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평범남의 7급 공무원 수험 스토리 #3 [면접 후기]

in #kr7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inverse입니다. 오늘은 지난 ‘필기합격 후기’에 이어 ‘면접 후기’를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편 모두 관심 가져주시고 보팅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저는 2016년 국가직 7급 공채 [세무직]에 합격하여 현재는 작년에 있었던 시험 준비과정에 대한 후기를 쓰고 있습니다 ^^

어느 평범남의 7급 공무원 수험 스토리 #1
어느 평범남의 7급 공무원 수험 스토리 #2 [필기합격 후기]

Intro. 면접스터디

필기 점수를 확인하자마자 면접 스터디부터 참여했습니다. 참고로 필기 – 면접 합격하면 최종 합격입니다. 필기는 합격했어도 면접에서 떨어지면 이 짓을 1년 더 해야 하는거죠. 학원가에서는 제 점수가 필기 합격 커트라인보다 한참 위에 있기 때문에 떨어질 확률이 거의 없다고 말합니다. 속된 말로 “면접관 싸대기 때리지 않는 이상 합격이다” 라고 할 정도죠.
어쨌거나 면접에서 떨어지면 정말 낭패이기 때문에 저 포함 다섯 명이 면접스터디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작년에 제가 25살이었기 때문에 다들 저보다 형, 누나들이었어요. 면접까지는 2개월 정도가 남았고, 우리는 1주일에 2~3회, 회당 3~6시간 정도 스터디를 했습니다.

1. 고생

아직 졸업을 못했기 때문에 학교 다니면서 면접준비를 병행했어요. 정~~~말 힘들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졸업자들이기 때문에 하루 온종일 면접준비를 합니다. 그런데 저는 학교 끝나고 남는 시간에 그 양을 소화해야 하는거죠. 몸이 너무 지쳤어요.
학교 공부는 접어두고, 면접준비만 하다가 드디어 면접날을 하루 앞두게 되었어요. 면접 장소는 일산 킨텍스. 제가 서울로 이사오기 전까지 일산에서 살았기 때문에 친구네 집에서 자고 가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정말 많은 준비를 했어요. 한복 대여해서 경복궁 다녀오고, 세종시까지 가서 국세청 갔다오고, 노량진 좁아터진 스터디룸에서 하루종일 모의면접 연습하고.. 막상 하루 전 날 되니까 그러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국세청.jpg

친구 아버님께서 직접 넥타이도 매주셨어요. 제가 넥타이를 맬 줄 모르거든요. 아침에는 어머님께서 김치찌개를 진짜 맛있게 해주셨어요. 속 편하라고 따뜻한 차도 주셨구요. 친구가 킨텍스까지 차로 태워다줘서 편안한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었어요.

3. 면접

면접은 집단토의, 개인발표, 개인면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집단토의에서는 외국인의 국내 장기체류 문제에 대해서 얘기를 했어요. 한참 IS가 테러로 여기저기서 시끄러울 때라 생각해봤던 주제였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어요. 오히려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유일한 면접이니까 배려심을 강조하자는 생각에 다른 사람의 의견을 이끌어내고 정리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개인발표에서는 빅데이터의 개념과 문제점, 개선방안을 작성하는 것이었어요.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주제도 미리 준비해뒀기 때문에 이것도 큰 문제 없이 작성했고 발표도 무리없이 진행되었습니다.
문제는 개인면접이었어요. 질문을 잘못 캐치해서 헛소리를 두 번이나 했어요. 이 면접은 10명 중 최고인 1명을 뽑는 게 아니라 최악인 1명을 뽑아서 탈락시키는 거예요. 말귀를 못알아 듣는 신임 공무원은 최악이죠.

4. 불면증

말귀 못알아먹고, 당황하고, 현정부와 방향이 다른 건의를 하고.
모두 제가 했던 실수들입니다. 저는 이 날 이후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잠을 거의 못 잤어요.
우리 조는 7명이었는데 7명 중 하나는 탈락한다고 보면 됩니다. 나보다 못한 사람은 없을 것 같았어요. 그 후로 1주일 동안은 너무 불안해서 불면증에 시달렸어요.
밤에 눈을 감고 있어도 새벽 4시가 넘어 잠들고, 아침 6시에 깨고 하루종일 가슴이 답답했어요. 이런 불안은 항상 ‘1년 더 해야하나?’ 라는 재수없는 질문으로 이어졌어요. 저처럼 높은 점수를 받고도 불합격했던 사람들의 후기를 읽으면서, 나랑 너무 비슷한데? 그런 생각을 했어요. 점점 더 불안해졌어요.

