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 믿음의 결과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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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결과 @jjy

오늘은 아침부터 바쁜 날이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선다. 차창 밖으로 황금빛으로 물든 논배미가
달리고 할미질빵도 하얀 꽃이 소담스럽다.

창작교실 수업과 춘천으로 문병을 가고 문학지 발간 계획을 확정
하고 하루 일정이 빠듯하다. 그렇게 부지런히 다녔어도 해는 지고
초승달이 저무는 하늘을 지키고 있다.

오랜만에 보는 사람도 있고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들어오니
어머니 혼자 방에 계시는 모습이 또 마음에 걸린다. 저녁을 차려
드리고 조금 있으니 무거운 발소리가 들린다.

친구들과 나갔던 사또가 복숭아를 한 박스 들고 왔는데 정리하며
보니 상한 곳이 있었다. 정품이지만 장사가 안 되어서 수확한지
오래 되어 상품성이 떨어져 떨이로 팔고 있다고 하며 워낙 맛이
좋아 먹는 데는 지장이 없다는 말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고 한다.

원래 오만원인데 만원씩에 처분하고 있어 도와주는 셈 치고 다섯
박스 사서 한 박스씩 나누어 주고 하나만 들고 왔기에 덩달아 좋은
일 했다고 했다.

상한 곳을 발라내고 먹으면 별 지장은 없을 것 같아 깎아 접시에
담아 어머니께 먼저 드렸다. 손을 씻고 들어오는데 복숭아가 맛이
없다고 하신다. 나도 한 쪽 먹어보니 겨울에 얼었다 녹은 무처럼
물컹거리고 단맛은 조금도 없다.

올 같은 기후에 농사지은 수고를 생각해서라도 불평을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정도가 심했다. 그렇다고 버릴 수는 없고 꿀이라도
넣고 갈아 먹는 것 밖에 방법이 없을 것 같다.

힘 들여 농사짓고 박스 값도 못 건지게 생겼다고 해서 그 말을
믿고 맛도 안 보고 샀더니 이렇게 되었다. 날짜가 지나 상한 곳은
있어도 덜 익은 과일을 팔고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런 과일을 받은 사람들은 뭐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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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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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에는 당도가 좋아보이는데요.ㅠ
그래도 사또님도 jjy님도 마음씨가 달콤하십니다.~^^

앞면은 그래도 나은 편입니다.
뒷면을 보니 만지기도 어려웠어요.
다 곯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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