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한심할 수가 있나요-어금니도 뽑고, 피고름도 뽑고

in Avle 종교 철학 인문학last year (edited)



어제 동해에 있는
치과병원 다녀왔습니다
입안에 고름이 고여
생고생한 지 보름
부은 잇몸을 치료하려면
결국 이를 뽑아야 한다는
의사 말을 들었습니다

신경치료를 하고
금으로 덮어 씌운 어금니 안쪽
그 뿌리가 썩어 이를 주저 앉히고
피 고름을 만들며
잇몸을 퉁퉁 부어 오르게 하는 동안

대체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한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입안에서 역한 냄새가 날 때
이가 썩어 가는 줄 모르고
아직도 진행 중인 모진 풍파 겪으며
역류성 식도염을 앓으며
그것 때문인 줄 알았습니다

매년 치과 점검도 받았고 스켈링도 했지만
어찌 그전의 그곳 의사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했을까요
강력하게 입안 증상을 호소했어야 했는데
엉뚱한 내과, 정신과, 외과에서
속앓이로 인한 궤양을 고치고
마음의 병을 진단 받고
부러진 갈비뼈를 맞추는 동안
내 어금니가 감쪽같이 썩어 들어갔다는 걸
잇몸이 부어 피고름을 뱉으며
까마아득히 몰랐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오늘 10:30
썩어 들어간 어금니를 뽑기 위해
어제 저녁부터 처방해준 약을 먹었습니다
부어오른 잇몸을 진정시키고
음식을 제대로 씹을 수 있는 날을 기약하며
어금니를 뽑기 위해
피고름을 뽑기 위해
태백산을 하산해
동해 바다로 갑니다

현재 나는 내 갈비뼈를 부러뜨린 그녀와 이혼소송 중에 있습니다
폭탄 전화, 폭탄 문자, 폭탄 카톡에 이어
그녀가 다시 유투브 채널의 나르시트 영상을 보내오기 시작했습니다

파도 소리만 들리는 외진 바닷가에서
바다를 보며
내가 정녕 그녀가 주장하는 나르시트이자 정신병자인지
내 곪아 터진 삶을 돌아보겠습니다
더 이상 한심하게 견디며 살지 않겠노라고
다짐하고 다짐하고
그 바닷가에 그 전의 삶을 내려놓고
꼭꼭 다져 밟고
다시 태백산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살면서
내게 주어진 무거운 짐을 지고
고통을 기꺼이 감내하며
앞으로 주어진 삶을 탓하지 않고
한 걸음씩 걸어가겠습니다
2023-04-18 이응률 @jamis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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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세요 작가님
우선 건강부터 잘 챙기시고 하나씩 해결해 나가시길 바랍니다.
늘 응원합니다!!!

덕분에 하나씩 잘 정리하고 있습니다. 건강이 최고 라는 걸 깨닫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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