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30] 카나리아 새, 그리고 NFT(Non Fungible Token)

in #sct5 years ago (edited)

연어입니다. 예전에 사무실에서 카나리아를 대량으로 키워본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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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두 마리가 아니라 약 150 마리, 그것도 이태리(시칠리아), 벨기에,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스페인 등 유럽 각지에서 수입해 온 챔피언과 입상자들, 그리고 그 새끼들이었습니다.

계기는 삭막한 도시 건물더미에서 지저귀는 새 노래소리를 들으며 일을 하자는 오너분의 배려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더 큰 진실을 추측할 수 있지요. 뭐, 사회생활이란 것이 그렇지 않겠습니까? 오너의 취미는 곧 회사 직원들의 취미가 된다는 것.

어쩌다 보니 저도 카나리아를 키우는 주력 멤버가 되었습니다. 이상하게 식물은 잘 못 키우는데 동물은 잘 키우기도 하고요. 헌데 이렇게 브리딩에 참여하면서 저도 카나리아를 키우는 취미가 어떤 의미인지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카나리아를 키우는 취미는 유럽권에서는 상당히 고귀한(?) 취미 중의 하나로 인식된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성격이 차분한 교사나 공무원들이 즐겨하는 취미인 것과 달리 유럽에서는 전통적으로 귀족들의 취미였다더군요. 그래서 우수한 카나리아를 배출하는 브리더에게는 기사 작위를 주기도 하는데, 실제 저희 새들 중 많은 녀석들이 기사 작위가 있는 분들이 키워낸 혈통이었습니다.

레드, 옐로우, 옐로-브라운, 화이트 등등 색상이 많지만 대개 레드 카나리아를 최고로 치는데, 아름답고 선명한 붉은 때깔을 내려면 상당한 정성을 들여야 합니다. 전통적으로 많이 이용하는 방식은 직접 당근을 먹이거나 특수 제조된 당근 추출물을 사료에 넣어 '케라틴' 흡수를 높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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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부터 꼬리까지의 신체 비율, 자세, 부리 모양, 꼬리 형태, 색상, 윤기 등등이 심사의 기준이 되는데, 처음에는 어떤 모습이 우수한 형질로 인정되는지 잘 몰랐다가 차츰 그 기준을 알게 되니 역시 챔피언의 작품(?)들이 다르긴 다르다는 생각을 하였죠.

알을 낳고 부화를 시키는 것도 세심히 다루어야 합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어미가 새끼를 완전히 독립시키는 때가 오면 그나마 한숨을 좀 놓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카나리아의 인생주기를 지켜보다 보면 아주 특이한 규칙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여기서 착안하여 한 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와 같은 작품을 구상해 두기도 하였습니다.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소설을 한 번 써봐야겠는걸요)

첫 번째 사진에서 보실 수 있지만 브리더는 적절한 타이밍에 인식링을 끼우게 됩니다. 보통 왼쪽 다리에는 일련번호를, 오른쪽 다리에는 혈통을 인식할 수 있는 링을 장착하는데, 왼쪽 다리의 일련번호에는 생년과 브리더를 인식할 수 있는 이니셜이 포함됩니다. 왼쪽 부분은 필수로 장착해야 하죠. 이런 링은 대개 주문 제작을 통해 수급하게 됩니다.


한 번은 오너분께 왜 하필 카나리아 키우는 취미를 선택하셨는지 여쭤본 적이 있습니다. 두 가지 말씀을 하셨는데,

  • 카나리아의 아름다운 소리를 듣는 것이 동물 키우는 취미중 최고다.
  • 교배를 통해 이런저런 변화를 볼 수 있는 것이 신기하다.

오늘 글과 관련된 부분은 바로 두 번째 내용이었습니다. 카나리아의 수명은 그리 길지가 않아서 세대 교체가 매우 빠르고, 부모의 각 형질이 자손에게 상당히 정확하게 작용하는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혈통 관리는 매우 중요하고, 어떠한 형질이 있는지 파악해 가며 그것이 다음 세대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확인하는 재미가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모든 새는 혈통, 세대에 따라 개별로 구분하여 일련번호를 매기므로 사실상 모든 객체는 다 독립적인 작품처럼 인식됩니다. 같은 새처럼 보여도 절대 같은 새가 아니라는 것이죠. 신기하게도 오너분은 150여 마리의 새들을 모두 제각각 구분을 할 수 있었으며, 심지어 어떤 새가 어떤 혈통이자 어떤 세대인지 모두 기억하는 분이셨습니다.

이런 특성을 지닌 카나리아 브리딩이라면 여기에 블록체인을 적용할 여지는 충분합니다. 신뢰할 수 있는 기록이 밑바탕에 깔려있으니까요. 가장 좋은 방법 중에 하나는 다리에 부착하는 링과 일련번호를 블록체인화 하는 것입니다. 모든 기록을 관리할 수 있고, 새를 분양해준 브리더는 자신의 혈통이 어떻게 보존되고 세대를 거듭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죠. 새를 매매할 때도 큰 도움이 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때마침 NFT(Non Fungible Token)이 이슈이기도 합니다. 크립토키티 같이 제각각 독립된 토큰으로 존재하는 것이죠. 저는 이런 개념이 카나리아 브리딩 세계에서 아주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조만간 이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구현해 봐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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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서 150마리를요? 아무리 카나리아 소리가 아름답다지만... 일이 안된것 같은데요! ㅎㅎ
역시 연어님!! 블록체인을 이렇게 접목하시는군요^^

최대 개체수가 190마리쯤 되었을때 더는 안되겠다 싶어 카나리아 동호회분들 모셔다가 선물로 드리거나 판매했던 기억이 납니다. 키우기 귀찮다가도 노래 소래를 들으면 기분이 다시 좋아져서 ㅎ

연어님 20위증인 출마선언이후 진전이없으신거같아 조심스럽게 의중을 묻고싶습니다. 괞찮으신지요? 혹은 불변한일이라도 있으신가요~~^^ 답변 안해주셔도 됩니다. 언제나 좋은글 감사합니다.

네. 말씀과 관심 감사드립니다. 한동안 안정적인 서버 운영이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했습니다. 곧 활동 재개할 예정이고요. ^^

카나리아를 블록체인으로 연결 시키다니...
정말 블록체인 세상은 무궁무진 합니다. 이왕이면 스팀기반으로 하면 좋겠네요.

이더리움 기반으로는 확실히 된다고 들었는데, 스팀으로는 어떤지 조금 더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 지원이 안된다는 얘기를 얼핏 들은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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