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gora] 스팀잇의 익명성에 대한 무명씨의 생각 - 부제 : 스팀잇은 복면가왕이다.

in #kr-agora7 years ago (edited)

Screen Shot 2017-08-25 at 8.32.57 AM.png

우선, 자기 의견을 내세우거나 논쟁을 좋아하지 않는 무명씨, 내가 이렇게 아고라에 글을 쓰게 되는 것부터가 스팀잇의 익명성을 칭찬하고 있는 것 같다.

이름과 사진, 가족과 친구, 학교와 직장 등 내 명함부터 내밀고 시작하는 페이스북에선 이미 나의 모습은 정해져있다. 내가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르는 편견들로 그들은 이미 나를 알고있다. 나는 그저 그들이 기대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과 인터넷 상에서 다시 친분을 과시하거나, 단군의 자손 단일민족답게 건너 알수도 있는 사람들을 추천받아 인맥을 넓혀간다. 나도 이미 그 사람들을 안다. 이미 선입관이 생기고 그들에게 기대하는 것이 정해져 버린다.

서로의 편견을 깨지 않을 정도로의 글들이 올라오며 거기에 장단 맞춰주는 것이다. 그래서 그 정도를 벗어나지는 않았나 항상 자가검열을 하게 된다.

이곳 스티밋에서도 물론 자가검열은 있다. 그러나 그것은 타인에 의한 편견의 두려움이 아닌, 수정과 삭제가 불가능한 블록체인에 영원한 기록이 남는다는 내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책임감때문일 뿐이다.

-being 과 doing 의 차이

그래서 스팀잇은 복면가왕이다. 나는 그 사람의 노래만을 듣는다.
가끔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상관없다. 이 사람이 남자건 여자건, 나이가 적건 많건, 직업이 무엇이든 그 사람의 being 을 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생각과 말, 행동 즉 doing 을 보고 싶다.

스팀잇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new 를 선택하고 kr을 눌러 순서대로 글을 읽는다. 아이디를 보지 않는다. 물론 제목과 첫줄에서 섣부른 판단이 생길 수도 있으나, 이는 노래 첫소절부터 감동하는 것 또한 복면가왕과 마찬가지 아닌가.
감동받은 노래를 다시 찾고 즐겨 듣듯이, 공감하는 글을 읽고 그 블로그를 재차 방문하게 되는 것이다. 팬이 되듯이 팔로우가 된다.

우리 현재의 being 은 우리가 이제껏 해온 doing에 의해 결정되어있고, 앞으로의 나의 being도 지금 내가 하는 doing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고 책임지는 사람이라면 익명성을 악용하는 짓 따윈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난 순진무구하게도 이를 개인의 양심에 맡기는 편이다. 하지만 스팀은 이마저도 다운보팅이라는 제도하에 정화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익명성을 지켜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한편 익명성의 포기는 우리에게 또 다른 재미를 준다. 가면을 벗을 때의 느낌, 가면을 벗은 사람을 봤을 때의 느낌을 상상해본다.
이런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었구나, 이런 글을 쓰는 아이디가 바로 이 사람이었구나 알아가는 재미 말이다.

스티밋도 소위 SNS인데, 사람사는 정이 어디 그런가, 사람은 사람을 그리워한다. 그래서 밋업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겠지. 죄인이나 연예인도 아닌데 어느 정도의 신분 노출이 대수랴. 오히려 페이스북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모임한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오랜 시간과 많은 글들을 거쳐 자연스럽게 서로를 알게 된다. 육아일기를 쓰면서 아이들의 이름이나 나이가 나오기도 하고, 전공이야기를 쓰면서 직업을 알려아 할 때도 있고, 음식점을 소개하면서 사는 지역이 나올수도 있다. 이들을 밋업에서 만나 내가 알고 있었던 아이디와 사람을 매치시켜보는 즐거움도 클 것 같다.

이를 개인적인 경우에 적용시켜 보자면, 한국에서 많은 인연과 커뮤니티 속에서 살고 있었더라면 스팀잇을 시작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며, 아님 스팀잇을 하고 있다는 사실 조차도 밝히지 않으며 철저한 익명성을 유지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팀잇을 하면서 이 모든 무명씨를 알아가는 재미를 알아버렸으니, 어느 정도의 익명성을 포기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이미 이 익명성을 포기하고 밋업에 나타날 수 있는 날을 고대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본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런 뻘글도 창피함없이 쓸 수 있는 스팀잇의 익명성이 좋으며, 또한 자유로운 선택에 의한 익명성의 포기 또한 즐겁다.
세상의 모든 무명씨와 함께 자유로울 수 있으니.

