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음식스토리텔링) 제주 닭으로 한 백숙 그리고 야채 닭죽으로 초복 더위 극뽁^^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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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초복이다.
며칠째 절대로 집에서 음식을 해먹을 수 없을 것 같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겨우 주먹만한 닭이 들어간 삼계탕을 비싼 돈을 주고 먹기에서도 열 오르는 요즘이다.

난 시중에서 파는 삼계탕이 잘 맞지 않는다.
언제나 맛있게 삼계탕을 먹고 나면 설사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는 집에서 삼계탕을 끓여 먹기로 했다.
아니지.. 나는 삼을 좋아하지 않아 삼을 넣지 않았으니 그냥 "계탕"인가?
아무튼 닭백숙과 닭죽을 해먹기로 했다.

정말로 저렴하게 그리고 간단하게 집에서 제대로 초복 음식을 해 먹는 방법이다.
내 생각에는 요섹남을 꿈꾸시는 @sitha님도 이 정도 삼계탕은 자주 해드시고 계실 지도 모를 그 정도의 난이도이다.^^
그리고 @asinayo님이 이 걸 도전하시는 날이 바로 요리 성공하시는 날이 될 지도 모른다.^^
정말로 너무 쉬운 닭백숙과 닭죽을 만들어 보자.

우선 닭고기를 산다.
전에도 여러번 들었는데, 제주도 닭고기가 맛있다고 한다.
섬이라 돼지고기든 닭고기든 고기의 유통이 자유롭지 않고, 자체적으로 품질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아직 내가 실감은 해보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말해 제주 생닭이 잡내가 훨씬 덜하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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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엉덩이에 찍힌 도장이 제주닭임을 증명해 준다는데, 뭐 그냥 도장이다.
마트 아주머니가 우리 둘이면 요만한 거 하나면 충분하다고 하셔서 맞춤 사이즈로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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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로 닭을 깨끗하게 씻어준다.
특히 속까지 잘 씻어주어야 작은 잡내도 모두 잡을 수 있다.
난 삼계탕을 끓이는 것이 아니므로 큰 냄비(닭이 푹 잠기고도 남을)에 닭의 부피의 서배 정도의 물을 넣고 잘 씻은 닭을 넣고 통마늘 20개와 통후추 20알을 넣고 끓인다.

끓는 동안 닭죽을 끓일 재료를 준비한다.
닭죽 재료도 아주 간단하다.

양파 반개, 당근 반개, 애호박 반개, 표고버섯 4개를 준비한다.
이걸 다져주기만 하면 준비는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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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다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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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다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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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호박 다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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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버섯 다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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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다진 모든 재료는 각각의 그릇에 담아 둔다.
요런 컷 하나가 왠지 요리 쫌 하는 사람처럼 보이는 컷이다.^^
하지만 꼭 폼으로 이렇게 따로 담아두는 것은 아니다.
작은 습관이 내가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팁이 되는 것을 알아두자.

