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08] 20년 전의 인연

in #sct7 years ago (edited)

연어입니다. 한참 애국심 들끓던 병장 말년에 98년 프랑스 월드컵이 열렸습니다. 아시다시피, 군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잠을 못자며 특수 훈련에만 매달리고 그러는 것은 아닙니다. 군인은 어엿한 나라의 자원이고, 이 자원은 전시에 목숨을 불사를 준비도 해야하지만 동시에 건전한 사고와 건강한 신체를 유지해야하는 의무도 있습니다. (군인의 자살이 큰 범죄로 취급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는 군인들을 잘 먹이고 잘 재워야 하는 책임이 있는 것이죠.

자라고 할 때 잘 자야하는 군인이었지만, 동시에 애국심을 널리 장려하는 것 또한 군 문화가 아니겠습니까?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하는 말년 병장이었던 저는 군부대 사람들과 새벽녘에 일어나 함께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을 응원했습니다. 그 경기가 하필 전설의 5 : 0 게임, 적장 히딩크에게 굴욕의 무릎을 꿇어야 했던.. 한국 월드컵 역사에 남을 참패의 경기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해의 월드컵은 바로 개최국 프랑스가 접수하고 말았죠. 한국인의 가슴을 잠시나마 뻥 뚫어주었던 신인 스타 이동국의 중거리 슛을 볼 수 있었던 경기이기도 했습니다.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제대를 하였고, 두 달 쯤 후에 처음으로 외국인들의 관광 가이드를 해줘야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EDF라고 하는 프랑스 전력공사의 직원들이 한국전력과 무슨 교류를 위해 한국에 건너온 것인데, 그 직원 중 신입사원 격인 사람이 당시 프랑스에서 미술 전공으로 석사 과정에 있던 친구 누나의 친한 현지 친구였나 봅니다. 낯선 나라인 한국에 가는 상황이다보니 그 누나에게 한국 가이드를 해줄만한 사람을 요청했고, 누나의 어명(?)으로 동생과 친구들이 줄줄이 불려오게 된 것이죠. 저는 늦게나마 제대를 막 한 상황이었고, 일찍 제대를 해서 어학연수 경험이 있는 친구들, 고등학교때 불어를 선택해서 약간의 프랑스 말이 가능한 친구도 있었습니다.(저는 독일어반)

차량 세 대까지 준비해 둔 든든한 가이드들이 있다는 얘기에 이분들의 스케줄은 '일은 대충, 관광은 확실히'란 컨셉에 맞춰 바뀌어 있었고, 뭔가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일을 후루룩 해치우고 나서 3일에 걸친 본격적인 관광 대장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저희의 가이드 컨셉은 '왠만해선 관광객들이 돌아다닐 수 없는 현지의 볼거리를 보여주겠다'였죠. 특히나 밤에 잘 돌아다니기 힘든 유럽에 익숙해져 있던 사람들에게 서울의 현란한 밤거리는 꽤나 신기한 경험이 되어주었을겁니다.

20대에서 부터 40대 까지로 구성된 8명의 프랑스 아저씨 군단이 저희를 꽤나 유능한(?) 가이드 군단이라고 인정한 것은 첫 날 남산 N타워에 올라갈 때였습니다. 케이블카를 타려고 줄을 서 있는데, 마침 저희와 비슷한 처지로 비즈니스 차원의 관광 가이드를 하고 있는 젋은 직장인 분들이 보였습니다. 이 분들은 하얀 터번을 둘러쓴 아랍 분들(혹시 만수르?)을 안내하고 있었는데요. 케이블카가 열리자 마자 이 분들이 '무의식적으로' 외국 손님들을 케이블카 안쪽으로 친절하게 안내를 하더군요. 그것도 후다닥 뛰어가서 말이죠.

그러나 남산에서 케이블카를 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케이블카를 타는 목적은 올라가는 방향의 산등성을 보는게 아니라 아래 펼쳐지는 도시 전경을 보는데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희는 그 아랍분들보다 늦게 탔지만 우리의 귀중한 손님들을 케이블카의 후미쪽으로 '안전하게' 모셨죠. 그리고 케이블카가 움직이자 마자 우리 프랑스 아저씨들의 탄성과 함성이 시작되었습니다. (프랑스 아저씨들 겁나 시끄러움) 그리고 해석은 안되었지만 눈치로 보아하니 케이블카 전면에서 산만 보고 올라가는 아랍 친구들이 불쌍하다는 얘기들을 나누는 것 같았습니다. 뭔가 분위기가 '야, 이거 우리 가이드들 꽤 똑똑한데? 믿고 갈 수 있겠어'라고 신뢰감이 싹트는 것 같더구요.