P.S.

  • 스팀잇의 익명성에 관한 글이니만큼 대문 사진을 쓰지 않았습니다^^
  • 복면가왕 어우동의 사진을 대문에 건 이유는 @tata1 님을 비롯한 몇 분이 제가 남자라고 알고 계셨었기 때문입니다 ^^
  • 저는 @corn113 인의 프로젝트 [kr-steembuy] 1000 스팀 클럽 3호 입니다.^^
20170825
Sort:  

저는 여자분일거라 생각햇는데 ^^ 너무 잘쓰셨네요. 이번 아고라는 발들이밀기도 힘들겠네요 ㅎㅎ tip!

감사합니다. 복면가왕 추리단 자격이 있으십니다. ㅎㅎ

좋은말씀이네요. 저도 익명성이 너무 좋아요^^

가끔은 짜잔~ 하고 나타나는 재미도 좋잖아요~^^

복면가왕이라는건 엄청난 비유인 것 같습니다.
노래가 아닌 글을 평가받는 것이죠.
나를 모르는 사람이 가치를 평가해주는...

가면 안에서 조금은 더 용감해지는 나 자신에게 놀라기도 하죠^^

닉네임 속에 숨어 있더라도 being 자체는 변하지 않죠.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물론 조금씩 변화를 줄 수 있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까지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 )

네, 1호님 감사합니다^^ 매일 조그만 doing 으로 조금씩이나마 나은 being 이 되려고 매일 노력해요~

floridasnail님 반가워요^^ 늘 글읽으며 짧은글일지라도 그속에 내포하고있는 의미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참 글 잘쓰시네요~ 앞으로 기대합니다^^
잘읽고갑니다~

@khj 님, 항상 맛있고 정있는 강원도 집밥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래 자주 뵈요~^^

복면가왕 비유.. 센스 있으십니다.
선팔합니닷

감사합니다. 저도 보트하고 맞팔합니다~ 앞으로 자주 오래 뵈요

Hi @floridasnail! @nhj12311 is sending you 0.1 SBD tip and @tipU upvote :)

@tipU quick guide | earn interest in @tipU profit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공감이 많이 되네요. ^^ 복면가왕 적절하신 표현입니다. ^^ 전 여자분 이신줄 알고 있었어요. :) 제가 스팀에 못 온 사이 벌써 많은 글을 올리셨네요~ 얼른 가서 봐야 겠습니다.
속이 시원해 지는 익명성에 관한 글 잘 읽었습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속이 시원해지셨다니 제가 감사하네요, 어제는 쉬는 날이어서 컴퓨터 앞에 내내 살았네요, 이번 주말은 근무 주말이네요 ㅠㅠ

사람이 생각하는 거 다 고만고만 한 것 같네요. 제가 스티밋에 발 넣고 얼마 안 있다 쓴 글도 스티밋과 복면가왕이거든요. 저도 내일은 아고라에 참여 해봐야겠어요. 제가 생각한 것도 플로리다스네일님하고 별반 다르지 않거든요~^^ 잘 읽었습니다.

https://steemit.com/kr-newbie/@happyworkingmom/6fg7nw

네 ^^ 그런 것 같아요 ㅎㅎ 그래서 서로 공감할 수 있는거겠죠~

자신을 사랑하고 책임지는 사람이라면 익명성을 악용하는 짓 따윈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정말 너무너무 공감합니다. 익명인지 아닌지 그 자체는 전혀 상관이 없죠. '자신을 사랑하고 책임지는 사람'이 가장 핵심인거 같습니다.

구절 하나하나가 다 명품이네요. 글 진짜 잘쓰세요. 제가 하고 싶었던 많은 얘기들이 잘 정돈되어 있는걸 보고 쾌감을 느끼고 갑니다.

팔로우 했습니다. 앞으로 자주 뵈었으면 합니다 :)

와~ @segyepark 님이 이렇게 칭찬해 주시니 쑥스럽기도 하지만 앞으로 글 쓸 용기도 생기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자주 오래 뵈요^^

글 쓸 용기가 생긴다고 하시기엔 이미 워낙 필력이 좋으신데요 ㅎㅎㅎ
앞으로도 자주 소통해요 :)

Coin Marketplace

STEEM 0.18
TRX 0.16
JST 0.031
BTC 60460.59
ETH 2624.41
USDT 1.00
SBD 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