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바탕 5월호의 시들
바람의 지문
---조 서 희---
바다는
바람에게 곁을 내주고
팔을 벌려 품어주지
내 안의 나처럼
바람의 지문에 귀를 씻는
바닷소리 가슴을 쓰다듬는다
비릿한
바다는 취기를 깨우고
마셔도 취하지 않는 객기 같은 하룻밤
시간은
부질없이
부리런히 흘러가고
크고 작은 바람은 불어올 테지
내 안의 나를 끌어안고
나는 가장 젊은 오늘을 산다.
안개꽃
---하 덕 조---
그대는 어디에도 없고
또 어디에도 있다
맑게 갠 날 아침
내가 산의 마음으로 앉아 있으면
그대는 그대 머물던 자리에서
안개로 일어나
산허리를 감고 돈다
내가 안개 속에서
안개가 되면
안개는 안개꽃이 되어
산자락에 자리 잡고 앉는다
산은 안개와 더불어
안개는 안개꽃과 더불어
안개꽃은 또 산과 더불어
그대는 어디에도 없고
또 어디에도 있다
껍질
---지 은 희---
굴피나무 마른 살갗이 분말가루처럼 부서져 내린다
제 몸의 발목쯤에 뿌옇게 내리고 있다 시간의 깊이를 다듬느라
물기라고는 햇살 작열하는 사막의 모래사장이다
아무도 관심두지 않는 아버지 소실의 역사가
걸음걸음마다 흥건하다
건드리면 쓰러지고 말 팔십 고개 거뭇한 몸을
파리한 낯빛으로 곧추세우는 일
까무룩한 아버지의 하루는 단단하게 굳어
갈라진 발뒤꿈치로 언제나 핏물이 흐른다
겨울 재래시장 좌판에 서서 꽁꽁 얼어붙은 하루를
토막 내며 겹으로 겹으로 쌓인 굳은살
세숫대야에 뜨거운 물을 담아
아버지 상처를 불리는데
뿌연 수면 위로 둥둥 떠오르는 아버지의 껍질
비릿한 내 살갗들이 우수수 일어선다
시인과 독자사이에는작은 섬이 있는듯
합니다~~~
그 섬 언저리에서 만나서 공감하고
그리고 떨어져서 각자의 황극을 경영하지요^^
쓰며 읽으며 재미있게 노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