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in #kr6 years ago

여자의 마음@jjy

오랜 시간 간호사로 일하다 나이도 있고 남편 직장 가까운 곳으로
이사하게 되면서 퇴직하고 마당에 풀 뽑고 채소밭을 가꾸는 재미에
푹 빠져 사는 사람이 있다.

벼르고 벼르던 점심식사를 하고 커피숍으로 향한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도 냇물도 새도 예쁘다며 환성을 지른다. 심지어는
배추벌레도 예뻐서 못 죽이겠다고 하는 사람이다.

내가 왜 여태 도시에서 살았는지 모르겠다고 하며 이렇게 좋은 줄
알았더라면 진작 시골로 올 걸 그랬다는 말을 수도 없이 한다.

조그만 틈을 타 점심보다 맛있는 수다가 늘어지는 시간 어쩌다
보니 성형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동행한 큰 언니는 예뻐지는
것도 좋지만 얼굴에 함부로 손을 대면 운명이 바뀐다고 하며 절대
칼 대는 거 아니라고 정색을 하신다. 그러면서 본인 입가에 생긴
팔자주름은 어떻게 살짝 보톡스라도 맞을까 하며 걱정이다.

성형 얘기가 나오자 물 만난 고기처럼 수다에 생기가 돋는다.
병원에 근무하던 시절에 있었던 이야기를 옮기자면 앞 못 보는
여자가 얼굴을 뜯어 고치러 왔다. 의사나 간호사들이 만류했지만
본인의 의사가 완강해서 수술을 하게 되었다.

며칠 후 모두가 놀랄 일이 벌어졌다. 함께 온 남편도 맹인이었다.
모두들 듣지 않는 곳에서 수군덕거리고 있었지만 막내가 직접
물었다. 혹시 아저씨는 아주 희미하게라도 보이시느냐고 했지만
수술 흔적이 푸르스름하게 남은 얼굴을 가로젓는 모습에 모두가
어안이 벙벙했다.

자신의 얼굴도 보지 못하는 여자가 똑 같은 장애를 가진 남편과
살며 고통을 감내하면서 성형수술을 한다는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어린 시절 학교 길에서 앞 못 보는 여인을 가끔 마주치게 되었다.
그 여인은 부모님이 부자라 물려주신 재산으로 어려움 없이 돈도
잘 쓰고 산다고 했다. 곱슬거리는 파마머리에 고운 한복을 차림을
하고 시중을 드는 여자아이의 부축을 받고 다녔다.

어느 날 화장품 방문판매원으로 일하는 아줌마가 그 집에 가기만
하면 장사가 잘 된다고 하며 돈을 아끼지 않고 고가 화장품을 척척
산다고 했다.
한 번은 콤팩트를 들고 이것저것 만져보고 냄새를 맡더니 고가품을
들고 발이 곱고 좋다고 하면서 그걸로 달라고 했다. 그리고 연한
핑크색 립스틱도 하나 달라고 하면서 마음에 드는 색으로 골랐다.

남의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아는 시골에서 장님이 뭐가 보인다고
화장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소리가 돌았다.

내가 내 얼굴을 볼 수는 없지만 남에게 보이는 내 모습이 결코
초라하거나 추하게 보이고 싶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새치가 나고 주름이 잡히더라도 여성임을 포기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보호가 없이는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옮길
수 없어도 꽃다운 향기를 전하고 싶은 마음은 장애가 아니었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블로그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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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이 안보이지만 다른 이에게 꽃다운 향기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자신의 모습을 못 보는 것도 답답할텐데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볼 수 없다는 사실
얼마나 보고싶을까요

마음의 향기를 전해주는 분이시네요.

절실하겠지요.
안 보이는 만큼
더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음.....
이해가 가는데요...ㅋㅋ

장님이지만 여지이고 싶은....ㅋㅋ

충분히 공감이 됩니다.
내 모습을 볼 수 없어도
다른 사람에게라도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알고는 있었지만 산문도 잘 쓰시네요 ㅋㅋㅋㅋ

매번 감사합니다.
꾸준히 가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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