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보고 자랄 수 있는 아이들

in #kr-life6 years ago (edited)

우리 엄마는 3남 5녀중 막내이시고 우리 어머님은 4남 3녀중 장녀이시다. 아버님도 5남 1녀중 장남이시니 우리 부모님 세대에는 다들 잘하면 축구팀을 하나 만들어도 될만큼 아이를 많이 나으셨다. 농경사회에서 일손하나라도 더 필요하니 그럴 수 있겠다 싶으면서도 입이 하나가 늘수록 없는 살림이 더 궁색해졌을 것이기에 왜 그렇게 아이를 많이 나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곤 했다. 또 그러다 그때엔 의학 기술이 발달한것이 아니었으니 충분히 그럴수 있겠다 싶기도 하다.

오랜만에 시댁에 가지 않고 집에서 쉬니 좋은것도 있다. 일단 아침에 눈치 보지 않고 늦잠 자도 되고, 설겆이를 쌓아 놓거나 아이들이 방을 어지르든 말든 그냥 신나게 놀게 두었다가 한꺼번에 청소를 해 버려도 되니 맘은 편하다.

물론 하루 세끼를 짜파게티를 포함해서 인스턴트 음식으로 먹였더니 엄청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말이다. 늦은오후까지 집에서 엉덩이 붙히고 좀 쉴까했더니 아이들이 키즈카페에 다녀오자고 성화라 집근처 키즈카페에서 또 하루 봉사를 했다. 요즘 웬만한 키즈카페 가격도 만만치가 않아서 우리 다섯식구갔더니 입장료와 간식비로 5만원이 훌쩍이다. 애셋 키우려면 진짜 돈 많이 벌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키즈카페에서 애 셋을 쫒아 다녔더니 2시간반만에 체력은 방전되고 영혼은 이미 안드로메다 행이다. 애들 재우고 와인 한잔 하겠다며 들어오는 길에 마트에 드려 안주거리며 이것저것 골라담던 신랑도 애들 재우며 벌써 잠이 들었을 정도. 정말 애 셋을 키우기도 이렇게 힘든데 옛날엔 그 많은 애들을 어떻게 키웠을까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어쩌다 우리 엄마나 어머님, 할머니께 여쭤보기라도 하면 그분들 말씀은 항상 한결 같다.

예전에는 부모가 애 키울 시간이 어디 있었간데..일하느라 바빠서...그냥 낳아만 놓으면 알아서 컸지.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서, 지 누나나 언니들 손에서...

20180513_221418.jpg

내가 살아 보지 않은 세상이지만 충분히 상상이 가고 그 모습이 그려진다. 누나나 형이 업어서 키운 아이들. 조부모님과 함께 살며 예절을 배운 아이들. 어떻게 보면 지금처럼 핵가족 시대에서 살다보니 그때 그 시절이 더 정겨운 것 같고 요즘 부모가 몇 백씩 들여가며 가르키는 사교육에서도 배울 수 없는 인간사 질서와 예절을 배우기도 한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우리 아이들은 가정 어린이집에 다닌다. 아이둘 키우면서 워낙 어릴 때부터 어린이집에 보내다 보니 가정 어린이집과 기관 어린이집을 보내봤는데 확실히 어릴 때는 가정 어린이집이 더 낫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계속 가정 어린이집만 고수하고 있다.

게다가 지금 어린이집은 워킹맘 엄마들을 위해 돌봄교실도 늦게까지 운영하고 형제나 자매들이 유치원에서 끝나면 어린이집으로 와서 부모가 올 때까지 같이 있을 수 있으니 나같은 워킹맘은 그나마 위안이 된다.

이제 셋째를 직접 키워야 하니 며칠 전 첫째와 둘째를 앉혀놓고 한마디했다.

지웅아. 시은아..이제 찬웅이 다음주부터 우리랑 같이 살거야. 그래서 이제부터 찬웅이가 시은이 어린이집에 같이 다닐건데 혹시 찬웅이 괴롭히거나 울리는 사람 있으면 너희가 지켜줘야해.
시은: 응...내가 찬웅이 지켜줄께요~~
지웅: 아니야..(단호하게)어린이집에는 그런 사람 없어. 지우누나도 착하고 윤서누나도 좋아. 찬웅이 괴롭힐 사람없다고!!

이런 것을 우문현답이라고 하는 것인가..물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엄마의 우둔한 말에 아들이 현명한 답변을 한 것이다.갑자기 우리 지웅이가 기특하면서도 엄마가 없는 시간에도 좋은 누나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니 다행이다 싶었다. 그리고 오늘 밥먹으면서 시은이가 밥상에 떨어진 반찬을 주워먹으니 지웅이가 또 한마디 한다.

