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를 그리다) 산티아고에서 평점 높은 알베르게란?

in #tripsteem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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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2017. 7. 6.(53,699걸음)

오늘은 팔라스 데 레이에서 아르수아까지 걸었다.
오늘은 도착한 마을에서 숙소 찾느라 많이 돌아다녀 실제로 이동한 거리는 짧지만 걸음수가 많다.
평점 좋은 알베르게는 우선 눈으로 보면 깨끗하다.
그리고 그 외에는 그닥 큰 특징이 없는데, 자고 나면 그 알베르게가 좋은 곳인지 아닌지를 알게 된다.
평점이 좋은 알베르게에서는 항상 푹~ 잘 잔다.
어젯밤에 묵은 알베르게도 겉으로 보기에는 크게 차이를 모르게 생겼었다. 청소 깨끗하게 되어 있고, 시설이 오래되지 않는 느낌을 주고, 침대 시트를 일회용으로 쓰고 있어서 남이 쓰던 것이 아니었고, 주인 아저씨 적당히 친절하고 그게 다였다. 하지만 아침까지 한번도 깨지 않고 잘잤다. 이렇게 잠이 잘 오는 알베르게에서 잔 사람들이 나중에 후기에 평점을 잘 주는 것 같다. 아무튼 평점 좋은 알베르게는 자고 나면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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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어제 잔 알베르게에서 잘 자고 길을 나섰다.
어제 일찍 잠이 들어 만나지 못한 브라질팀의 엘리오 아저씨와 로지 아주머니 그리고 로비에서 잠깐 만났던 벳토 아저씨는 벌써 길을 나섰는지 아침에도 보이질 않는다. 우리도 꽤 일찍 나섰는데, 순례객들이 점점 많아져 숙소를 잡기가 힘들어지니까 그들도 일찍 나선 것 같다. 확실히 산티아고에 세번째 온 그들은 뭔가 노하우를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숙소도 그들과 같이 묵은 숙소는 항상 좋았고, 그들이 소개해준 레스토랑도 항상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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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우리도 점점 숙소가 부족해지는 것 같은 분위기를 눈치채고 오늘도 일찍 나섰다.
이른 아침이지만 재밌는 동상이 나오면 포즈 따라하기는 빠트리지 않는다.
긴 길의 막바지에 다다르니 여러 가지로 마음에 여유가 생긴 것일까? 숙소가 걱정이 되면서도 뭐 우리 두사람 잘 숙소는 어디든 있겠지 하는 마음도 생기는 것을 보면, 이제 바쁜 게 없는가 보다.
아니면 이제 얼마 남지 않는 여정이어서 길에서 만나는 작은 것 하나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보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100킬로미터 지점을 지나고부터 산티아고를 걷는 우리의 마음에 약간의 변화가 생기고 있다.
알 수 없는 아쉬움, 알 수 없는 안타까움, 알 수 없는 미련. 뭐 그런 이상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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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안개라고 해야하나? 일찍 나서니 아직 해는 안 보이고 이렇게 사방이 푸르스름한 아침 안개에 싸여 있다.
약간은 쌀쌀하고 쓸쓸한 느낌을 주는 아침 안개이다.
언제나 비슷한 아침이었고 언제나 비슷한 아침 안개였겠지만, 우리 마음이 아쉬움으로 가득차 있어서 별스럽지 않은 아침안개까지도 자꾸 다르게 보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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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나온 카페에서 보통은 아침을 먹는데, 오늘은 별로 생각이 없어 그냥 화장실만 들렸다 가기로 했다.
그런데 화장실에 들어서는 입구부터 화장실 문, 화장실 안 등에 덕지덕지 이런 것이 붙어 있다.
아무 것도 안 먹고 화장실만 쓰려면 0.5유로를 내란 뜻인 듯하다.
산티아고에 가까워지면서 사람도 많아지고 상업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것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일까?
처음 유럽 여행 와서 개방된 화장실이 별로 없고 유료 화장실이 있어서 황당했던 기억이 난다. 사람들이 많이 가는 패스트푸드점에서도 음식을 산 영수증에 화장실에 들어갈 수 있는 비번이 쓰여져 있어서 꼭 음식을 먹어야 화장실을 갈 수 있는 걸 보고 참 많이 놀랬는데...
여기서도 산티아고에 가까워질수록 화장실 인심이 각박해진다.
알베르게에서 5유로를 주고 하룻밤을 자는 순례객들에게 화장실 한번 사용에 0.5유로를 받겠다는 것이 왠지 인심 험악하게 느껴진다.
음식값도 조금씩 비싸지고, 이런 저런 노점도 많아지고, 스템프도 돈 받고 찍어주고, 버스킹하는 사람도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이래저래 조용하지 않은 산티아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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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크고 우거진 나무를 보면 제주도 곶자왈이 생각난다.
나무 뿌리가 바위를 감싸고 있는 제주도 곶자왈의 숲이 어떻게 보면 더 이색적이다.
어쨌든 이렇게 큰나무가 숲안 가득히 있다는 것은 나무든 숲이든 그리고 그 안에 나 있는 길이든 오랜 시간을 간직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걷는 내내 마음도 편해지고 맑은 공기와 나무가 만들어주는 그늘 때문에 정신도 맑아지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초반 여정에서 그늘 한점 없이 하루종일 걷던 때를 생각하면 이렇게 우거진 나무는 꽤 고맙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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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걷다보면 50킬로 안쪽으로 들어서게 된다.
표지석에 남은 킬로수를 볼 때마다 느낌이 이상하다.
다른 사람들도 그랬을까?
표지석에는 제일 위에 산티아고의 상징인 조개 무늬가 그려져 있고, 그 아래에는 또다른 산티아고의 상징인 노란 화살표가 그려져 있다. 그리고 맨 아래에는 산티아고까지의 남은 거리가 적혀져 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대부분이 표지석에서 남은 킬로수가 적힌 푯말이 떨어져 없어졌다.
처음엔 비바람에 본드가 약해져 떨어졌는줄 알았는데, 걸을 수록 그게 아님을 알겠다.
아마도 기념하겠다고 사람들이 그걸 떼간 것 같다.
나쁜 사람들.
그 숫자가 다른 곳에서 의미를 가지면 얼마나 갖는다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정표가 되는 그걸 몰래 떼갔을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우리 생각에 산티아고 길을 700킬로 이상 걸은 사람이면 이미 마음 속에 욕심이라는 것이 없어졌을 법도 한데, 아마도 100킬로 지점에서 순례자 인증서만 받으려고 휴가 삼아 온 사람들의 소행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그런 사람들을 대하는 상인들의 마음에도 순례자를 반기는 마음 보다는 상업적인 자세가 앞서는 것은 인지상정일까?