3일 동안 이 아저씨들을 가이드하면서 서로 재미도 있었고 짧고 굵게 정도 들었었는데, 특별히 기억나는 장면은 저녁 회식을 하며 이 아저씨들이 들려준 노래였습니다. 무슨 노래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마 프랑스 사람이라면 어린 시절부터 어른이 되어서도 부르는 노래같더군요. 응원가처럼 써도 괜찮을 것 같은 뭔가 이야기가 담긴 노래였습니다. 낮게 읖조리고 높이 힘차게 부르는 것을 반복하는 노래... 마치 우리로 치면, 산할아버지가 쓴 구름보자를 확 벗겼다고 놀라자빠지는 아이에 대한 것처럼 재미있는 스토리가 담긴듯 했습니다. 이 노래를 '아리랑 목동'처럼 어찌나 신나고 재미있게 부르던지.. 식당에 있는 다른 손님들도 같이 박수를 쳐주며 신나게 구경하시더군요. 아, 어찌나 부럽던지. 왜냐하면 이 노래가 두 달 전에 우승한 프랑스인의 자부심을 얘기하다가 부르게 된 것이었으니 말이죠.

재미있게도 이 분들을 고국으로 무사히(?) 보내드리자 마자 이번에는 일본에서 석사 과정으로 유학하고 있는 후배녀석이 왠 금발 아가씨 한 명을 좀 가이드해달라고 요청하더군요. 당시엔 듣기에도 생소한 에스토니아 출신의 여학생이었습니다. 제 후배와 같은 학교에서 유학하고 있던 이 여학생이 이웃에 있는 한국에 놀러간다고 하니까 아직 복학전의 백수였던 저와 친구들에게 가이드를 부탁한 것이었습니다. 같이 한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선후배들이니까 뭐, 그쯤이야. 마침 롯데월드가 아직 야간 운영을 할 때가 함께 놀이기구 타고 놀며 신나게 놀아준 기억이 납니다. 이건 가이드 핑계로 저희가 놀기 바빴던 것 같기도 하네요.


20년은 족히 되었을 98년의 두 가이드 경험이 지금 겹쳐서 떠오른 이유는 바로 블록체인입니다. 예전에 정부 관계자가 언급하던 정부차원의 블록체인 이용 방안에 전력 파트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처음엔 전력 쪽에도 블록체인이 활용될 것이 있나 싶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전기를 사고파는 시장도 열려있고, 이전부터 정부가 전력 사용량을 가지고 국민들한테 장난(?)을 친다는 의혹들도 있고 했으니 아마 이 분야에도 블록체인 기술이 들어갈 여지가 충분한가 봅니다.

만약 우리 정부가 블록체인의 가능성에 크게 눈뜨고 각 정부 부처별로 이를 받아들여 나간다면 전력 분야에서 블록체인 활용에 대한 노하우를 크게 키울 수 있을 겁니다. 20년 전 프랑스 전력회사와 한국 전력이 서로 어떤 일을 주고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프랑스가 전력을 다루는 기술은 TGV에서 알 수 있듯이 당시로서는 우리보다 분명 선진국이었을 겁니다. 당시 네덜란드에 5대0으로 졌지만 우승국인 프랑스와 붙어도 5대0 이상 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었는데, 이렇게 나아가다가는 언젠가 또 프랑스 전력회사 직원들로부터 블록체인 사용 기술을 배워야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는 어디에 붙어있는지 조차 모르던 '에스토니아'라는 나라가 블록체인 전자정부라는 성지가 되어있으니, 제게는 참으로 묘한 기분이 듭니다. 다음에 유럽에 갈 일이 있다면 꼭 한 번 들러보고픈 나라이기도 하고, 블록체인은 살리고 암호화폐는 떼어버리겠다는... 비유하자면 바퀴없이 버스를 굴려보겠다는 답답한 마인드의 정부를 보고 있자면 욱하는 마음에 에스토니아에서 전자 시민권이나 받아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니까 말이죠.

20년 전 프랑스와 에스토니아 사람들을 가이드했던 인연이 오늘날 제 인생 관심사 중의 하나인 블록체인 분야에서 연관되어 생각된다는 점이 참 재미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음 한켠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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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살리고 암호화폐 규제
암호화폐란 표현대신 가상화폐라 쓰고

답답한 한국 정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살가죽을 벗겨보라~!
가능한지...에효~
그러니 한국을 떠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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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와서 보면 참 신기한 인연들이 많죠.
마치 계획 된 듯한 만남들...

우리나라는 뒷 북을 잘 치니 아마 따라는 가겠죠. ^^
편안한 밤 되세요.

정부는 준비가 아직 덜된것 같군요.ㅠㅠ

这연어画得很漂亮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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