은 식물의 일생 과정에서 아주 극적이면서 소중한 순간입니다. 꽃이 아름답다는 건 눈으로 보는 것만이 아니라 바로 이런 생명 에너지의 극적인 순간이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수없이 많이 피는 꽃 가운데 정작 우리 사람을 먹여살리는 꽃은 얼마나 될까요? 벼꽃이 피었다가 져야 쌀이 나옵니다. 콩꽃이 피었다가 져야 콩을 먹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자주 먹는 상추 역시 마찬가지. 잎만 먹다 보면 정작 꽃을 아예 모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추도 배추도 쑥갓도 다 꽃을 피운답니다. 우리가 뿌리를 먹는 당근도 더 없이 소박한 꽃을 피우지요. 지구상의 30여 만종의 꽃 가운데 겨우 25종이 우리 사람한테 필요한 에너지의 대부분을 제공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들꽃에는 관심이 많습니다. 관련 책이 수백 권이 넘습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를 먹여살리는 곡식꽃 채소꽃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습니다. 관련 책이 없거든요. 너무 흔하다보니 소중함을 모르는 걸까요?
밥꽃마중.jpg

그래서 저희 부부가 나섰습니다. 정말 이 작업은 인류적인 가치가 있는 거라고. 하지만 막상해보니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시작하고부터 자그마치 9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해마다 농작물을 키우고, 보듬고, 갈무리하고, 글 쓰고, 사진 찍고, 공부하고, 자문을 구하고....이렇게 하다가 어느 하나라도 놓치면 또 한 해를 고스란히 기다려야했습니다. 그만큼 어렵게 어렵게 나온 책이랍니다. 우리가 다시 결혼을 하여 자식을 갖는다면 정말 이런 정도 공을 들여야겠다 싶을 만큼 애착이 가는 책입니다.(어쩌다 책 홍보로 기우는 듯^^)

촬영하다가 방송 작가가 금방 눈치를 채더군요. 이게 얼마나 소중한 콘셉트인가! 제게 다가와 간곡히 요청을 하더군요.
“선생님, 밥꽃도 한 회분을 따로 찍을까 해요. 이 책을 두 분이 함께 내셨잖아요. 촬영도 함께 해주시면 안 될까요?”
“그래요. 저는 출연료가 좀 비싼데. 얼마인가요? 하하”

하지만 요건 비밀이라 여기서 밝힐 수가 없네요. 그리고는 다시 일사천리로 촬영에 들어갔습니다. 방송 장비가 어마어마합니다. 카메라 3대가 돌아갑니다. 10분 방영을 위해 반나절을 찍었습니다. 나중에 또 한 번 더 오겠답니다. 촬영을 하면서 ‘밥꽃’이라는 콘셉트에 연신 감탄을 합니다.

특히나 촬영 감독님은 욕심을 좀 내네요.
“아, 이거 정말 좋은 데요. 사실 제가 촬영한다고 전 세계 안 다닌 곳이 별로 없는데. 이 콘셉트는 너무 좋아요. 욕심 같아서는 여기 가까이에 숙소를 잡고 한 일 년을 찍고 싶네요.”
“그래도 투자자를 미리 알아보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먼저 찍은 다음, 필름을 팔면 되요. 해외로 수출까지 가능한 아이템이거든요.”

촬영감독님의 톡톡 공감으로 제 마음이 업그레이드되어 촬영을 쉽게 했습니다. 그럼에도 조금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마 편집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문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반나절 찍은 걸 10분으로 편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저는 징글징글합니다. 글 한 편 쓰고 고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닌데. 영상 편집이란 종합 예술답게 그 무게감이 크겠지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가 순간을 영원처럼 살 수 있다면? 굳이 그렇게 오래 촬영을 하지 않아도 될 텐데. 10분 찍어서 그대로 내보낼 수 있는 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더 알차고, 이를 나누고자 하는 스티미언이 천만 정도 되면 이루어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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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이런 일 같이 할 수 있다니 너무 멋져요..9년 동안 포기하지 않으신 것도! 이렇게 식물에 조예가 깊으셔서 제가 개구리밥이라 잘못 올려놓은 수련도 바로 아셨군요 :-)

고맙습니다. 경아님도 이쁜 사랑 잘 하시길^^

우와.. 방송촬영까지 하시고
유명인이셨군요!!^^
싸인 한장 부탁드려도 될까요?^^

@kimkwanghwa 님 편안한 밤되세요^^

고맙습니다. 언제 한번 밋업에서 만나요^^

밥꽃....참 좋은 말이네요.
얼마전에 양배추꽃을 포스팅했는데 첨 봤거든요.
그 귀하다는 야생화들은 산과 들로 쫒아댕기며 보고 사진찍고 합니다만 감자꽃을 못본 사람들도 많더군요. 부추꽃도, 상추꽃, 쑥갓꽃도.....고구마꽃을 본것도 얼마 전이구요.

무슨 꽃이든 알면 다 예뻐지요.
특히 밥꽃은 꽃보다 음식이 먼저라 많이 놓치는 거 같습니다.

보상조정용 댓글보팅
사유: 창의적인 활동

고맙습니다^^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밥꽃...
인간과 인연을 맺은 꽃들이 얼마되지 않는군요..
@energizer000님 같은 분이 읽고 리뷰 써주시면 좋겠는데요..ㅎㅎ

리뷰야 누가 써도 환영^^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고마워요. 짱짱맨!

밥꽃은 저도 상상도 못했던 콘셉같습니다. 촬영감독이 욕심낼만도 합니다. 저는 얼마전에는 밀밭도 생전 처음보고 신기해했었거든요^^

그렇지요.
요즘 아이들은 점점 더 자연에서 멀어지는 거 같아
안타깝습니다.
아이들에게 직접 보여주지는 못해도
책으로나마^^

텔레비젼 혹은 vod로 볼 수 있겠군요~^^

고맙습니다.
정작 저희는 텔레비전이 없어요 ㅠ

멋집니다 저 이쁜 책을 기회가 되면 읽어보고 싶네요

고맙습니다. 인연이 닿았으면 좋겠네요^^

밥꽃 마중 어감이 참 좋습니다. ㅎ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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