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27 기록] 결국 근거고, 과학이며, 숫자다

연어입니다.


  • 노무현 정부때 사스(SARS)가 발병했다. 자타공인 방역에 성공했다 평가받았으며 초반부터 모든 역량을 끌어모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정책 방향을 남겼다. 질병관리본부가 출범된 것도 이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이명박 정부때 신종플루(H1N1)가 발병했다. 곧바로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가 발촉되었고 초기 대응에 상당부분 성공했다. 그러나 신종플루는 급속도로 퍼졌고 정부, 관련기관, 의료계는 힘겨운 싸움을 지속해야 했다.

  • 박근혜 정부때 메르스(MERS)가 발병했다. 방역 결과는 처참했다. 컨트롤타워 부재, 부족한 준비, 미숙한 대응. 그래도 국민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힘을 썼다. 큰 상흔을 남겼지만 상황은 수습되었다.


과거 세 정부 모두 세계적으로 긴장한 전염병 세례를 극복해야 했다. 그 가운데 성공도 실패도 맛 보았다. 그렇게 해서 남은 것이 있었다.

  • 기록, 그리고 경험

모 백화점이 무너지고, 모 페리선이 침몰하고, 모 항공사 항공기가 추락한 적이 있었다. 일명 육해공 재난.

당시 대한민국은 자조했다. '빨리빨리'에 안전을 등한시하며 아픈 교훈을 잊고 지나가는 국가. 문제가 닥치면 그제서야 수습하기 정신없는 나라. 이웃나라 일본이 재난을 두고 철저한 준비와 침착한 대처로 견뎌내는 모습을 멀찌기 지켜봐야 했다.

준비는 어디서 부터 시작되는가? 경험이다. 경험마저 없다면 기록이다. 경험과 기록이 함께 있다면 금상첨화다.

기록을 바탕으로 모델을 만들고 확률과 통계를 낼 수 있다. 확률과 통계는 준비에 효율을 끌어올리고 예측을 가능케 한다. 예측할 수 있다면 준비할 수 있는 것이다.

경험이 있으면 당황스러움을 줄일 수 있다. 경험자는 침착함을 보일 수 있고 효과적인 길을 제시할 수 있다.

물론 기록과 경험에 약점은 있다. 기록과 경험에만 의존한다면 이를 뛰어넘는 상황을 간과할 수 있다. 물론 기록에 의한 데이터 패턴과 많은 경험은 새로운 교훈을 알려주기도 한다.

  • 세상은 늘 과거를 뛰어 넘는다

빨리빨리 모드로 정신없이 살아가는 대한민국이 이번 코로나19에 전방위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은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 본다.

정부와 대응 방침을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든, 국민들은 여러 매체를 통해 수 개월간 이전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 노출되었다. 숫자화된 데이터다. 이번 상황을 계기로 언론과 국민들은 숫자로 얘기하고, 데이터를 논하고, 예측 모델에 기반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익숙해질 것이다.

앞으로 어떤 정부나 방역 당국이든 국민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려면 합당한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이나 언론이라고 다를 것이 있을까? 비단 이 현상이 보건위생에만 해당되는 것일까?

선거가 눈 앞에 다가온 이유도 있겠지만, 이번 상황을 대하는 언론의 태도는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이를 친정부냐 반정부냐로 가를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숫자든 모델이든 과학적 근거를 들고 주장을 하는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왜 손을 자주 씻으라 하는지, 왜 사회적 거리를 두라고 하는지, 왜 양성반응자와 경로가 겹치는 대상을 추적하는지, 방역의 기준을 어떻게 세웠는지 등등...

많은 보건, 의료, 정책 관계자과 학자들이 기록, 데이터, 모델링, 인공지능, 네트워크 등 의학 지식경험에 최신 인프라를 총동원하여 실시간 답을 끌어내고 왔다.

앞으로 정책, 행정, 방침 등에 태클을 걸려면 꽤 많은 공부와 준비를 병행해야 할 것이다. 그저 비전문가로서 패널 한 명으로 나와 어째야 했느는 저째야 하느니 하는 수준의 언급은 그닥 씨알이 먹히지 않을 풍토가 조성될 것이다.

이것이 코로나19를 전후로 바뀔 세상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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