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life story- 비자나무의 소생
비자나무의 소생@jjy
바둑을 즐기는 사람들은 좋은 바둑판 하나 갖는 것이 평생소원이다.
이들은 은행나무나 피나무로 만든 바둑판 하나만 있어도 자랑거리다.
그러나 최고급품은 비자반(榧子盤)으로 친다. 나무에 향기가 있고
연한 황색이라서 바둑돌의 흑백과 잘 어울리며, 돌을 놓을 때 들리는
은은한 소리는 선물이다.
처음에는 표면이 약간 들어가 있는 듯 보이지만 바둑을 다 두고
돌을 바둑판에서 치우고 나면 다시 회복되는 탄력성은 다른 나무는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자랑거리다.
비자나무는 현재 남해안 및 제주도에서 드물게 자라는데, 대부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그래서 지금은 비자나무 바둑판을
전혀 만들 수 없다. 보존상태가 좋고 잘 다듬어진 비자나무 바둑판은
소위 명반(名盤)이라고 알려져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한다.
지금은 이렇게 귀한 나무이지만 옛날에는 남해안에서 흔히 자라던
나무였다. 이는 문헌이나 출토유물에서도 확인된다. 《고려사》에
보면 원종 12년(1271)에 원나라의 궁궐을 짓는 데 필요한 비자나무
판자를 보냈다고 한다. 비자나무는 부드럽고 연하면서도 습기에
잘 견디므로 예부터 바둑판 이외에도 관재나 배의 재료로 널리
이용된 좋은 나무다.
이처럼 고려 이전만 해도 비자나무는 널리 자라고 있었음을 짐작 할 수
있으나 조선조에 들어오면서 사정이 달라진다. 벌써 세종, 예종, 성종
때 여러 번에 걸쳐 비자나무 판자의 수탈에 관한 지적이 있었으며, 영조
39년(1762)에는 제주도에서 바치는 비자나무 판자 때문에 백성들의
폐해가 심해 일시 중지시킨 기록도 있다. 그래서 우리와 가까이서
삶을 함께해 온 비자나무 숲은 안타깝게도 모두 없어지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몇 곳만이 겨우 목숨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이 국내에서 사라질 번한 멸종위기 희귀식물인
'비자란' 복원에 성공했다고 1밝혔다.
비자란은 오래된 나무에 붙어 자라는 난초과 식물로, 국내에서는
제주지역에서 매우 제한적으로 자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