이렇게 닭죽에 들어가는 재료를 바쁜 마음 들이지 않고 즐겁게 하고 있으면 그새 닭이 끓고, 중간 불에서 계속 끓으면서 국물이 진국이 우러나와 있는 걸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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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닭과 마늘, 후추만 넣고 끓인 거라 불순물 올라오는 것 없이 딱 닭기름과 닭육수만 나와 맑은 국물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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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죽을 끓이기 위해 다른 냄비에 참기름을 붓고 다진 야채를 먼저 볶아준다.
아까도 말했듯이 요리의 팁이다.
야채는 딱딱한 순서로 볶아야 한다.
그리고 냄비와 참기름이 약간 열을 받은 후에 넣는 것이 좋다.
그래야 기름이 야채에 골고루 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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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를 넣는 순서는 당근이 처음이다. 그리고 양파, 그리고 호박, 마지막으로 표고버섯 순으로 넣으며 볶아준다.
각각의 야채를 넣는 간격은 10초 정도도 안된다.
그래도 그 순서는 완성된 요리의 질을 다르게 하므로 잘 지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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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기름이 야채에 스미고, 야채가 볶아지고 냄비에 늘어붙는다.
그러므로 아주 열심히 저어주며 볶다가 밑에 늘어붙으려는 낌새가 보일 때 닭국물을 한두 국자 넣어준다.
아무래도 넣을 닭국물 이때 다 넣어주면 좋겠지만, 시간차를 두고 닭국물을 넣는 것도 요리의 팁이다.
한두 국자만 넣고 야채가 좀더 익을 수 있게 끓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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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가 충분히 익으면 본격적으로 닭국물을 넣어준다.
나는 오늘 닭죽이 메인이므로 닭국물을 거의 여기에 넣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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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밥이 있으면 더 좋겠지만, 그냥 집에 있는 밥을 넣어도 된다.
오늘은 닭죽을 먹을 생각으로 잡곡밥을 하지 않고 그냥 흰쌀밥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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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이 거의 탕 느낌이 들 정도로 많게 잡아주어야 죽이 먹음직스럽게 끓여진다.
이 상태로 한참을 끓이면서 밑에 늘어붙지 않게 간간히 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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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간 정도 끓인 닭을 꺼낸다.
내 생각에는 한시간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무슨 요리든 고기에 초점을 맞추려면 짧은 시간 끓이고, 국물에 초점을 맞추려면 오래 끓여야 하는 공식이 있다.
하지만, 고기도 맛있게 먹고 국물로 닭죽도 맛있게 끓여 먹기 위해서는 한시간이 적당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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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장갑 끼고 비닐 장갑을 그 위에 끼면 뜨거운 거 모르고 닭을 해체할 수 있다.
우린 닭껍데기 안 먹으니 껍질도 벗기고, 목도 분리하고, 닭날개 끝, 발모가지(?)나 내장을 감싼 닭갈비 등은 분리하여 놓는다.
우리집에 오는 들고양이는 이상하게 생선보다 고기를 좋아한다.
그러니 이렇게 우리가 안 먹는 것들은 분리하여 우리가 먹을 것과 고양이가 먹을 것을 따로 정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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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닭가슴살은 손으로 잘게 찢어서 따로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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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닭죽에 넣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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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은 이렇게 소금과 후추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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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마트 아저씨가 추천한 맥주이다.
미국산 캔맥주 다섯개와 유리잔이 하나 들어 있는 것이 만원이란다.
언제나 난 원래 상품보다 업힌 아이가 마음에 들면 무조건 산다.ㅜㅜ
다행히 남편이 맥주맛도 괜찮다고 한다.
우린 잔이 두개 필요하니 다음에 한 세트 더 사야겠다.

제주로 이사오면서 미니멀 라이프를 실현하기 위해 짐을 왕창 줄인 우리집에는 그릇이 다 합해도 15개가 안된다.
그 중 반은 거의 20년이 다 되어 가는 그릇이다.
그릇도 늙는지 요즘 부쩍 슬쩍 충격만줘도 깨진다.
이가 나가는 정도는 그냥 쓰는데, 장렬히 반으로 딱 깨진다.ㅜㅜ
그러니 이렇게 공짜로 주는 잔에 내가 안 꽂힐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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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죽도 맛있게 되었다.
팁을 주자면 죽은 오래 끓이더라도 이렇게 국물이 조금 보여야 잘 끓인 죽이다.
너무 국물없이 끓이면 점점 불게 되는 죽이 먹는 도중 너무 떡처럼 되어 보기도 안 좋고, 식감도 안 좋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닭국물을 많~~~~~이 넣고 끓이면 좋다.
간은 먹으면서 소금으로 한다.
절대로 죽에는 간을 해놓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사실 왠지는 모름.)

땀 뻘뻘 흘리면서 이렇게 집에서 닭백숙과 닭죽을 해서 먹었다.
에어컨 틀어 놓고 맛있게 클리어한 후, 후식으로 복숭아맛 뽕따를 하나씩 먹었더니, 초복? 그게 뭐지??

