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조건) 치타와 코뿔소

in #kr7 years ago (edited)

얼마전 에버랜드에 다녀왔다. 빼먹으면 왠지 아쉬운 사파리도 봤다. 저번에 왔을 땐 못봤던 것 같은데 코뿔소와 치타가 한 공간 안에 살고 있었다. 안내해주시는 분이 설명하기를 치타는 단독 사냥을 하는 동물이기에 덩치 큰 코뿔소를 공격하지 않고, 코뿔소는 자기가 먹을 풀만 건드리지 않으면 얌전하기에 두 동물이 한 공간에 평화롭게 공존 가능하다고 한다.


사진출처-With Everland.

관련 기사 http://science.ytn.co.kr/program/program_view.php?s_mcd=0082&s_hcd=0009&key=201706071055429904


노자 ‘도덕경’ 에서 좋아하는 구절이 있다.


天下皆知美之爲美

斯惡已

皆知善之爲善

斯不善已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아름답다고 하는 것을

아름다운 것으로 알면

이는 추하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좋다고 하는 것을

좋은 것으로 알면

이는 좋지 않다.


다른 시대, 다른 공간과 정도를 비교하긴 어려우나, 현재 한국 사회는 무엇이 아름다운 것이고 무엇이 좋은 것인지의 기준이 확실히 정립되어 있는 사회이다. 무엇이 아름다운 지 무엇이 좋은 것인지 구분 짓는 것도 모자라 그 기준 안에 들어오지 않는 성질들에 대한 비하나 억압도 일상적인 것이 현실이다.

사파리 속의 치타는 자신의 타고난 몸집, 성질 등을 바탕으로 자신의 먹잇감을 정립한 뒤 그에 맞춰 살아간다. 코뿔소도 마찬가지이다. 두 종이 원하는 먹이가 명확히 다르고 서로의 존재가 서로의 삶을 방해하지 않기에 좁은 공간에서도 부딪힘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현실은 그 정도도 못 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같은 먹이, 달리 말하면 같은 가치, 같은 목표, 같은 삶의 방향을 공유한다.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 가장 좋은 것이라 하면 아무래도 돈일 것이다. 아무리 귀한 가치라도 그것이 돈이 못되면 가치가 많이 에누리되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 문학의 위기를 말하는데 그것의 근거는 무엇인가? 누군가가 한국 문학의 위기를 말할 때 상당 부분은 바로 한국 문학이 시장에서 외면 받는데에 근거를 두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갈망하고 있는 유럽, 미국 등 서구 사회의 인정이 부족하다는 데에 근거를 두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한국 문학이 돈을 벌지 못한다는 사실에서 한국 문학의 위기를 말하지 한국 문학의 질적 가치 자체에 중점을 두지 않는다.

아름다움도 마찬가지로 기준이 명확하다. 언제부턴가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을 거두고 순응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늘어난 듯 하다. 갓난아기도 예쁜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의 한 근거가 된다. 진화심리학자 스티븐 핑거는 한 책에서 말한다. 어린 아기가 예쁜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맞지만 예쁘다는 것은 건강하고 균형 잡힌, 젊음이 느껴지는 외모를 말하는 것이지 하얀 얼굴, 오똑한 콧날, 쌍꺼풀 있는 큰 눈, 브이라인 턱선, 165cm 에 48kg, 큰 가슴, 잘록한 허리 등 기이할 정도로 비현실적이고 정형화된 외모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외모 이외에도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의류, 자동차, 건물이나 인테리어, 조경, 소품, 회화 등이 떠오르는데 이런 것들은 대체로 돈의 맛이 느껴져야 아름답고 선망할 만한 대상이 된다. 심지어 미인에서조차도 이제는 돈의 향기가 난다.

코뿔소와 치타와의 경우와는 다르게 인간은 하나의 종이기에 같은 먹이를 추구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하지만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확연히 구별지어 질 정도로 높은 지능을 가진 종이기에 그만큼 인간 삶의 양상도 복잡하다.
지구에는 무수히 많은 수의 인간이 전지구적으로 퍼져서 살아가고 있다. 이들 모두가 한 가지 가치를 추구하도록, 그리하여 한정된 자원을 차지하려 다투도록 부추겨지기보다, 서로의 타고난 성질과 각자 처한 환경, 삶에 대한 태도등을 바탕으로 이뤄낸 개성에 맞춰 당당히 자신의 삶을 살아갈 권리를 획득할 때 더 나은 방식의 공존이 가능할 것이라는 꿈같은 상상을 해본다.


사진출처-연합뉴스


-도덕경 제 3장 中-

不尙賢

使民不爭

不貴難得之貨

使民不爲盜

不見可欲

使民心不亂心


똑똑한 사람을 높이 치지 않아야

백성들이 다투지 않게 된다.

얻기 어려운 재화를 귀하게 여기지 않아야

백성들이 도적이 되지 않는다.

욕심 낼 만한 것들을 보이지 않아야

민심이 혼란스러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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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각각 달라야 할 인간이 결국 하나의 종으로서 획일화된 시각을 지니곤 한다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정말 높은 경지의 시각에 감탄하고 갑니다.

다음엔 kr-philosophy 태그도 이용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따듯한 말씀 너무 감사합니다ㅠ 앞으로는 kr-philosophy 태그를 이용할께요~

저도 얼마전에 에버랜드갔었어요~ ㅎㅎ

네 저도 오래간만에 다녀왔는데 재미있더라고요^^

코뿔소와 치타만 보고서도 이렇게 깊은 사색을 하시는군요. 멋지십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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