5. 최종합격

11월 25일 아침 8시 40분. 최종합격 문자를 받았어요. 아. 이제 내 인생에 이런 불안은 다시 없겠죠?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사실, 이날은 새벽 4시에 이미 눈을 떴어요. 저는 아침잠이 엄청 많아서 일 없으면 11시 정도에 일어나거든요. 이날은 불안해서 일찍 눈이 떠졌어요. 그냥 눈을 뜨는 것도 아니고, 불합격 하는 꿈을 꾸고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 반쯤 우는 상태로 깜짝 놀라 깼어요. 4시부터 8시 40분 문자를 받기까지 4시간 40분. 그 사이에 20번도 넘게 깼어요. 20번이나 잠든 것도 대단하죠. ㅋㅋ
문자를 받고는 당당하게 방문을 활짝 열고 나갔어요. 팬티바람으로요. 가족들한테 얘기했죠. 하지만 반응은 예상과 다르더라구요.
“괜히 오버하지 말랬잖아 ㅋㅋ”
“넌 왜 그렇게 쓸데없는 걱정을 하냐”

뭐 어쨌든.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길고 지루한 이야기였지만, 그 때 일은 지금도 잊을 수 없을 만큼 제겐 너무나 중요한 사건이기 때문에 기록으로 남겨보고 싶었어요 ^^
무려 블록체인이니까, 나중에 추억을 음미할 수도 있겠죠. ‘추억 박제’ ㅎㅎㅎ

지금까지 읽어주신 여러분 정말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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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네요
제 아들도 공무원 시험 준비하고 있는데..
inverse님 처럼 팬티 바람으로 나오면 ..
안아 줄텐데...ㅎㅎ
고생하셨고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

ㅎㅎㅎㅎ 저희 엄마도 이렇게 재미있고 다정한 분이었으면 그날 포옹을 받았을텐데요 ㅋㅋㅋ 저희
어머니는 쿨한분이십니다. ㅠㅜ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정말 큰일 하셧네요. 앞으로 세금에 관한 법률 지식 여줘봐도 될런지요..... ㅎㅎ^^

ㅎㅎㅎ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세무공무원이 하는 일이 국만들한테 납세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건데 제가 아는 한에서는 무엇이든지 무료로 도움을드리고싶네요^^ 다만 아직 이론만 배우고 실무는 하나도 몰라서 내년 초 연수원 가서부터 제대로 도움을 드릴 수 있을거같네요 ㅠㅜ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ㅋㅋ 저도 이런글을 쓸날이 오면 좋겠네요ㅋㅋ

ㅎㅎㅎ 재밌게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얼른 휴가 가셔서 바다 후기 작성해주셔야죻ㅎ

8월이라..아직..멀ㅇ..ㅠㅠ 안타깝습니다 ㅋㅋ

저도 8월에 다녀올 것 같습니다.. ㅎㅎ 지속적으로 정보 공유해야겠습니다 ㅎㅎ

✈ 졸업 전 취업! 엄청 대단하십니다. ㅎㅎ 가족분들의 쿨한 반응이 다 아들에 대한 믿음인것 같아요. 축하드려요!

ㅎㅎㅎㅎ 감사합니다 ^^ 스노우님 양질의 여행정보 잘 보고 있습니다 ^^

부럽습니다. 저는 마흔인데 지금이라도 9급 들어가라고 아내가 성화입니다. ^^

ㅎㅎㅎㅎㅎ 재미있는 부부이시네요. 포월드님은 이미 재테크왕 아니십니까 ㅎㅎ

저는 소위부터 대위까지, 와이프는 지금 6급 대우거든요. 장기복무하다 전역해서 사회 생활하는데 잘 안되는 것이 안타까웠는지 계속 공무원이나 군무원하라고 합니다. ^^

아 군인커플이신가보군요 ㅎㅎ 저도 사회생활 하기가 기대되기도 하는 한 편 걱정되기도 하는데 얼른 결혼해서 안정감부터 좀 찾고 싶네요 ㅎㅎ...

헉... 역시 합격하셨었군요 :) 이미 지난 일이지만 정말 축하드립니다!! 9급공무원시험도 상당히 어렵다고 들었는데, 어린나이에 7급이라니 정말 댜단하세요 ^^

ㅎㅎㅎ 너무 감사드립니다^^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제가 시험볼 때 채용인원이 급증해서 유리한 점이 많았습니다. ㅎㅎ

한국 꿈의 직업을 이루셨군요-0-

축하드립니다~!
저도 공무원하려던 생각이 과거에 있었는데 사업을 더 하고 싶어 현재의 길을 걷는걸로 했는데 가끔식 공무원 생각날때가 있더라구요~
공무원 생활이야기들도 나중에 차근히 들려주세요~ㅎ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넵 ㅎㅎ 임용되고나면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ㅎㅎ!

사진 귀요미예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나중에 이불킥의 근원이 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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