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와 엄마 생각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7 years ago

오늘 저녁에는 만두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워킹맘이라 요리할 시간도 많이 없고, 정작 잘하지도 못합니다. 당연 요리하는 걸 좋아하지도 않구요.
그래도 가끔 만들어 먹는 것이 바로 만두와 돈까스입니다.

음식은 추억이죠.
외국에 살면서 한국 음식은 그리움이기도 합니다.

특히 제게 만두는 이제는 볼 수 없는 엄마와의 추억과 그리움이 다 담긴 음식입니다.

어릴 적, 만들어진 만두나 심지어 만들어진 만두피도 사지 않았던 그 옛날 ㅎㅎ
엄마와 삼남매가 밀가루 반죽부터 열심히 뭉쳐, 길게 가래떡 처럼 만들어, 칼로 또각또각 잘라, 달라붙지 말라 밀가루 묻혀, OB 갈색 맥주병으로 만두피를 밀었었죠 ㅎㅎ

일찌감치 불에 올렸던 물이 끓으면 이제껏 만들어진 것들을 넣고, 익을 때까지 또 만들고.
양껏 끓여 익은 만두는 채에 건져 찬물에 차갑게 씻어 밀가루 묻은 손으로 한 입에 넣으면 두툼한 만두피가 수제비처럼 시원하게 씹히고 그 안에 따뜻한 돼지고기 향이 참 좋았습니다.

그때 그때 만두 속은 달랐습니다. 김치가 들어가기도 하고, 부추가 들어가 그 향을 자랑할 때도 있었고, 당면이나 숙주가 씹히는 맛을 주기도 하며, 호박의 부드러운 맛도 좋았습니다.

그렇게 몇차례 만들고 삶고 먹고, 만들고 삶고 먹고 하는 일은 밀가루 반죽이 동나거나 만두속이 바닥을 보여야만 끝이 납니다.
남은 밀가루 반죽은 수제비나 칼국수가 되고, 만두 속이 남으면 계란을 더 풀어 동그랑땡으로 부쳐 먹습니다.

오늘도 엄마 생각에 만두속을 만들고 중국 마켓에서 사온 만두피를 꺼내 두 아들녀석에게 만두를 빚게 합니다.
처음에 재미로, 나중엔 귀찮아 하면서도 완성된 만둣국을 한 그릇 가득 거뜬히 비워냅니다.
오늘 남은 만두속으로 만든 동그랑땡까지 밥과 함께 해치웠습니다.

이 아이들도 나중에 저처럼 중년이 되어서 엄마와 함께 만들던 만두를 기억해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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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gold 이거사

참가되었습니다.^^ 주말에 뭘할까 아이와 뭘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만두를 만들어보는거 재밌을것 같아요.^^
floridasnail 님도 이렇게 적은 보상이 있던 시절이 있었군요.!!

이벤트 발표를 오늘 해드려야 되는데, 월요일 업무가 많아서 글을 쓸틈이없네요.^^ 오늘밤이나 내일쯤 발표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매년 "이제 내년부터는 빚지말고 사서먹자"고 말씀하시는
어머님과 함께 올해도 만두를 빚어서 먹었습니다.
앞으로 몇해나 더 함께 만두를 먹을 수 있을지...
그 순간들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지도록 해준 포스팅입니다.
감사합니다.

저희 집에서는 만두를 빚어서 먹은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언제나 만두는 만들어진 것을 사서 먹는 음식이었죠. 그래서 명절 티비에서 온 가족이 둘러앉아 만두를 빚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생경하게 느껴졌습니다. 음식에 얽힌 추억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식구라는 말도 결국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는 것을 의미할테니까요. 다음 명절엔 함께 만두를 빚어보자고 해봐야겠습니다. ^^;;

추억의 음식이 만두네요~저도 갈색맥주병으로 밀가루좀 밀었었어요^^
조만간 아들이랑 만두만들기 해보고 추억을 만들어줘야 겠어요^^

저는 할머니랑 같이 했는데 그기억이 아직도 나요 ㅎㅎ 아마 자녀분들도 좋은추억으로 남을꺼에요a!!

그러기를 바랍니다. 비록 미국땅에서 미국인으로 살아도요~

이런좋은글에 보팅이 적내여 내눈에는 좋은글인데 말이죠 ㅜㅜ 참

말씀만으로도 정말 감사해요~~

그럼요.
나중에 많이 생각할 것입니다.
유년기의 행복했던 순간이
성인이 되어서 역경을 이기는 힘이 됩니다.
워킹맘이라 바쁘시겠지만 자주 기회를 만들어주세요.
감사합니다.
좋은 날 되세요.

감사합니다. 제 경험상으로도 맞는 말씀이네요, 더 노력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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