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다음주 월요일 퇴원해요 :) 진정으로 여행을 마치는 기념으로 쓰는 글. 그리고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

in #kr7 years ago (edited)


지난 유럽 여행을 돌이켜보면 여행 막바지에 사진 5,000장이 들어있는 나의 아이폰이 도둑맞는 바람에 여행 후에 남는 것은 다른 곳에 저장해 둔 약간의 사진과 나의 추억 밖에 없었다. 다시는 그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길 바라며 이번 여행은 핸드폰을 도둑맞지 않기 위해 정신을 바짝차리고 나의 핸드폰을 사수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베트남 시리즈로 포스팅을 하고 있으니 핸드폰 사수는 성공적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이번 베트남 여행에서는 내 몸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핸드폰을 잃어버렸을 때는 차라리 넘어지는 걸로 액땜을 당했으면, 사진을 잃어버릴 바에 몸이 다치는 걸로 대신했으면 하고 비교했었는데 막상 몸이 다치고 보니, 내 생각이 얼마나 짧고 건방졌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날 무이네의 밤거리에서 뭔가 쿵! 한 느낌이 들어 정신을 차려보니 온몸에 모래가 묻어 있었고, 상처가 무성했고, 무릎은 징그러울 정도로 찢어져 있었다. 내 물건이 사라졌을 때 하고는 차원이 다른 멘탈 붕괴였다. 그때 뒤에서 차가오거나 앞에서 중앙차선을 넘나드는 운전수를 만났더라면 더 큰 사고로 이어졌을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그날 내가 사고가 난 지점에서 베트남 현지인들이 있었다. 호텔이나 리조트 경비원인 것 같았다. 그들은 쓰러져 있던 나의 스쿠터를 세워주었고, 나를 부축해주며 앉을 곳으로 인도해주었다. 이어서 계속 괜찮냐고 물어보는데 쉽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너무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호텔 직원이 구급상자를 가져왔고, 몇군데를 응급처치 해주었다. 손바닥도 찢어져 있었는데 붙어있는 모래를 손으로 막 비벼서 털어내라고 했었다. 하지만 너무 아파서 그렇게 할 수 없었고 나는 결국 모래를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 채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숙소로 들어갔다. 이것이 내가 받았던 첫번째 도움이었다.

일단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해서 내 침대에 누웠다. 무릎에서 흘러내리는 피는 종아리를 타고 침대에 한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 눈물이 차오를 것 같았는데 꾹 참고 그냥 잠을 잤다. 자고 일어나면 괜찮겠지. 괜찮을거야. 하는 마음으로 눈을 감았다. 다음날 아침, 전날에 같이 여행 했던 찰리라는 외국인 친구가 나의 모습을 보자 놀라서 한국어로 물어봤다. "괜찮아?" 찰리는 한국에 있는 국제학교에서 과학선생님을 하고있는 친구였다. 그래서 약간의 한국어를 할줄 알았다. 이어서 나의 대답은 "나 좀 도와줘 부탁할게" 이 한마디였다. 몸은 아픈데 배는 고팠고, 목은 타들어 갔고, 상처는 다시 소독을 해야했다. 그리고 이 것을 해결할 음식, 물, 치료도구를 사달라고 부탁했는데 흔쾌히 도와주었다. 다른 외국인들은 쳐다만 보고 걱정어린 한마디만 던지고 갔는데 찰리는 행동으로 나를 도와주었다. 이것이 내가 받았던 두번째 도움이었다.

원래 계획은 2일 후에 호치민으로 떠나는 일정이었는데 사고 후 딜레이 되었고, 내 몸은 더욱 이상해졌다. 사고 발생 후 2일간 쉽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 화장실 가는게 고역이었고 계단을 타는 것을 시도해봤지만 어림 없었다. 그렇게 침대에서 우울한 노래를 들으며 누워있었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하고 간간히 카톡을 하며 나의 불행한 소식을 전하기에 바빴다. 뭔가 위로를 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2일 뒤에는 어깨에 심한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른팔을 어깨위로 들어올릴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내 가방은 베낭인데 어떻게 들고 호치민에 가야할지 막막했고, 찰리도 다른 지역으로 떠나버린 상황에서 답이 없었다.

