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ZAN] 순천산 갈대 빗자루

in #zzan5 years ago (edited)

연어입니다. 저는 진공청소기 흡입력이 아무리 강해졌다 해도 바닥을 쓸 때 만큼은 빗자루를 써야 속이 시원합니다. 일단 진공청소기는 구석구석 찌르는 맛이 없쟎아요. 청소가 주는 마음의 정화도 빗자루를 써야 훨씬 크게 다가오고 말입니다.

요즘 파는 갈대 빗자루는 대개 베트남 같은 곳에서 만든 제품들입니다. 그런데 불만인 것이 쓸다 보면 잎이 왜 이렇게 쉽게 빠지는지.. 갑자기 어릴 적 사용하던 갈대비가 생각났습니다. 순천에 사셨던 할아버지께서 몇 개 선물로 주신 갈대비였죠.

수염이 멋드러졌던 할아버지는 할머니께서 재혼하신 분이니 친할아버지는 아니셨습니다. 그래서 생전에 몇 번 뵌적도 없었네요. 어릴적 몇 년에 한 번 순천에 가면 돌아오는 길에 할아버지께서 주신 갈대비를 몇 개 갖고 왔었습니다. 직접 만드신건지 이웃 사람들이 만든 것을 얻어다 주신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기억나는 것이, 갈대비를 야구방망이 삼아 돌멩이로 배팅 연습을 하고 있으면 할아버지께서는 멀찌기서 이웃 할아버지들과 함께 껄껄대며 구경을 하고 계셨습니다. 처음엔 몰랐는데 제가 헛스윙을 할 때마다 너털 웃음이 들려오더라구요. 아마 어린 손주의 재롱처럼 보이셨나 봅니다.

그때는 그냥 시골에 널려있는 갈대로 만든 빗자루려니 했는데, 지금 보니 순천의 그 유명한 갈대로 만든 것이더군요. 당시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던 위치도 유명 관광지가 된 순천 갈대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그것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네요)

일단 쓰고 있는 갈대빗자루니 쓸 수 있을 때까지는 쓰겠지만 저의 참을성이 다하고 있나 봅니다. 다음에 빗자루를 살 때는 순천산 빗자루까지는 아니더라도 제대로 만든 국산 갈대비를 사서 이곳저곳 구석구석 쓱쓱 잘 쓸고 다녀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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