지우누나가 떨어진 거 먹으면 안된다고 했어요. 시은아 먹지마.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옛날 어르신들의 말씀이 생각이 났다. 굳이 부모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이미 또다른 작은 사회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구나. 마치 우리네 부모들이 그 부모들이 그렇게 배우며 자랐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면에 참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Sort:  

우리 엄마는 3남 5녀중 막내이시고 우리 어머님은 4남 3녀중 장녀이시다.

이 말은... 아마 그 말이겠지요.. ㅋㅋ 뭔가.. 한국어 공부하는 외쿡인이 보면 헷갈려 할것 같아서요.. ㅋㅋ

애 셋의 첫주말 인가요..?? ㅎㅎ
판타스틱 할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인데.. ㅎㅎ

그나마 그래도 막내도 어느정도는 자라서 조금은 낫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하네요.

지금 저희 애들이 7살 5살인데 둘이 노는것 보면.. 예전보단 확실히 편한 부분은 있어서 말이지요.

항상 고생 많으신거... ㅠㅠ 힘내십시오.. 대신 다 키우면 남들보다 1.5배에서 3배는 기쁘실것 같습니다~

저희 어머니도 8남매신데 해피맘님 말씀처럼 할머니 할아버지가 키웠다기 보다는 이모가 업어 키우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어머니도 막내 삼촌을 거의 엄마처럼 키우다시피하고요.
지금도 웃으며서 하시는 말씀이 애들이 애들 키웠다고. :)

정말 첫째아이의 말이 우문현답이네요. 아이들이 예절 바르게 잘 배우며 크고 있는게 느껴집니다^^ 저도 아이 어린이집 알아보려 하는데 결국 가정집을 개조한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했답니다. 오전반밖에 없다는게 흠이지만 (ㅜ ㅜ) 아이가 형, 누나들하고 잘 어울리고 큰애들도 잘 챙겨주더라구요.
찬웅이가 어려도 시은이랑 같이 있으니깐 그래도 마음이 놓으실거 같아요:)

정말 그런것 같아요.아이들도 그들만의 사회에서 스스로 배워가고 있는것 같아요.저도 형제가 육남매인데 부모님은 항상 논,밭에 나가 계시고 나이차이 얼마안나는 형제끼리 어울려 놀았네요^^

형제자매들 간에 서로서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배워가고 부딫치는 과정에서
돈을 얼마나 들여도 배우지 못할 것을 배워가는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드네요..

나름대로 어려운 상황도 물론 있겠지만 이제 막내와 같이 살게 된 것부터 축하드립니다. 저는 둘째를 낳은 것이 인생에서 가장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에게 평생 친구를 만들어주었으니까요 ㅎㅎ 부모에게는 배울 수 없는 또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아이보는 아이를 보면 참 애잔하면서도 너무나 기특하고 예뻐요. 그런 아이들은 빨리 크겠죠?
지웅이도 시은도 참 곱디곱네요.

아이들의 세상에서도 서로서로 배우고 챙겨주고 하는것 같아요. 아이들은 어떤 의도나 목적 없이 순수한 선의로 그런것 같아서 정말 그런모습 보면 대견하답니다

세끼를 인스턴트와 짜빠게티로~!! 진정 워너비 맘이십니다~!! (농담이에요) 저도 그 미안한 맘.. 만 간직하며 내일도 아침으로 햇반을 데워 줄 생각 중이라죠..


아이들은 정말 보고 자라는게 넘나 중요한 것 같아요.
아이의 성향도무시못하겠지만요~
지웅이와 시은이.. 찬웅이가 바르게 보고 배울 형 누나가 있어 참 행복 하겠어요!!

세끼중 한끼만요..에이..저도 일말의 양심이 있죠~ㅋㅋ

아~!!! 역시...!!(?)ㅋ
전... 양심 버린지 오래인 불량 주부 ㅠㅠ 흑

ㅋㅋㅋ 그런가요~저도 불량주부라..^^ 곧 그 조금 남은 양심도 없어질지 몰라요~ㅎㅎ

서로서로 챙겨주면서 잘크는거 같아요! 저도 어릴때 맞벌이하셔서 동생이랑 같이 어린이집에서 컸는데 잘자랐다고 하시는소리는 많이 듣는데 안좋은건 가끔 맞벌이한다고 너희에게 신경못써서 미안하다고 어머니가 자주 말하셔서 그점이 어떻게보면 속상하네요ㅎ
해피워킹맘님 피곤하실텐데 꿀잠주무세요^^

Coin Marketplace

STEEM 0.17
TRX 0.15
JST 0.028
BTC 57651.10
ETH 2377.43
USDT 1.00
SBD 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