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 그리고 운동화.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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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을 보고 왔습니다. 사람들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요즘 1987, 신과함께, 강철비 이렇게 주목 받고 있는 영화들이 많이서 그런가 봅니다.

1987이라는 영화. 개인적으로 상당히 마음에 들었고, 새해 첫 영화를 1987 보게 되어 의미있고 좋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는 것 처럼 1987은 6월 항쟁의 시발점과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이미 1987에 대한 이야기들은 평론가들도 많은 이야기를 했고, 블로그에도 좋은 평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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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많이 언급되는 것 이외에 한 가지 소재에 대한 이야기만 특정적으로 해보고자 합니다. 바로 1987에 나온 운동화 입니다.

웬 운동화냐?? 하시는 분도 있겠습니다.ㅎㅎㅎ 그런데 저는 1987 영화를 보면서 영화의 핵심적인 미쟝센이 운동화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여기서 부터는 약간의 스포가 포함되어있습니다만, 영화의 재미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알고 보셔도 충분히 흥미롭게 보실 거라 생각합니다.



영화에서 운동화를 핵심적인 피사체로 잡는 장면은 크게 3장면이었습니다.

1. 고 이한열 열사(강동원)가 데모 하다가 운동화가 벗겨져 한 쪽 발에만 신겨진 운동화
2. 연희(김태리)가 형사들에게 잡혀간뒤, 잃어버린 운동화 한 쪽
3. 고 이한열 열사가 최루탄에 맞고, 다른 학생이 고 이한열 열사를 부축이고 나가며 남겨진 운동화 한 쪽

잃어버린 운동화와 신발이 벗겨진 발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운동화는 저에게 있어서 몇 가지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먼저 짓밟힌 신념처럼 보였습니다.
고 이한열 열사가 데모하면서 운동화가 벗겨지고, 더렵혀진 양말을 드러냅니다. 독재로부터 사회를 지키겠다는 신념으로 힘차게 내딛었던 발걸음과 항의는 너무나 쉽게 경찰들에게 제압당합니다. 벗겨진 줄도 모르고 있었던 운동화처럼 말이죠. 그리고 운동화는 수많은 경찰들에게 밟혀나갑니다.

권력과 부조리로 인한 상처로 다가왔습니다
교도소 앞에서 항의하는 김태리를 경찰들이 무자비하게 승합차에 태웁니다. 그리고 외딴 곳에 내던져 버리죠. 김태리는 왼쪽 신발을 잃어버린 채 오른쪽에만 운동화를 신고 걷게 됩니다. 그리고 신발이 벗겨진 발에서는 피가나고, 발은 더럽혀져 있죠. 운동화를 신고 험한 길에서 저항을 하지만, 운동화는 쉽게 벗겨지고 심한 상처만 남습니다.
영화에서도 김태리의 아버지는 부조리한 회사에 저항하다가 동료들에게 외면 받고,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되죠. 올바른 사회를 위한 외침이 오히려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에게 고통으로 되돌아오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내딛는 발걸음같았습니다

김태리가 그렇게 운동화를 잃어버리고 절망하고 있을 때, 강동원이 새 운동화를 가져다 줍니다. 나중에 김태리는 이 운동화를 신고 6월 항쟁 속으로 걸어가며 독재타도를 외치죠. 수많은 희생이 있었고, 탄압이 계속되었지만 학생들과 시민들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운동화를 신고 성큼성큼 걸어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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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내내 굉장히 먹먹 했습니다. 그리고 그 여운이 오래가더군요.
수많은 시민들의 발걸음이 모여 이 사회를 올바르게 다져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과거에 수많은 열사들이 신었던 운동화가 지금의 민주화를 가져다 준 발판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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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글을 읽으니
정말 운동화에 관련된 장면들이 다시 떠오르면서
의미가 다시 새겨지네요! 잘읽었습니다 :)

앗!! 신농님 1987 시사회 다녀오셨었죠!?? ㅎㅎ
다시 상기시켜 드릴 수 있는 글이어서 다행입니다 ㅎㅎ
잘 봐주셔서 감사해요 :)

80년대의 대학생들은 대부분 운동화 아니면 정장 구두를 신고 다녔으니까, 그 때 이한열 열사가 죽을 때에 신고 있었던 운동화도 참 인상적일거에요. 마치 그 시대의 생활상을 그대로 반영한 듯한 느낌일겁니다.

양목님! 그렇지 않아도 제가 예전에 6월 항쟁과 관련된 전시회를 갔다온 적이 있었는데요.
생각해 보니 그 전시회에 이한열 열사의 운동화에 대한 작품과 설명도 있었던게 기억나네요.
말씀 하신 것 처럼 그 시대상을 잘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보지는 않았지만 영화가 괜찮은가 보더라고요. 주말에 고민좀 해봐야겠습니다.

영화 괜찮았습니다! 사실 6월항쟁이란 소재 이외에도, 영화자체만으로도 흥미진진하고 저는 약간 첩보영화 보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글만 읽는데도 먹먹해지네요. 짓밟혔지만, 굴하지 않고 다시 내딛는 발걸음! 멋진 의미입니다. 나중에 영화 보게되면 꼭 눈여겨 볼게요. :)

브리님 저는 정말 괜찮게 봤습니다. 소재뿐만 아니라 영화적으로도 흥미로운 연출이었습니다 ㅎㅎㅎ강추해드려요!! ㅎㅎ

저는 영화를 하나하나 세세하게 보는 데에 서툴러서, 이렇게 한 번 보고 숨은 의미를 추리해내시는 분들이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저도 시간을 내서 꼭 1987을 보러가야겠습니다. 그 때 dmy님이 이야기하셨던 운동화에 초점을 맞추어 영화를 봐보아야겠어요 ㅎ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3

희희님!! 안녕하세요! ㅎㅎ 스팀잇 이제 시작하신 것 같네요. 반가워요! 잘 정착해서 재밌게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시간되시면 1987 보셔요. 정말 괜찮습니다. 잘 봐주셔서 감사해요 :)

영화를 보시고 이렇게 깊이 있는 감상평을 써주시다니 꼭 보아야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내딛는 발걸음같았습니다

이 문단의 글들이 정말 가슴을 울리네요. ㅠㅠ

해피써클님!! 아이고 깊이 있다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ㅎ
더 잘 쓰고 싶었는데, 글 솜씨의 한계가 느껴졌네요.
부지런히 노력해봐야겠습니다 ㅎㅎ

잘 봐주셔서 감사해요!! ㅎㅎ
해피써클님 오늘 하루 잘 보내시고, 마무리 하시길 바랄게요!
곧 있으면 저녁이실 것 같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저는 금요일이라 일찍 후다닥~ 도망쳐 나왔어요. ㅋㅋㅋ
드미님도 행복한 주말 되세요 ^0^

저도 어떤 영화일지 기대가 되네요^^
다들 재미잇다고 하셔서 한번 봐야 겠어요~
좋은 감상평 잘보고 갈께요~^^
즐거운 주말되세요~

카페모카님! 네 한 번 보셔도 좋을 거예요.
적극 추천합니다ㅎㅎㅎ
잘 봐주셔서 감사해요.
카페모카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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