그때 구세주처럼 한분에게서 카톡이 왔다. 이 오빠는 무이네에서 같이 해산물 동행으로 만났었다. 그 분은 아직 여행시간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나를 도와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날 밤 12시 호치민에서 출발, 새벽 5시 무이네 도착하는 버스를 타고 내가 있는 게스트하우스로 왔다. 그리고 그날 아침8시 그 분은 나의 무거운 베낭을 짊어지고 나를 부축해주며 같이 호치민으로 향했다. 그리고 같이 병원에 가서 제대로 된 소독을 받도록 인도해주었고, 데탐거리 근처에 있는 좋은 게스트하우스도 추천해주면서 나의 마지막 남은 호치민 여행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날 더 고마웠던 이유는 우리는 3개의 병원을 왔다갔다 했다. 외국인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은 호치민에서 국립병원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짜증날 법도 한데 끝까지 도와주려고 했던 그분께 너무 감사하다. 이것이 내가 받았던 세번째 도움이다.

한국에 도착 후, 집에 들리지 못하고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의사한테 혼이 났다. 이 지경가지 되도록 냅두면 어떡해요. 여자 무릎에 흉지면 얼마나 속상하겠어요 네? 이런 말이었다. 그리고 입원을 해야한다고 진단을 내렸다. 거즈에 묻어나온 초록색 물질은 상당히 질이 안좋은 균이라고 했다. 그 말에 겁이나서 난 입원을 결정했다. 입원하자마자 수술 동의서를 작성했고 수술에 들어갔다. 수술 내용은 상처부위 세척이었다. 말이 세척이지 부분 마취하고 상처부위를 칫솔로 비벼서 다시 상처를 내고 깨끗한 살로 돋아나게 하는 수술이다. 비명을 지르면서 수술을 받았다. 의사말로는 이 수술 받다가 뛰쳐나가는 환자도 있었다고 한다. 물론 농담이겠지만.

수술을 끝내고 매일 항생제를 투여 받으며 몸속에 있는 균을 제거했고, 1주가 지난 후부터는 알약으로 교체, 그리고 상처부위 드레싱을 하면서 나름 병원생활에 적응해 나갔다. 병원 밥이 그렇게 맛이 없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다행히 먹는 것에 대한 제한이 없어서 그런지 일반식으로 나왔고 맛있게 먹었던 것 같다. 빨리 퇴원하기 위해 밥을 진짜 열심히 먹었다. 그래야 새살이 빨리 돋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병문안 오는 사람들에게 물건을 하나씩 받았고, 몇일 뒤 내 노트북을 받게 되었다. 그날부터 재미있는 안락한 병원 생활이 시작된 것 같다. 왜냐하면 매일 사진을 보정하고 나의 베트남 여행기를 작성했기 때문이다.
8월 16일 한국에 도착해서 9월 4일 드디어 내일 퇴원을 하게 된다. 거의 2주 넘게 입원해 있었다. 내 인생에서는 거의 처음 겪어보는 일이다. 다행히 지금은 상처부위에 새살이 거의 다 돋은 상태이다. 그래도 무릎은 아직 빨갛고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도 퇴원 한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둘 예정이다.

해외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걱정어린 말과 도움을 받았다. 어쩌면 나는 인복이 매우 좋은 사람인 것 같다. 받은게 있으면 보답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 반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기대하지 않는다. 그럼 그 사람에게 실망하게 될테니까. 나에게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에게 특별한 것은 아니더라도 밥 한끼는 사주고 싶었는데 본의 아니게 입원을 하게 되어서 마음이 살짝 불편하다. 이번일을 계기로 해외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을 다시 한번 유심히 봐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받은 도움들. 다음 여행지에서 나같은 사람을 만나면 기필코 소매를 걷고 끝까지 도와줄 것이다.

비록 몸은 심하게 다쳤지만, 여기서 말 못한 다양한 일들이 나에게는 이색적인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그것으로 됐다고 생각한다. 이제 내 베낭을 집에 내려놓는 순간 진정으로 여행은 끝이 난다. 일요일 오전에 갑자기 쓰게 된 글. 여기서 마칠게요 너무 길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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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낯선 나라에서 아프면 정말 서러울 것 같은데 잘 이겨내시고 회복 중이시군요.