그리고 다 먹고 깨달은 것 하나, 정말로 제주산 닭고기는 잡내 없이 깔끔한 닭맛만 나는 좋은 고기였다..
계란도 비린내가 훨씬 덜 난다는 것도 알고 있었는데, 닭고기도 고기 품질이 다르다는 것 오늘로써 인! 정!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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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보고 있자니 제가 달죽을 만들어 먹은것 같네요
더불어 몸도 든든해진 느낌도요
항상 건강하세요

과정을 자세히 적어놓았더니 그러신가봐요.ㅋㅋ
아마도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제주에서 돼지고기는 유명하다는걸 알았는데요
외부 유입이 안되니..
닭도 그런가요?
제주 닭 도장 신기하네요
초복 잘 보내셨군요 ^^

돼지고기랑 닭고기는 철저히 관리를 한다고 하더라구요.
최근 들어서는 육지의 돼지고기와 닭고기 그리고 계란도 일부 들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육지 것'이라고 써놓고 판매하더라구요.^^

닭고기에 야채죽까지~!! 색색 야채를 함께
넣고 끓이니 더욱 맛깔스러운 것 같아요^^
든든하게 드셔서 여름 무더위 건강히 보내실 것
같은데요~!!

제주도 삼계탕집은 삼계탕에 전복이나 보말을 넣고 팔아서 육지보다 더 비싼 거 같더라구요.
아직 그 맛의 조합에 매력을 느끼지 못해서 이렇게 집에서 만들어 먹어봤답니다.^^

와~ 정말 부럽습니다... 집에서 끓여먹는 닭죽... 침꼴깍...맛있겠어요

@niceja님은 한방삼계탕을 드셨던데, 저는 그저 집에서 마늘만 넣고 끓인 백숙이었답니다.
그래도 이렇게 먹으니까 부담도 없고 너무 좋더라구요.^^

와우!!!! 오늘이 초복이군요. 비주얼 폭행이 심하네요.. ㅜㅜ
저희도 오늘 근처 한식당으로 백숙먹으러 갈려고요! ㅋㅋㅋ
by 효밥

저는 2년전에 바르셀로나에 가서 마트에서 닭을 사다가 백숙을 끓여 먹은 적이 있어요.
스페인 닭은 얼마나 크던지 그걸 사들고 지하철을 타고 숙소까지 오는데 사람들이 엄청 쳐다봤던 기억이 나네요.^^

쉬운듯 보이면서도 어려울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아시나요님 절대로 어렵지 않습니다.
다음 중복 때 한번 도전해 보세요.
아마도 성공적인 요리를 하시게 될 거에요.^^

초복에 삼계탕 제대로 드셨네요~
저는 날이 넘 더워 한시간씩 불 앞에 있길 포기 했어요~^^;;;
요즘은 정말 요리하기도 먹기도 쉽지 않은 날씨네요~
더운데 건강 조심하세요~~

그래도 땀빼서 끓여 먹고 나니 보신이 되는지 몸이 든든해지더라구요.
닭국물이 많아서 다음날도 닭죽을 끓여 먹었답니다.^^

우왕 제대로 닭죽 입니다!
닭 안먹는 남편과 사는 저는 초복이 뭔지 말복이 뭔지 모르고 지나가는데
몇년에 한번 삼계탕 먹을까 말까인데 ㅜ.ㅜ
이번즈에 나도 삼계탕이나 먹으러 가야겠네요~~~~
츠롭~~~~ 맛있어 보입니다요!

맞다, 남편분이 닭을 안 드신다고 하셨죠?ㅜㅜ
한 식탁에 두 상을 차리시더라도 중복 때는 닭백숙이라도 해 드세요.
저희도 기름진 고기 싫어해서 닭의 껍데기를 홀라당 벗겨내고 먹었답니다.^^

저는 이미 아내님이 해준 전복삼계탕을 먹었는데도 왜 이걸또 막고 싶어 할까요...ㅋㅋㅋㅋ

우와~ 제주도에서 잘나가는 삼계탕 집에서나 해주는 전복 삼계탕을 드셨다니... 좋으셨겠어요.^^

죽맥이라뇨. 참신하네요 ㅎㅎ 닭죽과 맥주.. 여름밤에 급 땡기네요.

죽맥.ㅋㅋ
죽도 맥주도 술술 넘어가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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