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이 빗발치는 육아 전쟁터에 지원군이 도착하다.
이번주말 시부모님은 계모임에서 여행을 떠나셨다. 게다가 신랑도 근무라 나는 어쩔수 없이 육아독박 신세가 되었다. 그나마 원래 계획대로 두 아이를 데리고 정읍으로 갔으면 아프신 시조모의 수발도 들면서 애셋을 돌봐야 할 터였지만, 며느리 사랑 아버님 덕분에 시부모님께서 금요일 나의 퇴근시간에 맞춰서 막내를 우리집에 데려다 주셨다. 신랑없이 아이 셋을 24시간동안 혼자 봐야하는 엄청난 미션이 주어진 것이다.
신랑 퇴근 전 D-23시간(저녁 7시)
퇴근해서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집으로 향했다.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우리 막내가 활짝 웃음으로 우리를 반긴다. 엄마미소를 짓게 하던 그 예쁜 웃음이 엄마 얼굴에 깊은 다크셔클이 내리게 하는 자리러지는 울음으로 바뀌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D-21시간30분(저녁 8시 30분)
시부모님이 가실때까지도 우리 막내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형,누나와 신이 나서 놀더니만 졸리기 시작하자 할아버지, 할머니를 찾는 듯 자리러지게 울기 시작한다. 나한테서 떨어지려고도 하지 않으면서 분유도 거부한다. 분유를 먹어야 자는데 분유도 안먹고 그냥 울기만 하는데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좀처럼 그치질 않는다. 마치 작정이나 한것처럼 울어 재낀다. 돈 번다는 이유로 젖도 안 뗀아이를 할아버지한테 보내것에 대한 복수라도 하는 것 마냥 울어대기 시작한다.
혹여 엄마인걸 잠시 잊어 버려서 우는가 싶어 계속 아이에 귀에 대고 간절한 마음으로 속삭인다.
찬웅아. 엄마야.
오랜만에 느끼는 맨붕이다. 첫째 때 조리원에서 처음 아이를 데리고 집에 온날 아이는 이유없이 2시간을 넘게 울어댔다.어째 그때하고 느낌이 비슷하다. 그래도 그땐 교대해서 안아주며 달래볼 신랑이라도 있었지. 아이를 안고 이리저리 달래본다. 그 와중에 우리 철없는 아이들은 우유가 먹고싶다, 책을 읽어 달라 아우성이다. 동생 울어 재끼는 이 소리가 얘네들한테는 안 들리는 건가? 어떻게 이 상황에 우유를 달래지..
결국 나오지도 않는 젖을 물려 아이를 간신히 재웠다. 녀석도 온 힘을 다해 울었으니 분명 지쳤을 거다.
D-17시간(새벽 1시)
아이들을 재우고 대충 청소를 해 놓고 잠자리에 들려고 시계를 보니 새벽 1가 다 되어간다. 휴우..그래도 아이들이 잠자는 시간을 빼면 신랑오기까지 10시간 정도면 버티면 되지 싶었다. 두시간 간격으로 깨서 보채는 통에 잠은 물론 제대로 잘 수도 없었다.
D-9시간(아침 9시)
제발 좀 늦잠 좀 자 줬으면 하는 기대는 깨 주라고 있는거다.어김없이 7시에 일어나 주신다. 아침을 먹이고 나갈 채비를 했다. 셋다 감기가 심한데 약이 다 떨어져서 어젯밤에 병원에 가야 했었는데 못 가서 아이 셋을 데리고 병원에 갈 생각으로 아이 셋을 준비시켜 차에 태운다. 어라? 시동이 안걸린다. 벌써 네번째 배터리 방전이다. 빨리 배터리 교체해 달라는 신호다. 결국 혼자서 병원에 가는 건 포기한다. 신랑이 애들 병원 때문에 사정을 얘기하고 2~3시간 빨리 퇴근하겠다고 한다.
D-5시간 30분(낮 1시 반)
막내가 낮잠이 든 시각.. 방안은 정말 난장판이 되었다. 요 근래 본 우리집 상태 중에 가장 심각하다. 딱 한시간만 같이 자고 싶지만 아이들 뛰어다닐 공간은 만들어줘야 하길래 청소를 시작한다.
내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현관문 비밀번호 키 입력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직 퇴근할 시간이 안 되었지만 이 시간에 올 사람이 게다가 번호키 누룰 사람이 신랑밖에 더 있겠냐. 순간 최대한 불상한 표정을 짓는다. 육아독박의 실상을 모조리 알리겠다는 심상으로 온몸으로 나의 지난 18시간 30분 동안의 고생을 표현한다.
전쟁터에서 이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생각하던 찰나 지원군이 도착했을 때 기분이 이랬을까? 혹독한 시련과 피로와 공포를 동반하는 육아 독박이라는 전장터에서 신랑은 적시에 나타나 준 지원군이나 다름없었다. 오늘도 기분 같아서는 신랑한테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당신없이는 못 살것 같다고...
Cheer Up!
이 무슨 하드코어한 일정인가요 ㅠㅠ
컥ㅋㅋ너무나도 리얼하게 작성해주셔서 숨가쁘게 읽은것같습니다ㅠㅠ고생많으셨습니다 화이팅!
육아의 전쟁은 끝이 없지요 ~~~
맞아요 아이들 잘때 쉬어란말은 참 .....
힘내세요 ^^
늘지속되는 육아전쟁터 공감합니다^^
전쟁에서 벗어나는 그날을 바라며 전 지원군을 기다랍니다 ㅎ
글에서 생생 함이 느껴져요~ 주말에 독박육아 정말 고생하셨네요~
한참 손이 많이 가는때 더 힘드셨겠어요~
지원군에게 잠시 맡기시고 쉬셔야겠어요~
혼자하시는 육아는 정말 힘들것 같습니다
지원군 도착이라 ㅎㅎ 다행이네요
하아...... 정말 고생 하셨습니다 ㅠㅠ
저도 이 정도는 아니지만 오늘 육아에 좀 치였죠 ㅎㅎ
지원군 도착이라ㅠㅠ 다행이에요. 하, 전 나중에 육아를 할 자신이 없어서 ' 나는 결혼해도 아이는 안낳을래! ' 라고 말하곤 해요. 진짜 육아에 일까지, 그리고 스팀잇에 이렇게 양질의 글까지.. 대단하셔요.
전쟁영화 한 편 보는 기분으로 읽었습니다 ㅎㅎㅎ막판에 잠깐 로맨스가 (당신없인 못살아^^) 나와주네요. 아이 셋 독박육아는 상상도 안됩니다. 집에서 육아하는게 세상 제일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