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no.1 ] 화양연화 (In The Mood For Love)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3 years ago

#1

아이러니하게도 사랑을 할 때 가장 좋은 순간은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기 직전이다. 연애를 시작하면 애정은 조금씩 소모된다. 의리나 책임감, 신뢰 등은 애정만으로 가득 차 있던 관계에서 조금씩 빠져나가는 그 것을 대체하는 마음들이다. 그리고 비로소 여러 감정이 적절한 비율로 섞여서 존재할 때 끝나지 않는, 끝낼 수 없는 사랑이 만들어진다. '화양연화'를 보는 나는 사랑의 가장 아름다운 시간만을 응시할 수 있다.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나서 더욱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우리 이별연습을 해봅시다"

중국어를 몰라 이 것이 정확한 번역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내 마음을 아리게 만드는 그 장면에는 이 대사가 가장 어울린다. 서로가 열렬히 끌리고 있음을 확인하고 고백한 날, 이 둘이 한 일은 '이별연습'이다.

화양연화.PNG

이 장면은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 안의 이별연습 신(scene)보다 더 마음에 남는 한 컷이다. 저 담배를 다 피우고 남자는 이별을 고하고 거리의 반대편으로 걸어가고 여자는 순간의 슬픔을 주체할 수 없다. 그리고 다음 장면에서 서럽게 우는 그녀를 안아주고 "울지 말아요. 진짜가 아니잖아요" 진짜가 아니란 말에 여자는 더욱 서럽게 눈물이 나고 그 눈물은 내 어깨에도 닿는 기분이다.

#2

영화는 관객이 시종 인물들의 감정에 몰입하게 만든다. 도덕적 불안감과 감정적 설레임 사이의 어디쯤, 선을 넘지 않고 있다는 안도와 언제든 선을 넘을지도 모른다는 조바심 또는 둘의 관계적 특성에서 오는 동질감 내지는 서로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은 강한 호기심. 수많은 생각과 감정이 대사보다는 화면과 음악을 통해 전달된다.

소유욕과 사랑을 구별하지 못 하는 수많은 사람이 더럽히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이런 방식으로 표현해 낸다면 나는 감독과 배우들을 평생 가슴에 두고 지낼 수 밖에 없다. 나에겐 화양연화와 동사서독이 그렇고 감독은 다르지만 패왕별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이 다른 이를 사랑하는 일에 그 어떤 시선과 제약도 개입될 수 없다. 사랑의 결실이 일반인들의 기준처럼 연애나 결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은 깨닫기 어렵다. 하물며 욕정만으로 갖는 수많은 관계가 훈장처럼 느껴지는 이들에게는 내가 추구하는 감정과 관계의 의미를 설명할 수도 없다.

내 기억 속 모든 사랑의 경험이 미화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 그 이들은 모두 잘 살고 있다. 그러니 됐고 나는 미안했던 일보다 서로 사랑했던 시절의 공감과 평안을 더 남기기로 했다. 가끔 다시 보는 영화 속에 투영되는 기억들을 나에게 남겨줘서 고맙고 그 시절을 더욱 그리워하며 그렇게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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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는 제게도 인생 영화인데
글 읽으니 또 보고 싶어지네요. ^^

 3 years ago 

젊었을때 보았던 영화는 그때를 추억하게 해주죠^^

 3 years ago 

전 아비정전. 화양연화는 넘사벽인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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