이 글은 2017년 6월 10일부터 7월 8일까지 산티아고 길을 걸었던 우리 부부의 찬란한 추억이 담긴 글입니다. 사진은 대부분 남편(@lager68)이 찍었습니다. 글은 제가 썼는데 많이 미숙한 글입니다. 그럼에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산티아고를 그리다) 산티아고에서 평점 높은 알베르게란?



이 글은 스팀 기반 여행정보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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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체족이 산티아고 순례의 참의미를 퇴색시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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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의 막바지에 오니 더 그런 것 같아요.

유럽에서 처음 돈내고 화장실 가야하는게 저도 참 당황했던기억이 있네요

산티아고 순례길이 다른 유럽 여행과 다른 점이 좀 소박한 것이었는데, 목적지에 다가와 가니 여기도 어쩔 수 없더라구요.

멋져요....ㅎㅎ 안전하게 돌아오시길^^

아, 이미 돌아왔습니다.^^
오래 기억하고 싶은 여행이었어서 다녀온 후 이렇게 스팀잇에 여행기를 하나하나 올리고 있는 거랍니다.

야박한 산티아고 화장실이네요..
저는 예전에 유럽 여행할때 노상방료 많이 했어요..
세상에서 잴 아까워요.화장실료.ㅎㅎ

그런거 보면 한국의 화장실 문화는 너무 좋아요.
요즘 산책을 많이 가는 우리 동네 공원에도 화장실이 여러 개 있는데 관리도 엄청 깨끗하게 잘하고 너무 좋답니다.^^

산티아고 중반까지는 노상방뇨하는 사람 꽤 있었어요.
길에 집도 가게도 없이 몇 길로를 그냥 밀밭을 가야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가끔 걷다가 길을 벗어나 옆으로 새는 사람은 백프롭니다.ㅋㅋ

삶이 자유로운 영혼같아요.

자유롭게 살고 싶지만,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더라구요.
그래도 여행을 다닐 때는 한껏 자유를 누린답니다.^^

평소 무심코 지나쳤는데 순례하실때 많이 태우셨나 봅니다.
얼굴이 많이 까맣게 보여서요.^^;;
화장실은 한국이 참 잘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 생각하고 외국에 나가면 늘 무료화장실 풍부한 한국이 그립더군요.ㅎ

아무리 모자를 쓰고 얼굴을 가리고 다녀도, 30도를 넘는 강렬한 태양에 그늘도 없는 곳을 몇 킬로씩 걷다보니 많이 타더라구요.
게다가 선크림 바르는 걸 워낙 싫어해서, 그냥 타게 뒀습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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