그래도 많은 분들께 도움을 받으셔서 다행입니다.

유럽에서의 사진은 제가 더 아쉽네요. 환상적인 사진이 들어있었을 것 같은데요.

부디 쾌차하시고 많은 여행 경험기 나눠주세요.

정말 고마운 사람들이에요ㅠㅠ 저도 나중에 곤경에 처한 사람을 발견하면 꼭 도와주려구요 정말 그 손길이 엄청 도움이 되었거든요 :) 그리거 유럽사진 포스팅 맨 밑에 가면 있어요!! 천천히 구경해보세요!!

아 유럽사진이 있군요!!! 구경해볼게요 ^^

해외에서 다치시면 얼마나 막막했을지 ㅠㅠ 무사히 치료받고 퇴원하셨다니 다행입니다 ^^*

정말 막막했어요. 넘어지고 난 다음 정신이 멍하더라구요ㅠ 뭐 이제 지난 일이니까요 :) 아직 무릎은 완쾌하지 않았지만 2주 뒤면 완쾌될거 같아요! 이제 통원치료가 남았네요ㅋㅋㅋㅋㅋ 더 귀찮을듯 해요ㅠ ㅋㅋㅋ

저도 상처 안에 돌조각이 깊숙이 들어가서 상처를 후벼파며 돌조각을 끄집어내는 치료를 받은 적 있었어요. 정말 힘드셨겠습니다. 그것도 즐거워야 할 여행길에 그리 안타까운 일을...

이런..... 저보다 훨씬 더 아프셨을 것 같아요. 돌조각이라니ㅠ 저는 다행히 여행 막바지에 사고가 터져서 구경할 곳은 거의 끝난 상태였어요 :) @kmlee다치신곳 이제는 괜찮길 바랄게요! 저는 걱정이에요 비오는날 무릎이 시려울까봐ㅠㅠ

아프진 않고 흉이 좀 남았는데 저는 눈에 안 띄는 부위라 다행이죠. 흉 없이 잘 아물길!

아이고 ㅠㅠ 그래도 안보이는 부위라서 다행이네요! 흉 없길 기원하면서 다시 한번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iphonetraveler님 너무 고생 많으셨네요ㅠㅠ 얼른 쾌차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ramengirl님 응원의 메세지 고마워요 :) 정말 사고 후 4일 동안 가장 힘든시기였고, 병원에서 수술 받고 붕대로 칭칭 감고 다녔던 시기가 제일 힘들었어요 힝ㅠ 그래도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어요!! 그리고 이젠 추억이 되어서 떠올리면 재밌는 기억이에요 :)

얼른 쾌차하시길....ㅜㅜ

감사합니다 :) 이제 퇴원하고 통원치료 열심히 받으면서 최대한 빨리 완쾌하도록 할거에욤!!

고생하셨습니다. 여행가서 다치면... 돈도 돈이지만.. 시간이 ㅠㅠㅠ

태국 여행에서 시간이 많이 아까우셨나봐요ㅋㅋㅋㅋㅋ 맞아요!!! 정말이지 화이트샌듄, 어촌빌리지라는 곳을 못가서 너무 아쉬웠어요. 그리고 호치민은 멀리 못나가구 데탐거리 근처에서만 맴돌았어요ㅋㅋㅋㅋ 시간이 금인데ㅠㅠㅠ 귀국하기 전날이 제일 소중하죠 :)

건강이 최고입니다!! 쾌치하세요~

응원의 메세지 감사합니다 :) 쾌차할게욧!! 아자 아잣!

이만하길 천만다행입니다.
언릉 회복하세요!
완전 다 나으실때 까지 조심하시고

그땐 심각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이만하길 다행이에요ㅠㅠ 항생제 거즈 부착안하면 아직까지는 추가 감염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항상 조심 또 조심하려구요!! 응원 감사합니다 :)

해외에서 사고라니 그것도 엄청 고생하셨네요... 아마 더 좋은일이 생기려고 이번에 나쁜일이 몰아서 온거같아요!!

이쁜 말씀 감사합니다! 정말 더 좋은 일이 저에게 찾아왔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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